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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진흙 어린이
2001-01-06

인터넷 전용, 아드만 스튜디오의 신작 <앵그리 키드>

개인적으로 아드만 스튜디오와는 참 인연이 많았다고 할 수 있다. 일단 <월레스와 그로밋>이 KBS를 통해 처음 방영되었을 때 우연히 보고는 광분한 것을 시작으로, 몇년 뒤 우연히 <월레스와 그로밋>을 만든 아드만 스튜디오의 홈페이지를 찾아내고는 기쁜 마음에 <씨네21>에 소개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전자상거래라는 말이 막 나오기 시작할 무렵인 97년 초엔 인터넷을 통해 미국의 AV전문점으로부터 <월레스와 그로밋>의 LD를 구매했고, 아드만 스튜디오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된 캐릭터 상품들을 구매하기도 했다. 그럴 정도니 <월레스와 그로밋>이 국내에 개봉되었을 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서너번 본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질긴 인연의 백미는 97년 세계 2대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중 하나인 프랑스 앙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갔다가, 우연치 않게 <월레스와 그로밋>의 닉 파크 감독을 만났던 사건이었다. 사진으로 볼 때와는 달리 자신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처럼 상당히 재미있게 생긴 그는, 한 동양인 남자의 사진 촬영제의를 흔쾌히 받아주고는 웃는 얼굴을 하며 시상식장을 빠져나갔다. 그런 인연과 애정 때문인지 닉 파크와 아드만 스튜디오가 본격적인 장편 작업을 하기 위해 드림웍스와 손잡고 <치킨 런>을 제작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는, 혹 아드만 스튜디오만의 색채가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움과 함께 뭔가 걸작이 나올 것 같다는 기대감도 가지게 되었다.

물론 <월레스와 그로밋>에는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지만, 아드만 스튜디오의 입장에서 보면 <치킨 런>은 할리우드에서의 첫 작품으로 아주 적절한 결과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할리우드와의 타협에서 자신들의 색채를 그 정도로 유지한 것만으로도 일단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어느 한쪽에서는 아드만 스튜디오가 ‘돈’을 위해 할리우드의 하청업체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의구심은 아드만 스튜디오가 지난 5월 초부터 선보이고 있는 혁신적인 클레이메이션 <앵그리 키드>에 대해 알게 되면 말끔히 가시게 된다.

<앵그리 키드>는 아드만 스튜디오 소속의 감독 다렌 월시가 창조한 새로운 클레이메이션 시리즈다. 중요한 것은 <앵그리 키드>가 기존의 아드만 스튜디오의 작품들과는 달리 인터넷을 통해서만 공개되고 있다는 사실. 특히 인터넷영화를 주도해가고 있는 아톰필름즈닷컴과의 전략적인 제휴를 통해 <앵그리 키드>가 탄생했다는 사실은 아드만 스튜디오가 인터넷을 본격적인 배급 채널로 이용할 것이라는 점을 강하게 암시한다. 얼마 전에 소개했던 팀 버튼 감독의 <스테인보이>처럼 일종의 웹피소드 형식으로 매주 한편씩 공개되고 있는 <앵그리 키드>는, 매 웹피소드가 1분에서 2분 사이의 길이이며 12월20일 현재까지 24편이 공개되었다.

이 <앵그리 키드>의 주인공은 한 때 유행했던 검정색 파카를 입고 조금은 황당한 머리모양을 한 ‘앵그리 키드’다. 중요한 것은 이 앵그리 키드가 웹피소드마다 벌이는 행각이 그야말로 ‘엽기적’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그의 여동생과 보모까지 가세해 벌이는 엽기 행각들은 우리나라를 휩쓸고 갔던 ‘엽기열풍’과 딱 맞아떨어진다. 오죽하면 아드만의 영화와 TV 프로덕션을 관장하고 있는 마이클 로즈가 “<앵그리 키드>는 무례하고, 불손하며, 가족이 함께 보는 데는 당연히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오히려 인터넷에 최적이다”라고 말했을까. 이렇게 내용과 배급형식에 있어서 아드만 스튜디오의 기존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실험성을 가지고 있는 <앵그리 키드>는 대체적으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중이다. 첫 7주 동안 100만여 네티즌들이 관람을 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준다. 또한 웹피소드 중 하나인 <뼈다귀>(Bone)가 올해 칸영화제 단편경쟁 부문의 후보에 오르고 발라돌리드 국제영화제에서는 단편부문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해 작품성 또한 인정받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아드만 스튜디오는 <앵그리 키드>를 통해 기존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함과 동시에 새로운 실험들도 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더불어 이미 2002년을 목표로 드림웍스와 다시 손잡고 장편 <토끼와 거북이>를 제작하고 있으며, 2004년에는 <월레스와 그로밋>의 장편버전을 개봉할 예정인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여하튼 지금까지 단 한번도 관객에게 실망을 안겨준 적이 없는 아드만 스튜디오가 앞으로 선보일 작품들에서도 같은 결과를 만들어내기를 바라는 것은, 비단 개인적인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이철민/ 인터넷 칼럼니스트bandee@cholian.net

아드만 스튜디오 공식 홈페이지

http://www.aardman.com/

<앵그리 키드> 공식 홈페이지

http://www.angrykid.com

<치킨런> 영국 공식 홈페이지

http://www.chickenrun.co.uk/

<치킨런> 팬사이트

http://www.spielberg-dreamworks.com/chickenr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