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해외뉴스
헬로! 열도의 조선 젊은이들아
2001-06-05

통신원리포트/도쿄

정체성 탐구도 깃털처럼 가볍게, <> 등 신세대 재일통포 영화 봇물

4월21일 개봉된 리상일 감독의 첫 감독작 <>(靑, Chong)이 오전과 심야 상영이지만 장기 상영을 계속하고 있다. 이 작품은 리 감독이 일본영화학교 졸업 작품으로 1999년 제작한 것이며 제29회 로테르담영화제, 제4회 부산국제영화제 등 국내외 영화제에서 공식 초대를 받은 바 있다. 또 일본 젊은 감독의 등용문인 제22회 PIA 필름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를 포함, 4개의 상을 받았다.

<>은 조선학교에 다니는 보통 고등학생 양대성의 일상생활을 유머감각 있게 그린 청춘영화다. 54분짜리 중편작이지만 고등학교 3학년 청년으로서, 그리고 재일 조선인으로서 자기존재의 의미를 찾는 주인공의 모습을 하늘색이 인상적인 말쑥한 화면 안에 잘 그려냈다. 리 감독은 무거운 테마에 정면으로 맞붙으면서도 가벼운 방식을 택해 ‘엔터테인먼트 작품’으로 만들었다. 감독은 재일 조선인이지만 스탭과 배우는 거의 일본사람이었다. 이에 대해 감독은 “내가 테마라고 생각했던 것은 ‘별로 차이는 없다’는 것. 환경이나 가지고 있는 것은 달라도 내용은 일본 사람이나 조선 사람이나 꼭 같다. 그러니까 배우들에게는 자기가 17, 18살 때 어떻게 느꼈는지 생각해서 연기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키네마순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영화를 어떤 장르로 규정짓고 이야기하는 건 삼가야 할 일이지만 요즘 ‘가벼운 분위기의 재일 한국/조선인 영화’가 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도 그중 하나다. 93년 최양일 감독의 <달은 어디에 떠있는가>가 상업과 비평면에서 성공한 뒤 스테레오타입을 넘어서는 ‘재일’, 그러니까 재일 한국/조선인을 주인공로 하는 작품이 등장해왔다. 95년 영국의 영화학교 졸업작품로 제작된 한국계 일본인 나카타 도이치 감독의 다큐멘터리 <오사카 스토리>, 리 감독과 함께 일본영화학교 졸업작품으로 제작한 재일동포 마즈다 데즈야 감독의 98년 작품 <헬로 김치> 등이 그런 작품이다. 소설쪽에서도 비슷한 분위기의 작품이 나오고 있다. 자신을 ‘Korean Japanese’라고 부르는 가네시로 가즈키가 ‘Korean Japanese’ 고등학생의 매일을 대중적인 문체로 쓴 는 제123회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메이저 영화사인 도에이와 한국 스타맥스가 공동으로 영화화하며 10월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공개될 예정이다. 감독은 <해바라기>의 유키사다 이사오, 주연은 TV에서 영화로 활약범위를 넓히고 있는 구보쓰카 요스케. 그 외에도 분위기는 좀 다르겠지만 1950년대 오사카에서 씩씩하게 살았던 재일 조선인의 모습을 그린 소설 <밤을 걸고>를 무대연출가 김수진씨가 영화화할 계획이다. 이런 다양한 ‘재일’ 인재나 이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앞으로 지금까지 해온 것 이상으로 일본영화를 풍부하게 만들어가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도쿄=사토 유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