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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의 전쟁 스펙터클, <반지의 제왕3:왕의 귀환>
박은영 2003-12-16
절대악에 맞서기 위한 인간들의 동맹, 작고 약한 호빗의 양심은 중간계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사상 최대의 전쟁 스펙터클과 휴먼드라마에서 그 해답을 보다.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은 스토리와 스펙터클, 모든 면에서 3부작의 정점을 이룬다. 특히 “프로도와 샘의 관계가 이 영화의 핵심”이라는 피터 잭슨의 변은, 가장 무력하고 미천한 존재 호빗(특히 샘)에게서 세상의 희망을 본 원작자 톨킨의 뜻과도 통한다.

“긴 여정이었어.” 반지원정대가 돌아왔다. 제작진에겐 7년, 관객에겐 3년, 원작에선 13개월에 걸친 여정이 끝났다. 무사히. <스타워즈>나 <매트릭스>와 달리 원작의 든든한 백이 있고, <해리 포터>와 달리 3부작을 동시에 촬영한 <반지의 제왕>은 비교적 쉽고 안전한 기획처럼 보였지만, 그 원작이 고명한 판타지의 고전이고, 실사영화로 만들어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에, 문제가 달랐다. 원작자의 후손부터 스튜디오 수장까지 누구도 미더워하지 않았던 <반지의 제왕>은 그러나, 시종일관 관객의 기대를 앞지르며, 영화사의 위대한 ‘사건’으로 자리매김했다.

완결편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은 스토리와 스펙터클, 모든 면에서 3부작의 황홀한 정점을 이룬다. 아라곤은 사우론의 침공을 막아내기 위해 곤도르 왕국의 후계자인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프로도는 모르도르로 다가갈수록 절대반지의 사악한 힘에 이끌린다. 투사와는 거리가 먼 메리와 피핀, 에오윈마저도 “피할 수 없는 전쟁”에 뛰어들고, 프로도는 한쌍의 천사와 악마처럼 그 곁을 맴도는 샘과 골룸 사이에서 위태롭게 흔들린다. 희박하긴 하지만 희망도 있다. “프로도와 샘의 관계가 이 영화의 핵심”이라는 피터 잭슨의 변은, 가장 무력하고 미천한 존재 호빗(특히 샘)에게서 세상의 희망을 본 원작자 톨킨의 뜻과도 통한다.

안으로 인물들의 격정적인 감정과 복잡한 심리를 파고드는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이 겉으로 구현해낸 전쟁 스펙터클은 다부지고 현란하다. 헬름 전투의 20배에 달하는 펠렌노르 전투에서는 1부와 2부에 잠깐씩 등장했던 사우론의 피조물(트롤, 나즈굴과 익룡, 코끼리 괴물 무마킬)이 떼로 등장하며, 아라곤이 불러들인 사자(死子)들의 군대도 맹위를 떨친다. 곤도르의 성곽 도시 미나스티리스와 바랏두르의 사우론 요새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전쟁 스펙터클은 실사와 미니어처, CG 캐릭터의 매끈한 어울림으로 빛을 발한다. 프로도와 샘을 위협하는 거미 괴물 쉴롭의 위용과 업그레이드된 골룸의 원맨쇼도 빠뜨릴 수 없는 볼거리.

원작에선 2부에 등장하는 쉴롭의 에피소드는 프로도와 샘의 여정 막바지에 펠렌노르 전투에 버금가는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아껴두었던 카드. 절대반지를 파괴한 뒤 샤이어에서 사루만과 전쟁을 벌이는 설정은 아예 배제했고, 데네소르와 파라미르의 비뚤어진 부자관계 등 곁가지 이야기들은 과감히 압축했다. 이처럼 ‘절대반지’를 중심으로 재구성한 서사에 아쉬움을 느끼는 관객이나 반지원정대의 모험이 끝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팬들에겐, 극장판에서 1시간 이상 불어난 DVD 확장판이 남은 희망이자 위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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