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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도 자~연스럽게,<내추럴시티> 특수촬영 문병용
심지현 2003-10-08

문병용(38)씨는 특수촬영 업계에서 유명인사다. <꽃잎>과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일곱가지 이유>를 통해 충무로에 데뷔한 뒤, <비트> <아마겟돈> <은행나무 침대> <퇴마록> <내츄럴시티>까지 화면 좀 산다는 영화에 모두 참여한 이력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손을 대는 화면은 한눈에 봐도 어색함이 없이 자연스럽다. 말 그대로 프로의 솜씨를 여지없이 과시한다. 보통 CG가 첨가되면 화면이 “서게” 마련이지만(서다: 매끄럽게 넘어가지 못하고, 어색한 느낌에 눈이 딱 멈춰선다는 표현), <내츄럴시티>를 보고 있노라면 심한 거슬림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그는 감독을 구슬려 미니어처 대신 과감한 매트 촬영을 감행하기도 했다.

흔히 블루 매트, 혹은 매트 촬영이라고 불리는 트래블링 매트는 파랗게 칠한 판(블루 매트) 앞에서 피사체를 촬영한 뒤 이것을 현상소에 보내어 미리 촬영한 배경 영상에 이중으로 인화하여 합성하는 것인데, 최근 할리우드에서 실제 촬영과 거의 흡사한 합성장면을 보여주는 것에 조금도 뒤지지 않은 장면들이 <내츄럴시티> 곳곳을 장식한다. 여느 SF영화들은 미니어처 촬영과 CG가 50:50으로 쓰이는 반면, 이 영화는 20:80 정도로 CG 사용이 특히 많은 편. 시온이 살고 있는 폐허도시 위로 무요가가 나는 장면에선 미니어처로 제작한 무요가를 먼저 찍고, 그 배경이 되는 도시장면을 합성해 넣었는데, 폐허도시의 암울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위해 일일이 손으로 배경을 그려넣는 수고도 불사했다고. 문 감독은 이번 미니어처 작업, 특히 무요가 장면을 찍으면서, 비행선 바닥의 디테일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느꼈단다.

보통 비행선이 등장하는 화면은 대부분 앙각(low angle)을 사용해 비행선 바닥이 세밀하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밑바닥 부분이 디테일하게 디자인된 비행선 미니어처 제작이 중요하다는 것. 첫 장면, 리아와 R이 벤치에 앉아 있는 환상적인 바닷가신은 민병천 감독이 CF를 찍으러 몰디브로 갔을 때 따놓은 영상자료를 바탕으로 때깔을 더욱 화사하게 입힌 결과다. 광화문 거리를 폐허로 만든 미니어처 세트는 20평 규모의 방에 크고 작은 미니어처를 빼곡히 채우느라 구슬땀을 흘렸건만, 정작 많이 활용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컸다. 세밀한 부분의 묘사에는 쓰기 어렵고, 다만 배경장면으로 몇 장면 흘려넣었을 뿐이다. 자신의 학교 후배기도 한 민 감독이 어렵지만 큰일을 해낸 것 같아 기특하기만 하다는 그는 현재 <마징가 Z> 참여를 앞두고 있다. 그가 몸담고 있는 (주)매커드는 <쉬리> <유령>의 디지털 특수효과를 담당한 특수촬영 전문업체다. 글 심지현 simssisi@freechal.com·사진 오계옥 klara@hani.co.kr

문병용 프로필 1966년생 · 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 87학번 · 현재 (주)매커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근무 · <꽃잎>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7가지 이유> <아마겟돈> <은행나무 침대> <마지막 방위> <퇴마록> <축제> <노는 계집 창> <내츄럴시티> 디지털 특수효과 담당·현재 <마징가 Z> 준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