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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래된 `로맨틱의 여왕`,<케이트 & 레오폴드>
■ Story

부를 위해 원치 않는 결혼을 해야 하는 1876년 뉴욕의 공작 레오폴드(휴 잭맨). 그는 어느 날 조그마한 기계를 눈에 대고 이곳저곳을 누비는 이상한 남자를 발견하고 그를 추격하던 중 다리에서 떨어진다. 눈을 떠보니 이곳은 2001년의 뉴욕. 한편 광고회사의 중역으로 일하는 커리어우먼 케이트(멕 라이언)는 아파트 위층에 사는 헤어진 남자친구 스튜어트가 126년 전 과거로부터 데려온 희한한 복장의 남자 레오폴드와 조우하게 되고 두 사람은 이내 사랑에 빠진다.

■ Review

어떤 여자에게나 여왕처럼 살고 싶은 욕구가 있다. 나를 위해 의자를 빼주고, 바이올린 선율이 가득 찬 저녁을 준비하고, 달콤한 아침상을 차려줄 남자에 대한 로맨틱한 환상. <케이트 & 레오폴드>는 이런 100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낭만적인 사랑’에 대한 여성들의 판타지에 기대는 영화다.

‘백마 탄 왕자님’이란 진부한 수식은 케이트의 지갑을 훔쳐 달아나는 도둑을 레오폴드가 백마를 달려 잡아내는 순간 구체적으로 다가오며, 다정스럽게 꽃말을 외워 정성스럽게 편지를 쓰고, 정중하게 사랑을 구하는 레오폴드의 구식 사랑방식은 일방적이고, 독단적이고, 인내심 부족한 현대 남성들의 연애법을 부드럽게 꾸짖는다.

하지만 처음엔 갑작스런 공해 때문에 눈이 붉게 충혈되었던 레오폴드가 100년의 시간차를 너무 쉽게 극복하는 것이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서… 중력의 법칙을 이용해서…”라는 장광설을 늘어놓긴 하지만 스튜어트가 어떻게 ‘시간의 통로’를 찾아냈는지는 영화에서 그다지 설득력 있게 설명되지 않는다. 이런 과학적 증명에 대한 의도적인 간과는 케이트와 레오폴드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어려움 없이 만드는 반면 두 사람의 사랑이 어떤 식으로 마무리될 것인가에 대한 긴장감 역시 떨어뜨리는 것이 사실이다.

오랫동안 로맨틱코미디의 ‘여왕’ 자리를 내놓지 않았던 멕 라이언의 ‘왕위계승식’은 초읽기로 다가온 듯하지만, <엑스맨>의 울버린으로 등장해 야생의 매력을 보여주었던 휴 잭맨은 격조있고 다정스런 연기를 통해 새로운 ‘로맨틱 기사’의 작위를 사사받을 듯. <처음 만나는 자유> <캅랜드> 등을 연출했던 제임스 맨골드가 연출했으며 미국 개봉 뒤 2년 만에 국내 관객을 찾으며 감독의 최근작 <아이덴티티>와 함께 두편이 동시에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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