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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걸작선] 한국 근대사의 대서사,<김약국의 딸들>
박은영 2003-11-12

EBS 11월16일(일) 밤 11시

유현목 감독의 <김약국의 딸들>은 <토지>로 유명한 박경리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문예영화이다. 문예영화는 1960년대 한국영화에서 일종의 주류 장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군사 쿠데타 이후 대부분의 예술작업들이 현실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하기 힘든 상황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특히 유현목 감독은 문예영화를 많이 만든 감독이기도 한데,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이범선 원작의 <오발탄>(1961)을 비롯해 황순원 원작의 <카인의 후예>(1968) 등이 대표적이다.

작품의 무대는 개항 시기 경남 통영이다. 20년간 한약국을 경영하는 아버지에게는 네딸이 있고, 그 네딸은 각각 성격이 판이하여 통영에서는 ‘김약국집 딸들’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읍내에서 입방아가 자자하다.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된 첫째딸, 신여성이 된 둘째딸, 말괄량이 셋째딸, 기독교 신자인 넷째딸. 한창 잘 나갔던 김약국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리고 차츰 딸들의 결혼과 복잡한 사생활로 몰락의 수렁으로 빠져들어간다는 게 큰 줄거리이다.

개항이라는 급변하는 시대적 상황을 김약국의 네딸들의 기구한 인생유전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이 영화는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유현목 감독 특유의 리얼리즘적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인간의 광기와 탐욕을 그려내는 데 일가견이 있는 유현목 감독답게 의욕적이고 힘있는 연출이 잘 드러난 영화이다. 게다가 김약국의 딸들로 분한 당시 최고의 여배우들의 연기와 예술적인 촬영, 경상도 방언으로 이루어진 대사의 아름다움 등이 독톡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1960년대 한국영화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이승훈/EBS PD agonglee@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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