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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명쾌한 티격태격 버디무비, <투 가이즈>
김용언 2004-07-06

나쁜 녀석들, 인생 역전은 한방이다. 무조건 돈을 갖고 튀어라!

사채업계의 ‘저승사자’ 중태(박중훈)는 카드 빚이 1500만원에 달하지만 못 갚겠다고 버티고 있는 뺀질뺀질한 유흥업소 대리운전자로 일하는 훈(차태현)을 손봐주러 온다. 돈을 안 갚으면 12시간 뒤에 콩팥을 떼겠다고 위협하며 훈이 일하는 장소까지 따라붙는 중태, 그러다가 만취한 외국인 손님의 대리운전을 하게 된 훈은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서야 차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차 안에 있던 가방을 꼭 찾아오라며 불같이 화를 내는 외국인을 진정시키기 위해 중태가 남고 훈이 가방을 찾으러 가는데, 이 가방을 노리는 중국인 스파이 조직이 보낸 킬러가 외국인을 살해한다. 얼결에 문제의 가방을 손에 넣은 훈과 중태는 그때부터 중국인 스파이 조직과 국가안전정보국 양쪽 모두에게 쫓기게 되는데….

<투 가이즈>의 장점과 약점은 전제에서부터 시작된다. 일단 너무나 직접적인 제목과 배우들의 기용은 영화의 성격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해준다. 악질 채무자와 악질 채권자, ‘투-배드-가이즈’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났고 둘 앞에 엄청난 돈뭉치가 떨어진다. 그들을 쫓는 몇몇 무리가 있다. 어떻게 그들을 따돌리고 돈을 사수할 것인가? 앙숙으로 출발한 관계가 수많은 난관을 거치며 누구도 부럽지 않은 짝패가 되어간다… 라는 익숙한 공식의 버디무비, 게다가 코믹한 터미네이터처럼 등장하는 박중훈과 21세기 버전 ‘토요일 밤의 토니’ 차태현(영화 속에서 차태현은 박중훈과 놀라울 만치 닮았다는 새삼스런 놀라움을 안겨준다)이라는 코믹 아이콘을 내세우면 얘기는 끝이다. <스타스키와 허치> 〈48시간> <나쁜 녀석들> 그리고 <투캅스>로 이어지는 일련의 익숙한 ‘티격태격 버디무비’ 목록의 적자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 익숙함을 어떻게 최대한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데 있다. 내러티브의 디테일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상황이 빚어내는 웃음으로 관객에게 소구해야 할 때, 여기서부터 <투 가이즈>의 ‘과잉’이 시작된다. 욕설의 과잉, 화장실의 과잉, 요란스런 몸짓의 과잉…. 박헌수 감독의 전작 <진짜 사나이>에서 경찰은 그냥 ‘경찰’이었듯이, 여주인공은 그저 ‘아름다운 그녀’였듯이, 여기서 세세한 캐릭터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최대한 단순하게 기호화시키고 서로 극명하게 대조시킴으로써 빚어내는 단순명쾌한 화학작용이 중요하다. 즉 <투 가이즈>는 캐릭터코미디보다는 대신 굵은 외곽선으로 거칠게 그려진 개그 만화의 화법을 스크린으로 옮겨오는 편을 택한다. 악당은 언제나 검은 양복에 선글라스까지 맞춰야 한다. 찜질방 같은 곳에 들이닥칠 때 아무리 검은 패거리들이 비현실적으로 웃기게 보이더라도 할 수 없다. 그리고 절대 폼잡지 마라. 제아무리 홍콩누아르풍의, 웨스턴 스파게티풍의 주인공처럼 근사하게 등장하더라도 결국 비누를 밟는다거나 찜질방 아줌마한테 냄비 뚜껑으로 얻어맞을 수밖에 없을 테니, 혹은 얼굴의 칼자국이 스티커에 불과했음을 들키면서 체면을 구기고 말 테니.

이런 유머의 수법들은 근 몇년간 한국영화에서 너무 자주 보아왔고, 이것의 지난한 나열이 자칫 지루한 과잉으로 비쳐지는 위험은 피할 수 없다. 대신 영화 속 캐릭터들의 ‘유아성’ 때문에 <투 가이즈>가 한껏 구사하는 개그 미학은 그리 밉살스러워 보이진 않는다. 그러니까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전부 아이들이다. 일이 뜻대로 안 풀리면 누군가 자신의 말을 들어줄 때까지 끝없이 비명을 질러대며,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먹어야 하고 추우면 옷을 차려 입어야 하고. 그야말로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이들의 거의 동물적이고 유아적인 몸짓은, 그저 시끄러운 과장처럼 들려 하품을 유발할 수도 혹은 능수능란한 배우들의 난장으로 비교적 흥미롭게 주시될 수도 있다(코미디에 있어 미숙한 슬랩스틱보다 보기 괴로운 것도 달리 없지 않았던가).

