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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 있는 청년으로 살아가기, <스파이더 맨2>
박은영 2004-06-29

더 막강하고 유연해진 스파이더 맨, ‘책임감 있는 청년으로 살아가기’를 고민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하나. <스파이더 맨>의 속편에는 제작 초기에 몇 가지 가제가 따라붙었다. 한때는 <스파이더 맨: 노 모어>였고, 또 한때는 <스파이더 맨: 언마스크드>였다. 스파이더 맨의 ‘회의’와 ‘혼돈’을 너무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어서일까. 결국 ‘2’를 붙인 무난한 제목이 선택됐지만, 가제가 암시했던 내용물까지 달라지지는 않았다. 1편의 막바지에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고 되뇌던 피터/스파이더 맨은 2편에서 “사회적 책임감과 개인적 욕망 사이에서” 극심한 갈등을 겪는다. 무엇이 올바른 삶일까 자문하면서.

샘 레이미는 <스파이더 맨2>를 “책임감 있는 청년으로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깨달아가는 피터의 여정”이라고 소개한다. 알려진 대로 그 여정에서 피터를 옥죄는 것은 사랑과 우정이다. 소극적인 피터에게 지친 메리 제인은 편집장의 아들인 우주비행사와 연인이 되고, 친구 해리는 스파이더 맨이 아버지를 죽였다고 오해하며 복수를 벼른다. 의외의 복병도 나타난다. 피터가 존경하던 핵 물리학자는 실험 도중 사악하고 탐욕적인 괴물 닥터 옥토퍼스로 돌변해, 과학 재단의 운영자가 된 해리와 위험한 거래를 시작한다. 소중한 사람들의 오해와 증오, 존경하던 우상의 배신 앞에 피터/스파이더 맨의 번민은 깊어만 간다.

캐릭터 중심의 드라마에 힘을 쏟은 듯 보이지만, 샘 레이미는 ‘볼거리’에 대한 팬들의 기대 또한 저버리지 않았다. 1편 제작비의 2배에 달하는 2억1천만달러를 받아들었고, 그중 특수효과 부문에만 5400만달러를 투자했다는 것. 가능한 한 모든 것을 ‘실물’로 제작하고, ‘실제로’ 촬영하라는 그의 등쌀에 미술팀은 옥토퍼스의 기계 발을 만들었고, 촬영팀은 ‘스파이더 캠’과 ‘날으는 양탄자’ 등 중력으로부터 자유로운 특수촬영 기법을 익혔다. 뉴욕 도심을 시원하게 활강하는 스파이더 맨의 비행 솜씨, 그리고 기계 발을 휘두르며 엄청난 파괴력을 과시하는 옥토퍼스의 품새가 그럴싸했던 것은 그런 이유다. 점점 더 열렬히 스파이더 맨을 사랑하고 있다는 샘 레이미를 비롯해 토비 맥과이어커스틴 던스트 등은 2007년 여름 개봉을 목표로 제작 중인 3편에 합류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스파이더 맨2>는 오는 6월30일 전세계 150개국에서 동시 개봉하는 관계로, 최종 마감인 6월25일 이전까지 국내 시사회를 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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