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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발랄한 캐릭터 코미디의 진수,<깝스>
심지현 2003-11-04
■ Story

10년째 범죄율 제로인 작은 마을. 이 마을의 경찰관인 베니, 야곱 그리고 라세 부부는 하릴없이 시간만 죽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본부로부터 범죄가 없는 마을의 경찰서를 폐쇄한다는 통보가 내려온다. 비록 꽃밭을 망가뜨리며 방황하는 소를 쫓는 게 전부지만 그들은 그들의 일을 사랑한다. 경찰서를 지켜야 한다. 어떻게?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경찰서 폐쇄에는 범죄율 상승으로!!!

■ Review

스웨덴 영화 <깝스>는 부천영화제에서 일찌감치 전회매진을 기록하며 영화제 내내 입소문이 활발하게 퍼졌던 영화다. 해외에서도 그 재기를 인정받아 이미 배우이자 제작자인 애덤 샌들러에게 판권이 팔린 상태다. 15살부터 영화를 만든 요제프 파레스 감독은 재기발랄하고 기상천외한 캐릭터코디미에 탁월한 재능을 보인다. 장편 데뷔작 <얄라! 얄라!>(2000)에서는 스웨덴에 이주해 살고 있는 레바논 사람들의 척박한 이민 현실을 엉뚱하면서도 어수룩한 등장인물을 통해 따뜻한 코미디로 그려낸 바 있다.

깝스는 우리말로 치면 짭새에 해당하는 속어로, 이 영화의 주인공이 하릴없이 빈둥대는(심지어는 범죄를 ‘기획’하고야 마는) 불량 경찰들임을 암시한다. 10년째 범죄가 한건도 발생하지 않아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한 경찰관들은 급기야 스스로 범죄를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햄버거 가게 앞 쓰레기통에 불을 놓았다가 가게 전체를 홀랑 태워먹는가 하면, 슈퍼마켓에서 소시지를 훔치고, 멀쩡한 차를 백주의 도로 위에서 덤블링시킨다. 과연 이런 소동으로 철거 직전의 경찰서를 지킬 수 있을까. 이들이 조용한 마을을 쑥대밭으로 바꾸는 이유는, 사실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재밌는(?) 경찰일을 그만두어야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파레스 감독은 이전의 스웨덴 감독들이 보여주던 엄숙하고 진지한 주인공들의 모습을 비틀고 조롱한다. 겁 많고 감상적이며, 할리우드 액션영화에 열광하고, 여자 앞에 서면 한없이 소심해지는 요즘 스웨덴 젊은이들의 모습을

과장기 어린 말투로 그려낸 감독은, 영화 내내 “웃기지? 아님 말고” 하는 식의, 어깨에서 힘을 뺀 코믹 언어를 구사해 관객의 엄숙주의를 해제한다. 현실에선 뜨개질이 취미지만, 상상 속에서는 인질로 전락한 마을 주민을 구해내는 용감한 경찰관인 베니는 스웨덴의 ’송강호’ 토켈 페터슨이 맡았다. 어리버리한 숫총각 야곱은 감독의 형 파레스 파레스가 열연한다. 데뷔작인 <얄라! 얄라!>도 수입이 결정되어 그의 독특한 영화 라이브러리를 감상하는 게 가능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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