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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디 vs. 제이슨>의 성공을 예견한 웹서비스 `업커밍 무비스`

네티즌은 흥행 점쟁이?

1997년 초, 플로리다에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잠깐 동안 직장생활을 하던 그레그 슈미츠라는 미국 청년은 큰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그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향인 위스콘신으로 돌아온 그는 쉬엄쉬엄 직장을 찾아보면서, 한편으로는 평소에 좋아하던 영화에 심취하게 된다. 그러다 그는 TV 영화 프로그램들은 물론 잡지들까지 개봉을 코앞에 둔 영화들에만 집중하는 것에 불만을 품게 된다. 제작이 진행 중인 영화들에 대한 정보가 소홀히 다루어지기 때문에 과거에 관련 뉴스를 시간순으로 찾아보려 할 때마다 난관에 봉착했던 것. 전공인 도서관학을 공부하면서 인터넷에 가까워졌던 그는 그런 불만을 스스로 해소해보고자 인터넷을 활용해보기로 마음을 먹는다. 가까운 주변 사람들에게 제작이 진행되고 있는 영화 정보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해주는 웹사이트를 만들어보기로 친한 친구들과 의기 투합한 것. 그렇게 해서 1997년 여름, 슈미츠와 친구들은 당시 잘 나가던 커뮤니티 사이트인 지오시티에 <Bookhouse’s Previews of Upcoming Movies>라는 사이트를 개설하게 된다.

훗날 업커밍 무비스(UpcomingMovies.com)로 이름이 바뀌게 되는 이 사이트는, 개설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표적인 영화 홈페이지로 성장하게 된다. 놀라운 것은 친구들이 사이트 운영에서 손을 떼면서 사이트의 컨텐트, 디자인, 운영 등 모든 영역을 슈미츠 혼자 담당하게 되었다는 사실. 이 사이트에 2002년 3월 기준으로 매일 100만여명이 찾아왔으니, ‘인터넷에서 가장 잘 나가는 1인 사이트’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렇게 오랜 기간의 정보가 축적되어 있고 많은 방문자를 가지고 있는 사이트에 여러 인터넷 기업들이 눈독을 들였을 것은 당연한 일. 그중에서도 영화 정보 컨텐트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던 야후!는 슈미츠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했고, 2002년 5월에 업커밍 무비스를 야후!에 통합시키는 데 성공하게 된다. 이에 대해 강력한 1인 미디어가 대형 포털 사이트에 흡수되었다며 불만을 표시하는 네티즌들도 있었지만, 슈미츠의 사이트 운용 능력이 야후!의 지원과 만나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믿는 이들이 더 많았다.

2002년에 만들어져 한 팬 사이트에 올라왔던 가상 포스터.

공식 홈페이지의 팬존 코너에 올라온 팬아트.

<프레디 vs. 제이슨> 공식 홈페이지.

이런 과정을 거쳐 전세계 최고 포털 사이트의 일부로 서비스를 하고 업커밍 무비스가 최근 다시 한번 할리우드의 주목을 끌고 있는 중이다. 그 이유는 얼마 전 미국에서 개봉된 <프레디 vs. 제이슨>의 예상을 뒤엎는 흥행몰이와 연계되어 있다. 이 영화가 첫 주말 3600만달러를 벌어들이면서 새뮤얼 잭슨과 콜린 파렐 콤비의 <S.W.A.T. 특수기동대>를 2위로 내려앉힌 데 이어 2주째에도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리라고 예상되지 못한 상태에서, 업커밍 무비스가 꾸준히 이 영화의 성공 가능성을 제기해왔던 것이 밝혀졌기 때문.

사실 업커밍 무비스가 이 영화를 다루기 시작한 것은 4년 반 전인 1999년 1월이었다. 슈미츠는 이 영화가 제작될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쓴 ‘그레그의 프리뷰 생각’ 코너에 “… 서로 다른 공포영화 장르의 혼성이라는 측면에서 이 영화는 <프랑켄슈타인 늑대인간을 만나다>와 같은 영화에 대한 오마주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질지는 예상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단, 두 주인공간의 대결이 어떻게 끝날지 궁금해하는 팬들이 극장 앞에 늘어설 것은 당연해 보인다”라는 글을 남겼다. 그뒤로 슈미츠는 두 캐릭터를 연기할 배우들에 대한 소식, 브래드 렌프로의 출연에 대한 소문, 우인태 감독의 선정 소식 등을 꾸준히 전하면서 이 영화에 대한 네티즌들의 궁금증을 하나둘 풀어주는 동시에 더 많은 궁금증을 자아내는 데 성공했다.

놀라운 것은 처음 <프레디 vs. 제이슨>에 대한 코너를 개설한 이후 영화가 개봉되기 전까지, 이 영화가 ‘네티즌이 가장 많이 방문한 프리뷰’ 리스트의 10위 이내에 항상 올랐다는 사실이다. 수많은 블록버스터영화들이 제작되고 개봉되는 그 긴 시간 동안 꾸준히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이 영화의 성공 가능성을 대변해준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 그 사실은 얼마 전 <할리우드리포터>를 통해 “Film Web Sites Say Fans Were ‘Freddy’-Ready”라는 제목의 기사로 보도되기도 했다. 기사는 그간 이 사이트를 통해 보여진 네티즌들의 관심도로 보건대 영화의 흥행결과는 그리 놀랄 만한 것이 아니라고 단정지었다. 또한 영화의 흥행을 주식 거래의 형태로 점쳐보는 사이트인 할리우드 스탁 익스체인지 사이트에서 이 영화의 주가가 개봉 4주 전부터 빠르게 상승했다는 사실을 또 다른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그뒤로 업커밍 무비스에서 어떤 영화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가에 대해 할리우드 배급사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는 사실. 8월 말 현재 ‘네티즌이 가장 많이 방문한 프리뷰’ 리스트에 올라와 있는 영화들 중에서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 시리즈와 같이 흥행이 확실한 영화들을 제외하면, 할리 베리와 샤론 스톤이 주연을 맡을 것으로 알려진 <캣우먼>, <프레디 vs. 제이슨>에 버금가는 콤비를 이룰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74년작을 리메이크해 마이클 베이가 제작한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 등이 눈에 띈다. 이중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10월에 개봉예정인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 일반적인 예상은 대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쪽이지만, 네티즌들의 반응은 또 한번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성적을 기대하게 만들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결국 <프레디 vs. 제이슨>이 성급한 일반화를 만들어낸 것인지, 아니면 네티즌들의 관심이 실제로 흥행과 연결되는지는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이 개봉되는 10월이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철민/ 인터넷 칼럼니스트 chulmin@hipop.com

<프레디 vs. 제이슨> 공식 홈페이지 : http:// www.freddyvsjason.com

업커밍 무비 홈페이지 : http://www.upcomingmovi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