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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애니메이션으로 전하는 따뜻한 온기, <망치>
이영진 2004-08-03

허영만이 낳은 망치, 셀애니메이션 갑옷을 둘러입고 억눌린 동심을 자극하다

강남에는 심지어 아이들과 놀아주는 과외 아르바이트가 있다 한다. 무작정 아이들을 내놓기엔 무서운 세상, 직접 어울릴 여력은 없는 한국 부모들의 이런 처방을 뭐라 할 순 없다. 하지만 부모가 쳐놓은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어 세상을 휘젓고 싶은 아이들의 욕구가 잠재워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존층 파괴로 대륙이 모조리 물에 잠겨버린 먼 미래. 망망대해 한가운데 외로이 솟구쳐 있는 촛대마을의 장난꾸러기 망치의 꿈도 요즘 아이들처럼 단 한번 세상을 ‘맛보는’ 것이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망치의 소원을 좀처럼 들어주지 않는다. 망치로선 잠자리와 자전거를 합쳐놓은 모양의 소형 비행기 날틀을 타고 아침 저녁으로 동네 한 바퀴 일주하며 반항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그런 망치에게 기회가 온다. 제미우스국의 공주 포플러가 반란자인 뭉크의 부하들에게 쫓겨 촛대마을에 불시착하는 일이 벌어진 것. 포플러는 지원 요청을 위해 아크라국에 데려다달라고 간청하지만 인정 많기로 소문난 할아버지는 어찌된 일인지 매정하게 거절한다. 결국 포플러는 망치의 날틀을 훔쳐 타고 달아나려 하고, 이를 막으려는 망치 또한 비행에 동참하게 된다. 하지만 엉겁결의 여행은 처음부터 꼬인다. 망치와 포플러가 닿은 육지의 주인은 돈 되는 일이라면 물불 안 가리는 도적 풀타코. 풀타코는 뭉크 일당에게 망치와 포플러를 팔아넘긴다.

허영만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망치>는 4년 동안의 공정을 거쳐 완성된 작품. 깨진 철모를 쓰고 박치기하기, 밧줄에 맨 망치 날리기, 갈매기도 놀라 떨어질 괴성 지르기 등으로 전쟁을 일으키려는 뭉크 일당과 싸우는 망치의 날쌘 모습뿐 아니라 적한테 잡힌 상황에서도 태평하게 잠을 청하거나 공주의 칭찬에 얼굴을 붉히는 수줍은 면모 등이 부각되어 있다. 덩치 크고 험상궂은 체구와 인상과 다르게 우스꽝스러운 언사로 극에 재미를 더하는 풀타코 등 주변 인물들의 개성도 아이들의 호감을 살 법하다. 극 중 풀타코가 할아버지와 망치를 돕게 되는 과정이나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었던 국왕의 깜짝 등장은 설명이 생략되어 개연성이 떨어지긴 하나 <망치>가 주관객으로 설정한 ‘6∼10살 아이들’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듯. 수작업을 통한 셀애니메이션 기법도 세밀함은 떨어지나 따뜻한 온기를 전하는 데 더없는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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