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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객관적인, 지극히 주관적인
2001-06-14

신문, 방송 비평 프로그램 <미디어 비평>을 말하다

MBC 밤 9시45분∼10시15분

<미디어 비평>은 MBC 봄개편 신설 프로그램이다. <시사 포커스>에 한달에 한번 신문비평이 있긴 했지만 단독 프로그램으로는 최초다. <미디어 비평>은 의 최용익 부장 등 16명으로 팀이 꾸려졌다. 이 팀은 프로그램을 평가하고 내용을 조언하는 평가위원 7명을 위촉했다. 언론사 간 중재 및 소송 사태가 빈번한지라 평가위원에는 변호사도 2명 포함돼 있다. 언론사 세무조사가 실시되고, 언론고시가 부활하고, <한겨레>에 ‘언론개혁 시리즈’가 연재되고 언론사의 자사 중심주의 사설과 서로간의 비방이 해방 이래 최고의 수치로 치닫고 있던 즈음에 <미디어 비평>의 신설이 결정되었다. 그러자 무엇보다 ‘언론의 주목’을 끌었다. 김현주 차장의 말대로 제작팀은 “언론도 소비자가 감시하면 더 나은 품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미디어환경에 대한 소비자주권을 주장하는,” 다시 말하면 “선수들만 보지 않는” 프로그램을 만들겠지만, ‘언론’의 주목을 끈 건 무엇보다 ‘언론’이 소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미디어 비평>은 이제 7회를 넘어섰다. <미디어 비평>에 대한 미디어들의 비평을 ‘미디어 비평식’으로 훑어본다.

“‘진짜 무서운 것은 <한겨레>가 아니라 방송이다.’ 조중동 관계자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시사저널> 3월20일치) 최영묵 교수 기사사건을 통해 메이저 언론이 <미디어 비평>에 가진 감정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중앙일보>는 한국시청자연대회의 주최 토론회에서 최영묵 교수가 발표한 내용을 “우려 및 예상되는 문제들” 항목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자사의 이익을 위해 프로그램을 동원되는 것 아니냐’는 등 다섯개의 정리에 ‘방송이 한풀이로 미디어 비평을 해서는 안 된다’는 조언을 실었다(4월26일). 시청자연대회의는 “‘연대회의의 토론회를 악의적으로 왜곡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한겨레> 5월2일) 최영묵 교수는 5월10일에 열린 마당(옴부즈란)에 “필자는 방송 세미나에서도 방송의 미디어 비평이 한국방송사에 기록될 일이며 큰 의미가 있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필자가 그동안 방송의 미디어 비평 필요성을 일관되게 주장해온 사실이 기사로 인해 희석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글을 실었다.

4월28일 첫 방송은 ‘신문고시’, ‘상호매체비평의 현주소’ 등으로 짜여졌다. 조선, 중앙, 동아에서 ‘규제위원회 신문고시 반려’라고 보도한 것은 ‘자신들의 논조에 맞도록’ 발췌함으로써 이루어진 기사임을 규제위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방송 뒤 나온 미디어의 비평은 <미디어 비평>이 ‘어떻게 자신을 대접했나’에 따른다.

‘미디어 비평 첫 전파, 신문고시 한쪽 주장에 치우친 감’(4월30일), ‘균형감각 애쓴 신문 다시 보기’(5월1일), ‘미디어 비평 아쉬움 속 긍정적 출발’(5월1일). 이 기사의 제목은 순서대로 <동아일보> <한겨레> <문화일보>의 것이다. <동아일보>는 ‘언론을 둘러싼 각종 논란과 관련해 비상한 관심을 모았으나 첫회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일단 프로그램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반응이 많았다’라는 말로 첫 문단을 마감한 반면, <한겨레>의 기사는 ‘신문들의 보도 태도를 정리하는 수준으로 꾸미는 등 균형감각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고 두 번째 단락을 시작한다. 두 글은 거의 같은 시청자들의 말을 인용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인용에 대한 비중은 그야말로 갖가지, 그리하여 결론은 아주 다른 방향으로 간다. <중앙일보>는 ‘말 말 말’(4월29일)에서 “MBC가 언론의 심판자가 된 양 진실과 거짓을 저울질하고 있다”(MBC 인터넷 홈페이지 네티즌, MBC가 28일 밤 처음 내보낸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내용을 비판하며)라고 실었다. 장광근 한나라당 수석부대변인, 장전형 민주당 부대변인의 ‘말들’과 자리를 함께한 이 말은 이 꼭지의 제일 앞을 차지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현직기자와 학계에서는 ‘미흡했다’는 의견이 많은 편이었다.… 매체간 상호비평을 통한 언론개혁이 절실함을 역으로 보여준다”(5월2일)고 언론개혁의 기치를 더 높여야 함을 강조했다.

<미디어 비평>은 3회(5월12일)에서 ‘김정남씨 관련보도’ 분석에서 MBC뉴스를 ‘비판’ 대상자로 등재했으며, 4회(5월19일)에는 광주민주화항쟁 이후 전두환 장군과 당시 MBC 사장 이진희씨와의 녹화전 상황을 담은 방송테이프를 방송했다. 6회(6월2일)는 MBC가 전야제를 벌이고, 중계방송한 ‘미스코리아대회’를 뉴스초점의 대상으로 삼았다. MBC가 ‘심판자’로서가 아니라 ‘감시자’로서 스스로 매를 든 마음을 감지하게 한다. <한겨레>는 “방송보도행태도 도마 위”(5월16일)라는 제목으로 ‘김정남 관련보도 분석’에 대해 “갈수록… 흥미 위주로 접근하는 방송의 행태를 적나라한 화면들을 보여가며 꼬집었다”라고 말했다. 4회 방송 뒤 <동아일보>에는 “나는 80년 당시 MBC의 보도 행태에 돌팔매를 할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그때는 국민 모두가 기본권을 유보당한 계엄령하의 시민이었고, 언론이나 시청자나 모두가 다같은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오늘, 비평하는 주체로 자리바꿈을 해 당시의 상황에서 자신을 점잖게 유리시키려는 시도는 또다른 역사의 왜곡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씁쓸하다”는 박성희 교수의 TV읽기 칼럼(5월23일)이 실렸다.

<씨네21>은 한겨레신문사에서 발행한다. <한겨레>는 ‘언론개혁 시리즈’를 연재했다. 언론개혁은 의심할 여지없는 ‘모든’ 언론사들이 가야 할 길이다. 하지만 <한겨레>가 언론개혁을 이야기할 때 그 말이 주로 어디를 향해 있는지는 명백해 보였다. 그리고 한겨레신문사에서 발행되는 <씨네21>에 실린 이 <미디어 비평> 기사의 논조는 다 읽기도 전에 명백해 보였을 것이다. 한국 미디어 환경은 <미디어 비평>을 ‘객관적’으로 비추지 못한다. 같은 프로그램을 두고도 한쪽에 치우쳤다는 평가와 균형감각엔 애썼다는 말이 나온다. 모두다 ‘객관적’ 어투를 사용해서였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의 속내가 궁금하다. 구둘래|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