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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유머, 제4회 서울프랑스영화제
박혜명 2004-06-09

<타임 마스터>Les Maitres du Temps(왼쪽)

<팻걸>A Ma Soeur(오른쪽)

제4회 서울프랑스영화제에서 만나는 프랑스영화 근작들 16편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교류를 위한 행사 ‘랑데부 드 서울’은 음악, 미술, 연극 관련의 공연과 전시 등을 통해 먼 대륙의 나라 프랑스의 문화 공기를 서울에 담겠다는 자리다. 제4회 서울프랑스영화제는 바로 이 행사의 일환이다. 총 26편 가운데 프랑스영화는 16편이 상영되는데, 2000년 이후의 최신작들을 비롯해 전주영화제나 광주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를 통해 국내에서도 소개된 낯익은 작품들이 고루 섞여 있다.

<팻걸>(A Ma Soeur/2000년/93분)은 <로망스> <지옥의 해부> 등 여성의 성적 정체성과 욕구에 관해 논쟁적이고 과감한 태도를 드러내는 카트린 브레이야의 영화다. 아름다운 언니와 살찐 외모로 위축돼 있는 동생. 대조적인 두 자매를 통해 서슴없이 불편함을 던지는 이 영화는, 소소한 유머가 넘치는 전반부와 달리 폭력적인 비극이 모습을 드러내는 후반부의 서늘함이 잔영으로 남을 작품이다. 제51회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공장 노동자인 아버지와 인력자원부에서 일하는 아들의 관계를 그린 <인력자원부>(Resources Humaines/1999년/100분)는 무조건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한 관계가 계급이라는 사회적 갈등의 무게로 어그러졌다가 회복되기까지의 과정을 냉철한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다. <시간의 고용자들>로 제58회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던 로랑 캉테의 데뷔작. 독특한 그림체와 섬세한 줄거리로 깊이있는 상상력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르네 랄루의 두 번째 장편 SF애니메이션 <타임 마스터>(Les Maitres du Temps/1981년/78분/애니메이션)는 외딴 행성에 혼자 남겨진 아이와 그 아이를 구하러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소설을 영화화한 세드릭 칸의 <권태>(L’Ennui/1998년/120분)는 젊고 아름다운 모델을 사랑하게 된 40대의 철학과 교수의 모습을 통해 사랑이란 이름의 열정이 광기어린 집착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철학적 화법으로 그려낸 영화. 특별 상영작인 르네 클레망의 <철로 쟁탈전>(La Bataille du Rail/1945년/85분)은 프랑스의 샬론 쉬르 사온 지역에서 반나치 궐기 운동을 벌인 철도원의 이야기다. 1940년부터 4년간의 시간을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형식을 혼합해 넣은 이 영화는, 부분적으로 독일 압펠켄 호송 방해 사건을 재구성한 장면도 담고 있다.

<철로 쟁탈전>La Bataille du Rail

그리고 에마뉘엘 베아르의 최신작인 <나탈리>(Natalie/2003년/105분)를 볼 수 있다. 애초 예정됐던 베아르의 내한 일정은 사정상 취소됐다. 대신, 네 커플의 결혼을 소재로 한 로맨틱코미디 <결혼>(Mariages/2003년/101분)의 배우 클로에 람베르와 알렉시스 로레가 한국을 찾는다. 자살하려는 남자와 그 자살의 원인이 된 여인을 찾아나서는 또 다른 남자의 이야기 <당신 먼저>(Apres Vous/2002년/110분), 재니스 조플린과 존 레넌이 살아 있다고 믿는 사촌을 꾀어 유산을 가로채려는 부부의 코믹한 사기사건 <자니스와 죤>(Janis et John/2002년/105분), 애정이 식어버린 세 아들의 관심을 되찾고자 꾀병을 꾸며내는 늙은 아버지의 가족드라마 <아버지와 아들>(Pere et Fils/2002년/97분), 조숙한 꼬마가 자신의 상상과 현실 사이에서 좌충우돌하는 성장영화 <나 세자르, 10살반, 1미터39>(Moi Cesar, 10 ans 1/2, 1.39m/2002년/91분) 등은 프랑스영화의 대중적 취향을 부담없이 맛보게 해줄 작품들. 이 모든 영화들은 6월11일부터 1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소극장과 동숭동 하이퍼텍 나다,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만날 수 있다(관련 문의: www.rendez-vous.co.kr, 02-796-0864∼5).

박혜명 morn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