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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를 자극하는 70년대 인기 형사극의 재탕, <스타스키와 허치>

70년대 텔레비전 인기 형사극의 단순하고 신선한 재탕

70년대 말 미국에서 방영됐던 <스타스키와 허치>는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모았던 형사물 시리즈다. 두 주인공의 목소리를 더빙했던 배한성, 양지운이라는 성우 스타까지 만들어낸 이 드라마는 통쾌한 액션이나 정교한 줄거리, 사건해결보다는 서로 승강이를 벌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았던 두 사람의 코믹한 모습에 집중했다.

이 시리즈를 리메이크한 영화 <스타스키와 허치>는 시대배경부터 이야기까지 텔레비전 드라마가 방영되던 70년대를 그대로 따라간다. 꼬불꼬불 파마머리와 꼭 끼는 청바지의 스타스키와 넓은 깃 셔츠를 입는 허치의 옷차림이나 사사건건 아웅다웅하는 둘의 모습도 텔레비전에서 보던 그대로다.

7달러가 든 지갑을 훔친 소매치기를 잡기 위해 차 몇대를 거덜내는 ‘오바’형 인간 스타스키(벤 스틸러)와 도시의 안전보다는 개인의 안위를 위해 노력하는 ‘수동’형 인간 허치(오언 윌슨)는 경찰서에서 내놓은 자식이라는 이유로 같은 팀을 이루게 된다. 이들이 파트너를 이룬 첫날 베이시티 해안에서 시체가 한구 떠오르고 살인범을 수사하던 중 두 사람은 대규모 마약거래가 살인의 배후에 있음을 찾아낸다.

액션의 스케일이 크거나 이야기 구조가 복잡한 요즘 액션영화가 3D애니메이션이라면 <스타스키와 허치>는 2D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이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악당의 행태와 단선적인 이야기 구조, 소박한 액션 등이 요즘 관객에게는 너무 소박하거나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치어리더들을 유혹하기 위해 기타를 치며 감미로운 포크송을 부르는 허치나 코카인에 취한 스타스키가 디스코 클럽에서 경연을 벌이는 어처구니없는 춤시합도 웃기기는 하지만 요즘 감각으로는 썰렁하게 느껴질 법하다. 반대로 요즘 영화의 과장된 코미디에 싫증난 관객이라면 한 박자 어긋나는 이들의 코믹 앙상블이 도리어 신선하게 느낄 수도 있다. 이미 여러 편에서 호흡을 맞췄던 벤 스틸러와 오언 윌슨 커플은 10여년을 함께 산 부부처럼 느긋하게 보이는 조화를 이룬다. 그동안 영화에서는 별 재미를 못 봤던 스눕 독이 연기한 허기 베어는 영화 내용에서 사실상의 문제 해결사였듯 납작하게 느껴지는 드라마에서 그나마 요즘 감각의 입체감을 부여하는 인물이다.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제3의 주인공이었던 빨간 자동차 토리노의 여전한 기세와 ‘진짜’ 스타스키와 허치, 폴 마이클 글레이저와 데이비드 솔의 깜짝 등장이 그 옛날 텔레비전 팬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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