덧붙임. 한국적 ‘남성 중심’의 영화에서 대개 그러하듯이 <투 가이즈>에도 동성애에 대한 노골적인 조크가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것은 ‘투 가이즈’, 영화 속 두 주인공이야말로 진정 ‘부부’처럼 보인다는 사실이다. 박중훈과 차태현이라는 배우에게 분홍색 미키마우스 티셔츠를 입혔을 때, 혹은 “아휴, 사치코 나쁜 년” 하고 혼자 킬킬거리며 만화를 볼 때, 달걀이 먹고 싶다며 칭얼거리다 상대방이 말을 안 듣자 팩 토라져서 등돌리고 눕는 장면을 볼 때 이건 영락없이 ‘부부싸움’이다. 앗, 그러고보니 박헌수 감독은 <결혼 이야기>의 각본을 쓰지 않았던가. <투 가이즈>는 혹시 로또에 당첨되기 위해, 그리고 당첨금을 나쁜 놈들의 마수로부터 지키기 위해 싸우는 아옹다옹거리는 버전의 <결혼 이야기>였던가?

:: 박헌수 감독 인터뷰

“다이렉트하고 쿨하게”

<결혼 이야기> <그 여자 그 남자> <화산고> <싱글즈> 등의 코믹한 리얼리티가 생생하게 살아 있는 각본을 썼던 박헌수 감독이 <주노명 베이커리> 이후 4년 만에 연출자로 돌아왔다. 그 자신이 가장 좋아한다고 밝힌 코믹액션 장르에서 그의 경쾌한 상상력이 어떤 식으로 표현되고 있을까?

<투 가이즈>를 준비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나.

각본이 나오기 전에 박중훈과 차태현이 먼저 캐스팅되어 있었다. 뒤에 내가 투입되었고, 코믹하고 즐거운 캐릭터로 인식되어 있는 두 배우의 장점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유쾌한 영화로 만들려 했다.

제목이 굉장히 직접적이라 오히려 작명하는 데 고민이 많지 않았나 싶다.

아니다. <스팅>이나 <내일을 향해 쏴라> 같은 영화들을 생각해봐도 영화의 전체 미장센이나 다른 특징들보다는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퍼드라는 두 배우의 앙상블이 우리에게 훨씬 익숙하고 많은 기쁨을 주는 것 아닌가. 내가 아무리 잔재주를 부려봤자 관객의 99.9%는 배우들이 안겨줄 즐거움에 더 많은 기대를 걸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주석달 필요없이, 다이렉트하고 쿨하게 가는 게 낫겠다 싶었다.

박중훈과 차태현 모두 주로 코미디영화에서 캐릭터를 형성해온 배우들이다. 둘을 조화시키는 데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이라면.

두 사람 다 워낙 천부적으로 연기를 잘하는 사람들이라 따로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시나리오를 쓸 당시에는 박중훈의 캐릭터를 ‘선이 굵다, 다혈질에 직선적인 성격이다’, 차태현의 캐릭터를 ‘능글맞고 뺀질거리고 잔머리를 굴린다’라는 식으로 설정했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선, 두 사람이 자신들의 배역을 이미 체화시킨 상태로 자연스럽게 연기에 몰입했고 애드리브도 스스로 개발해나갔다. 그런 상황에선 캐릭터를 가지고 어떻게 대립구도를 만드는가 등의 계산은 진짜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배우들이 알아서 해내고 있었다. 내가 준비한 콘티를 꺼내보지도 못한 적도 많다.

멋있는 액션이 아니라 거의 치사할 만큼 깨물고 쥐어짜는 식의 황당한 만화 같은 액션들이 주로 등장한다.

사실 말이 안 되는 거지. 내용은 분명 첩보전인데 싸울 때는 깨물고 레슬링하다 끝나고…. 총 한번 제대로 발사 안 되고, 유혈낭자한 장면도 없는 그런 어처구니없고 이상한 액션으로 일관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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