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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감성 젖소 세 마리의 모험기, <카우 삼총사>
박혜명 2004-08-03

위기에 처한 목장을 구하러 나선 세 마리의 젖소들. 목장도 구하고 소도둑도 잡고 서부의 영웅이 되다

원제가 ‘목장 위의 집’(Home on the Range)인 디즈니 애니메이션 <카우 삼총사>는, 목장 위의 집을 지키고자 의기투합한 젖소 세 마리의 짧은 모험기다. ‘천국 목장’이라는 순박한 이름의 작은 목장에 젖소와 염소, 돼지와 새끼돼지들, 닭과 병아리 등 사랑스러운 가축들이 그들을 가족처럼 여기는 할머니 펄(캐롤 쿡)과 함께 말 그대로 낙원처럼 살고 있다. 그러나 은행빚 750달러 때문에 가축과 목장은 모조리 차압당할 위기에 놓인다. 이를 막기 위해 ‘천국 목장’에 온 지 얼마 안 된 씩씩한 젖소 매기(로잔느 바)를 비롯해 영국 출신을 뽐내는 우아한 젖소 캘러웨이(주디 덴치)와 노래를 사랑하는 낙천적인 음치 젖소 그레이스(제니퍼 틸리)는 정확히 750달러의 현상금이 걸린 전설의 소도둑 앨러미다 슬림(랜디 퀘이드)을 잡으러 나선다. 그들의 한켠엔, 현상금을 잡으러 다니는 남자 리코와 그에게 선택받고 싶어 갖은 애를 쓰는 꿈 많은 말 벅(쿠바 구딩 주니어)이 있다. <카우 삼총사>는 어찌 보면 아주 심심한 애니메이션이다. 단순한 이야기, 규칙대로 적용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전통적인 뮤지컬 형식, 화해와 우정이 전달되는 무난한 결말 등을 보고 있으면 이 영화가 가족용 애니메이션의 태생적 한계 안에서 충실히 만들어졌다는 걸 누구라도 알 수 있다.

그런 익숙함과 새롭지 않음을 전제로 하고도 이상하게 <카우 삼총사>는 재미있다. 배우들의 뛰어난 목소리 연기와 <쿠스코? 쿠스코!>에 참여했던 캐릭터 스타일리스트 조 모샤이어의 손길에서 완성된 캐릭터들을 통해 이 영화는 일본만화의 감수성이 뒤섞인 엇박자의 유머를 구사하곤 한다. 그것은 거슬리는 장식이라기보다 놓치면 아까운 괴짜 감성에 가깝다. 물론 이것이 전면적으로 활용되진 않는다. 소가 소도둑을 잡으러 간다는 설정도 통쾌하고 흥미롭지만, 소들이 목장을 구한다는 더 커다란 설정 뒤에 가려졌을 뿐이다. 공동각본·연출을 맡은 존 샌포드는 “카우보이가 아닌 소들이 서부의 영웅이 되는, 말하자면 뒤집어진 서부영화”가 이 영화의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전통은 비판에 직면한 지 오래됐지만, <카우 삼총사>는 그 전통이 지닌 탄탄한 노하우로부터 빚어진 흥미로운 결과물이다. 새로운 발견의 기쁨은 없어도, <카우 삼총사>의 허무한 감성과 아기자기한 매력은 쉽게 무시해버리기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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