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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코드`만` 가득한 영화,<언더월드>
김혜리 2003-09-23
■ Story

수백 년에 걸친 뱀파이어 종족과 라이칸(늑대인간) 종족의 전쟁은, 라이칸의 우두머리 루샨(마이클 신)이 제거됐다는 소식과 함께 휴지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라이칸족의 역습 기도를 감지한 뱀파이어 전사 셀린느(케이트 베킨세일)는 라이칸이 필사적으로 쫓는 인간 마이클(스콧 스피드먼)의 정체를 캐기 시작한다. 무능한 뱀파이어 지도자 크레이븐(셰인 브롤리)은 마이클에 대한 셀린느의 관심을 질투하여 방해하고 셀린느는 그녀의 후견인이자 흡혈귀의 제왕인 빅터를 ‘동면’에서 깨운다.

■ Review

창백한 만월이 걸린 도시의 아득히 높은 지붕에서 케이트 베킨세일이 가죽 옷자락을 나부끼는 <언더월드>의 포스터 이미지는 시선을 붙든다. <매트릭스>와 <블레이드>풍의 매끈한 광택과 고딕 호러의 정취가 묘하게 어울려 보기좋은 퓨전 요리처럼 마음을 동한다. 그처럼 <언더월드>는 잠재력이 든든한 영화다. 통상 단독주연만 고집해온 늑대인간과 흡혈귀를 맞대결시킨다는 아이디어도 솔깃하고, <로미오와 줄리엣>풍의 불운한 로맨스를 끌어들인 스토리 구도도 그럴듯하게 들린다. 하나의 코드만 제대로 건드려도 불평할 욕심쟁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언더월드>에는 마가 낀다.

영화는 뱀파이어 엘리트 전사단 ‘데스딜러’에 소속된 주인공 셀린느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부다페스트 시내를 굽어보던 셀린느는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이 상대를 멸종시키기 위해 피흘린 내력을 읊조리고 지상으로 몸을 날린다. 정황을 설명했으니 액션의 시범을 보일 순서. 지하철역에서 벌어지는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첫 번째 결투는 뜻밖에도 송곳니와 발톱이 부딪치는 육박전이 아니라 범용한 인간이나 할 법한 총격전이다. 하지만 문제는 무기의 종류가 아니라 공격과 대응의 흐름을 파악하기 힘든 혼란한 편집이다. 경중을 가리지 못하는 오류는 영화의 다른 부분에도 퍼져 있다. <언더월드>는 선악의 경계가 모호하다. 갈등구조가 세련되어서가 아니라 관객이 마음 졸이며 주목할 만한 가치의 대립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라이칸족을 일으킬 혈통의 남자를 손에 넣기 위해 투쟁하고 뱀파이어 지도자와 마찰을 빚는 셀린느의 모험이 줄거리이긴 하나, 복잡한 내통과 배신, 해묵은 비밀이 두서없이 폭로되면서 인물과 행위의 필연성은 흐려지고 관객도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 된다. 그나마 끝까지 남는 ‘적’은 피의 순수성에 광분하는 인종주의지만 혼혈하면 만사형통이라는 해법도 못지않게 단순한 세계관이다.

긴장이 솟구치는 대목도 없지 않다. 양쪽 진영이 마이클을 납치하기 위해 동시에 쇄도하는 장면이나 늑대인간으로 변신하는 특수효과는 박력있다. 그러나 성공적인 디테일이나 말많은 해설, 수선스런 음악으로 땜질하기에 <언더월드>의 플롯과 편집은 너무 성깃하다. 짐짓 속편을 암시하는 결말에 이르면 다음 보름달 뜨는 날이 내심 두려워질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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