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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만화적 상상력, <구루>
박혜명 2004-01-27

<러브 액츄얼리>의 메세지와 <춤추는 무뚜>의 형식이 만난 사랑예찬 전도서

인도영화의 춤과 노래 대신 할리우드영화 <그리스>에 반했던 인도 소년 라무(지미 미스트리)는 존 트래볼타를 모방한 댄스 강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배우가 되겠다며 미국 뉴욕으로 날아간다. 그러나 배우 지망생이 널린 그곳에서 밑천도 없고 심지어 백인종도 아닌 라무가 성공하기란 요원하다. 멋모르고 오디션을 봤다가 포르노영화를 찍게 된 라무는 이 업계의 프로배우 샤로나(헤더 그레이엄)에게 “남들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섹스를 즐기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마음가짐을 중시하는 이 ‘섹스 철학’은 뉴욕의 상류계층 사람들에게 종교로 오인되고, 이를 어설프게 발설했던 라무는 졸지에 ‘섹스 전도사’로 대접받는다. 인도의 댄스교습소 안에서 가죽바지를 입고 췄던 마카레나가 뉴욕의 고급 펜트하우스 안에서 신성한 종교인 복장을 하고도 똑같이 반복되면서 라무는 굉장한 신뢰를 얻는다.

뉴욕에 심겨진 이방인, 동양 문화에 대한 서양인의 무지함 등을 깔고 있긴 해도 <구루>는 크로스컬처 혹은 타문화를 인식하는 태도에 대해 교훈하려는 전도서가 아니다. ‘두려움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으로 즐기는 진정한 섹스는 영혼을 만나게 해준다’는 섹스 전도사의 ‘가르침’처럼, <구루>는 고단한 현실을 사는 인간에게 진정한 행복이란 진실함으로 만나는 사랑에 있다고 말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영화는 게이 커플을 무리하게 등장시키고 반목하는 부부에겐 너무나 간단히 화해를 선물하기도 한다. 배우가 될 꿈 하나로 미국에 온 라무가 겪는 고생담이나 섹스를 신성한 테라피로 섬기는 뉴욕 상류계층의 한심한 일면 같은 현실묘사가 섬세한 관찰력 이상의 날을 세우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 영화를 유니버설과 공동제작한 회사는 영국의 워킹타이틀이다. 다시 말해 <구루>도 워킹타이틀의 다른 영화들처럼 제법 똑똑한 현실감각을 갖추되 그러한 현실에서 만나기 힘든 판타지를 반드시 이루어내는 영화다. 이러한 성향을 단적으로 보여준 <러브 액츄얼리>가 화사하고 매끈했다면 <구루>는 좀더 소박하고 거칠 뿐이다. <구루>는 “지금 있는 모습 그대로의 당신을 사랑해요”라는 빌리 조엘의 노래가사를 인도영화의 형식 속에 밀어넣고 만화 같은 상상력으로 모든 것을 마무리한다. 어찌나 천연덕스러운지 한숨이 다 나오지만, 모두가 환히 웃는 그 세계를 삐딱하게 바라보기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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