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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인 가족 멜로드라마 속 빛나는 배우들, <라이프 애즈 어 하우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아버지의 가족 화해 프로젝트, 또는 망가진 가부장의 권위를 회복하려는 무모한 안간힘

인생은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제목이 암시하는 대로 이 영화는 삶을 집에 비유하는 영화다.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아버지(케빈 클라인), 그는 살 수 있는 남은 4개월 동안 낡은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기로 결심한다. 집을 짓는 과정에서 망가진 가족관계를 돌이킬 수 있으리라 여긴 것이다. 과연 집은 완성될 것인가? 무력했던 아버지는 집과 더불어 다시 태어난다.

이야기의 뼈대만으로 짐작이 되듯 <라이프 애즈 어 하우스>는 다소 보수적인 가족 멜로드라마다. 가족의 문제는 가부장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데서 발생한다. 아버지는 이혼을 했고 재혼한 어머니와 함께 사는 아들은 마약에 찌든 문제아다. 직장에서 밀려나고 시한부 판정을 받는 최악의 상황에서 아버지의 권위 회복 프로젝트가 진행되는데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아들도, 헤어진 아내도 잊고 있던 아버지의 넓은 가슴을 그리워하게 된다. 영화의 보수적 태도는 이야기의 밑그림이 되는 선악구도로도 드러난다. 펑크 스타일 분장에 하드코어 음악만 듣고 부모의 말은 귓등으로 흘려듣는 아들, 그는 학교에서도 동성애자로 찍힌 존재다. 아버지는 그 아들의 얼굴에서 장신구를 떼어내는 데 성공하고 아들은 마침내 이성애자라는 증명서를 발급받는다. 아들의 얼굴에서 피어싱과 화장이 사라지는 것이, 동성애자라는 오해가 없어지는 것이 가족이 재결합하는 전제조건이라도 되는 듯한 설정이다.

물론 보수성이 결정적 문제는 아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는 무시무시한 보수성으로 무장하고 있지만 사색의 깊이로 인해 절로 고개를 숙이게 만들지 않는가? <라이프 애즈 어 하우스>는 그렇지 않다. 이 영화는 드라마로서 상당히 허술한 구조물이다. 영화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화해는 은근슬쩍 이뤄진다. 세상과 담을 쌓고 살던 아들은 아버지의 집에 살면서 차츰 착한 아들로 변한다. 가족 구성원 각자의 캐릭터를 유지하면서 감동적인 화해를 만들어낸 <로얄 테넌바움> 같은 영화와 선명한 대조를 이루는 대목이다. 특히 아버지를 싫어하던 동네 주민들이 갑자기 아버지의 집짓기에 합세하는 장면은 설계의 부실함을 보여주는 두드러진 예다. 평론가 로저 에버트가 “지성이 부족한 영화”라고 평할 만하다. 그래도 이 영화가 눈길을 끈다면 그건 케빈 클라인,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두 중견배우의 관록과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에서 아나킨으로 캐스팅된 헤이든 크리스텐슨, <도니 다코>에 나왔던 제나 말론, 두 젊은 배우의 청초한 매력 때문일 것이다. 각본이나 연출에 비해 배우들의 조화가 돋보이는 영화인 셈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마크 앤드러스가 시나리오를 쓰고 <록키>의 프로듀서로 널리 알려진 어윈 윙클러가 연출한 2001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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