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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케시의 퉁명스럽고 능청스러운 블랙코미디, <모두 하고 있습니까?>

다케시의 퉁명스럽고 능청스러운 블랙코미디

끈적한 도시의 밤 풍경 사이로 카섹스를 하는 남녀가 있다. 그들은 가난하고 어수룩한 노총각 아사오(단간)의 상상 속에 있다. 아사오가 상상을 통해 여자 꾀는 데 차가 제일이라는 깨달음에 이른 순간, 제대로 된 제목이 뜬다. 모-두-하-고-있-습-니-까? 기타노 다케시의 다섯 번째 영화 <모두 하고 있습니까?>는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일견 잘못 놓여진 작품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코미디의 '비트'와 영화의 '기타노'를 철저히 분리해오던 다케시는 기타노 스타일의 집대성작인 <소나티네> 이후 일본의 사건과 노래, 영화들을 패러디한 블랙코미디를 만들었다. “일본 코미디계를 평정한 ‘다케시’로서 지금까지 만들어진 모든 코미디영화를 단번에 부숴버리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거창한 의도로 시작된 이 영화는 결과적으로 쑥스러운 실패작이자, 기념비적인 컬트가 되었다.

영화는 섹스를 지상목표로 하여 고군분투를 벌이는 아사오의 행적을 뒤쫓는다. 그는 할아버지의 장기를 매매해서 우여곡절 끝에 오픈카를 마련한다. 하지만 차는 엉망이고, 그는 번번히 조롱당한다. 연속된 실패 속에서 지나가는 비행기를 바라보다가 방향을 선회한다. ‘기내 서비스’를 상상한 것이다. 그러나… 섹스를 위해 비행기에 탑승하는 일은 돈을 요구하고, 돈을 얻기 위해 은행을 털어야 하며, 따라서 총이 필요하다는 어처구니없는 결론! 영화는 갈수록 점입가경으로 흐른다. 아사오의 원초적 욕망은 점점 모호해지고, 우리는 그가 어디로 이동할지 종잡을 수 없다. 그는 어느새 영화 촬영장과 유적 도굴 현장, 야쿠자 집단에서 발견된다. 급기야 투명인간이 되어 여탕에 잠입하겠다는 굳은 의지로 미치광이 과학자(비트 다케시)의 생체실험에 흔쾌히 응하기까지 한다.

기타노의 유머는 그의 폭력처럼 불친절하다. 끊임없이 기대를 저버리고, 돌발적으로 헛점을 찌른다. 음악은 에피소드의 초반에 맥없이 끊겨버리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부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파리인간으로 변한 아사오를 퇴치하기 위해 지구방위군이 쇼를 펼치는 대목에 이르자, “내 돈 내놔”라는 정체불명의 목소리를 멋쩍게 삽입한다. 하지만 유머가 폭력처럼 작동함으로써 그의 코미디는 영화와 만난다. 아사오의 어수선한 일상에는 과시적이고 폭발적인 웃음 대신 삶의 아이러니와 잔혹함이 묻어 있다. 그리고 이것이 과학자로 출연하는 기타노가 그 어느 영화보다 즐거워 보이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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