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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청춘들의 사랑 판타지, <늑대의 유혹>

원작소설의 매력, 두명의 꽃미남, 그리고 강한 액션. 길 잃은 청춘들, 스크린에서 다시 사랑을 노래하다

“환하다가 불을 꺼버리면 아무것도 안 보이지만 처음부터 컴컴하고 어두우면 어둠에 익숙해져서 볼 수 있잖아. 난 괜찮아. 난 괜찮아.” 우리는 때론 길에서 환상을 본다. 대낮의 한산함을 지나 어두운 밤이 내리면 세상은 늑대들의 천국으로 변한다. 네온사인에 불이 들어오고 거리에선 술에 취한 젊음들이 비틀거린다. 그들은 허공을 향해 주먹을 날리기도 하고 비를 맞으며 영혼의 상처를 달랜다. 공허한 울부짖음이 거리에 메아리친다. 영화 <늑대의 유혹>은 귀여니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것. 인터넷 소설로 10대뿐 아니라 20대 청춘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원작이 이번엔 스크린으로 걸어들어왔다. 이미 소설을 읽은 사람뿐 아니라 전혀 무지했던 사람이라도 <늑대의 유혹>에 대해 관심을 느낀다면, 이 영화가 두 꽃미남이 출연해 온갖 매력을 과시하기 때문이리라.

평범한 느낌을 풍기는 한경(이청아)은 서울에서 엄마와 함께 살기 위해 말 그대로 갓 상경하여 강신고로 전학을 온다. 그러나 그녀의 서울 생활은 정신적, 신체적 충격의 연속이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누군가가 던진 신발이 날아온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여자들을 구름처럼 몰고 다니는 원조 킹카 반해원(조한선)은 허둥대는 한경의 안쓰럽고 귀여운 모습에 반한다. 그리고 성격대로 저돌적으로 애정을 표현하기 시작한다. 문제는 옆 학교 성권고의 짱 정태성(강동원)도 바로 이 정한경을 찍었다는 사실이다.

수줍은 듯한 얼굴이지만 예상 외로 강한 주먹의 소유자이며 고집으로 뭉친 태성. 자존심과 사랑을 모두 건 둘의 대결은 한치의 양보도 없는 싸움으로 번지게 된다. 그런데 태성은 한경과 사랑할 수 없는 개인적 비밀을 지니고 있고 이를 알게 된 한경은 고민을 거듭한다.

<늑대의 유혹>을 판타지영화라고 부르면 어색할까. 그렇지만 영화는 판타지에 적지 않게 의지하고 있다. 평범한 여고생을 둘러싼 거친 사랑싸움. 이 싸움의 주인공인 두명의 남자들은 어떤 여성이 봐도 완벽에 가깝다. 학교 짱으로 통할 만큼 주먹질에 일가견이 있고 외모도 둘 다 잘생겼다. 한경의 남자친구가 되는 해원은 저돌적이며 직선적이다. “나랑 사귈래? 대답해”라며 다그치는 성격의 그는 위기에 처한 친구 앞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다. 그리고 비오는 날 마주쳐 “누나, 내가 정말 기억 안 나요?”라며 물어오는, 어두운 과거를 지닌 태성은 절절한 모성애를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처럼 근사한 남성들에게 둘러싸인 한경은 상대적으로 소박하고 평범하기 그지없는 여고생. 그러므로 여성들의 근원적 판타지를 바탕에 깔고 있다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게 된다.

헌신적 사랑과 이룰 수 없는 사랑, 이 두 가지 키워드는 각기 마초형 남성 vs 순결한 남성이라는 대립축을 통해 오랫동안 한국영화, TV드라마를 통해 확대재생산되고 있으며 현재에도 또한 진행형이라 볼 수 있다.

원작에 비해 영화 <늑대의 유혹>은 차이점이 있다. 한경과 태성의 만남은 좀더 극적인 효과를 가미했고 태성과 해원의 신경전 역시 구체적인 기운을 띤다. 그러나 <늑대의 유혹>이 박수를 받을만한 영화로 보이지는 않는다. 소설의 짧은 호흡을 영화로 가져오면서 <늑대의 유혹>은 새로운 업그레이드 대신, 원작의 발랄한 숨결을 유지하길 택한 것 같다. 에피소드식으로 짤막하게 이어지는 이야기는 속도감 있으면서 때로는 숨가쁘다.

청춘의 사랑 이야기에서 가족의 비밀, 그리고 누군가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그 방대함으로 인해 오히려 역설적으로, 늘어진다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극적 절정으로 향하는 오르막길에도 긴장감은 생기지 않는다. 그냥 대강의 이야기를 예쁘게 찍으면 된다는 식이다. 요즘 10대의 감성을 따라잡았다기 보다 MTV 스타일로 구식 신파극을 포장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 배우들

청춘 스타 여기 다 모였다

<늑대의 유혹>에서 배우를 빼면 할말이 많이 줄어들지도 모른다. 요즘 한창 뜨는 스타들, 색깔있는 조연들이 여럿 포진해 있다. 반해원 역의 조한선은 드라마와 CF에서 얼굴을 자주 만날 수 있다. 해원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진심있는 날라리”라고 설명하는 조한선은 <늑대의 유혹>에서 액션장면들을 직접 연기하고 있다. 자신의 애정에 대해 “나 어떡하냐, 너 좋아하나보다. 너 내 눈앞에 자꾸 나타나지 마라”라는 등 선이 굵은 대사들을 무난하게 소화하고 있다. 정태성 역할의 강동원은 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 그리고 여러 CF 등을 통해 이미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연기자. 배다른 누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하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난 하루에도 백번 천번 넘게 우리 이렇게 만나게 해준 하늘, 저주하고 원망해.” 이 대사는 극중 강동원의 성격을 한눈에 보여준다.

꽃미남들에게 애정세례를 받는 이청아는 단편영화와 장편 등에서 조연급으로 활동한 적 있다. <사랑했잖아>라는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했다. 동생 정태성이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뒤 병원에 가서 전혀 엉뚱한 사람을 붙잡고 그녀가 눈물을 흘리는 연기는 천연덕스럽다. 게다가 태성이 죽었다고 의심되는(?!) 상황에서 “전화왔잖아, 전화받어”라는 대사까지 겹쳐 웃음을 자아낸다. 앞으로 중견급 연기자가 될 꿈을 지니고 있단다.

다름 역의 정다혜는 드라마 <달려라 울엄마>에 출연했다. 정한경의 동생이자 최고의 여걸 캐릭터를 맡아 열연했다. 유원 역의 이천희는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 출연했고 이보정 역의 이지희는 드라마와 뮤직비디오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깔깔깔’ 시스터즈의 이지혜, 차유정, 홍지영 중에서 홍지영은 <두근두근 체인지>에서 얼굴이 낯익은 청춘스타다. 아역 권오민은 드라마 <여인천하>를 본 사람이라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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