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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기대하는 게임같은 영화, <스파이 키드 3D : 게임 오버>
김용언 2004-02-10

로버트 로드리게즈, 3D 비디오 게임 업계로까지 진출하다. 적청색 안경을 끼고 구경하는 84분간의 입체적 가족 게임의 진상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스파이 키드 3D: 게임 오버>는 온통 기시감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니, 부분적으로 3D를 차용하여 50년대 할리우드공포영화들, 혹은 <스파이 키드> 시리즈의 전작들과 <매트릭스>(게임 속에 들어가면 자연적으로 게임 유저가 되어 능력을 전수받는 주인공)는 차치하고서라도 기시감을 넘어선 또 다른 기억 착오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영화 자체에 대해 포화상태의 지식을 요구하는 영퀴들, 혹은 우리의 여가시간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비디오, 컴퓨터, 오락실 등등의) 게임들. 아마도 이 영화가 주는 이상한 감회는 예전에 100% 디지털 ‘배우’들로만 이루어졌던 <파이널 환타지>가 슬쩍 안겨주었던 영화의 위기감 같은 것에 비견될지도 모른다.

영화가 시작하면 마치 게임의 스타트처럼 ‘설명’이 뜬다. “주인공 중 하나가 안경을 쓰면 따라서 입체안경을 쓰세요. 눈이 정 피곤하면 나가서 팝콘이랑 콜라를 사드세요. 하지만 그러면 벌써 4천원이 깨지겠죠? 그냥 꾹 참고 영화를 즐기는 편이 낫죠!” 이제 꼬마 ‘데스페라도’ 주니가 어떻게 ‘게임 오버’라는 게임업계에까지 진출하게 되는가가 빠른 페이스로 진행된다. 앞으로의 세계를 책임질 젊은 세대를 포섭하는 것이 세계 정복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파악한 악당 토이메이커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종류의 대표적 게임 내러티브에 충실하도록 게임의 5단계를 짜놓았다. 게임 속의 거대 병기와 게임 플레이어의 일체화, 아이맥스 영화관에서나 느낄 법했던 메가 레이싱의 무시무시한 속도감, 시간과 공간의 유연한 편성(이것이야말로 <스파이 키드 3D: 게임 오버>가 가장 선호하는 게임 내러티브의 핵심일 것이다). 최소한의 전제(누나 카르멘과 세계 어린이들을 토이메이커로부터 구출한다)만 깔아둔 채 <스파이 키드 3D: 게임 오버>는 어린이들이 게임에서 기대하는 모든 것을 우선적으로 구현하고자 한다. 감각기관(특히 시각과 청각)에 무조건적으로 호소해 들어오는 자극들이 넘쳐나며, 양념처럼 끼어드는 성인배우들의 카메오 출연에 피식피식 웃다보면 어느새 게임은 끝나 있다. 그리고 출연진 모두가 가족을 위하여! 라고 파이팅을 날리는 광경 이후 영화는 정말 끝나버린다. 이른바 ‘가족 게임’인가. 하지만 게임의 (유저가 아닌) 시청자일 수밖에 없는 <스파이 키드 3D: 게임 오버>의 관객은 어쩐지 남의 잔치 구경만 하다 빈손으로 나온 떨떠름한 기분으로 극장 문을 나설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뭘 한 거였지? 그렇다고 리셋을 누를 수도 없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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