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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하게 한글화된 코믹 호러 게임, <굴리스>

장르 액션

배급 세중게임박스

플랫폼 Xbox

언어 한글자막

최소 수천줄의 텍스트가 담긴 스프레드 시트 파일에서 시작되는 ‘한글화’는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짧은 일정상 공동 번역을 택했다면, 누군가 한명이 모든 어휘를 통일시키는 과정을 챙겨야 하고, 다음으로는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며, 스토리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문장은 없는지 점검하는 작업이 이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게이머는 스테이지가 바뀔 때마다 캐릭터의 대사가 이유없이 존댓말과 반말을 오가거나, 중세기사의 무기인 ‘Morning Star’가 ‘새벽별’이라고 번역되는 광경에 실망과 분노를 느끼게 되니 말이다. 다행인 것은, 각종 가정용 게임기가 보급되고 다양한 대중문화 분야에서 활동하던 새로운 인력이 충원된 게임업계에, 한글화란 외국 게임을 우리의 하드웨어 환경으로 에러없이 옮기기만 하면 끝나는 ‘단순 엔지니어링’이 아닌, 또 하나의 ‘콘텐츠 생산’이라는 공감대가 서서히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 뛰어난 한글화 타이틀이 속속 발매되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리라.

이번주 게임 <굴리스>는 캐릭터의 개성이 잘 묻어나게 다듬어진 대사가 돋보이는, 훌륭한 한글화 게임이다. 폭풍우를 피해 들어간 고성의 주인에게 여자친구를 납치당한 청년의 활약을 그린 <굴리스>의 가장 큰 강점은 화려한 프레젠테이션. 만화책을 넘기는 듯한 스토리텔링, 셀 셰이딩 기법의 귀여운 그래픽, 그리고 귀에 달라붙는 음악이 빚어낸, 마치 미국 어린이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게임 화면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충동구매 욕구를 느끼게 한다.

게임의 난이도는 낮은 편. 두개의 엄지스틱만으로도 거의 모든 동작의 컨트롤이 가능하고, 좀비, 미라, 뱀파이어 등의 몬스터 역시 저마다의 공격 패턴만 파악하면 어렵지 않게 물리칠 수 있다. 그리고 싸움 도중 정해진 규칙을 어기면 저승사자가 나타나는 스테이지 구성이나 미션 진행 과정에서 모은 책으로 불러낼 수 있는 별도의 챌린지 모드는 게임 플레이가 단순하고 엔딩이 다소 일찍 찾아온다는 <굴리스>의 단점을 보완해준다.

지나치게 두뇌를 혹사시키지 않으며 즐거운 주말 한때를 보내고 싶거나, 또는 어린이와 함께 즐길 만한 놀잇거리를 찾는 게이머라면, <굴리스>는 제법 괜찮은 선택이 될 것이다.

노승환/ 게임마니아 bakerboy@hanaf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