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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블루스를 사모할 때, <더 블루스> 특별전

서울아트시네마 8월17일부터 <더 블루스> 시리즈 7편 상영

‘<더 블루스> 시리즈’는 영화가 음악에 바치는 7편의 송가이다. 음악 애호가로 알려져 있는 마틴 스코시즈가 이 연작 기획의 최초 제안자이며, 책임 프로듀서이다. 7명의 감독들이 각자의 음악적 심지를 좇아 블루스의 기원과 발전을 찾아나서기로 합의한 그 여행은 특유의 길찾기를 보여준다. 개인적 기억, 가상적 재현, 더 폭넓게는 블루스의 역사적 의의까지 되짚으면서 애정을 고백한다. 그 안에는 한때 악마의 음악이라 불리며 오해받은 천대와 핍박의 시간들에 대한 기록이 오롯하게 들어 있고, 그 삶의 고난을 버텨내고자 신에게 바치던 영혼의 음율들이 흐른다. 그러면서 잊혀졌던 명인들이 발굴되고, 이미 영향력을 끼쳐온 거장들은 다시 기억된다. 이 시대 모든 대중음악의 뿌리가 된, ‘블루스의 불타는 연대기’에 관한 영화 <더 블루스> 시리즈의 상영이 8월17일(화)부터 22일(일)까지 열린다.

<더 블루스> 특별전 일시 8월17일(화)∼22일(일) 6일간

장소 서울아트시네마주최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스폰지

후원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상자료원

문의 서울아트시네마 02-720-9782, 745-3316 www.cinemathequeseoul.org

※ 인터넷 예매는 맥스무비(www.maxmovie.com), 무비OK(www.movieok.co.kr)에서 가능. 현장 예매는 8월17일 오전 11시부터.

<고향으로 가고 싶다> Feel Like Going Home I 마틴 스코시즈 I 2003년 I 81분 I 컬러, 흑백

<더 블루스> 시리즈를 기획하고 지휘한 마틴 스코시즈의 연출작 <고향으로 가고 싶다>는 델타 블루스에 대한 오마주에서 시작하여 아프리카 말리의 민속음악으로까지 블루스의 역사를 거슬러올라간다. 콘서트 다큐멘터리의 교본으로 인정받는 <우드스탁>(1970)의 총편집을 맡았고, 록음악 다큐의 고전이라 칭할 만한 <마지막 왈츠>(1978)를 연출했던, 한편으론 <마틴 스코시즈와 함께하는 영화여행>으로 이미 역사 여행에 독창적인 능력을 선보였던 마틴 스코시즈가 이번에는 블루스 뮤지션인 코리 해리스를 화자로 등장시켜 인류학적 고찰로 가득 찬 음악과 역사의 동반 여행을 떠난다. 마틴 스코시즈는 말한다. “당신들이 리드 벨리, 선 하우스, 로버트 존슨, 존 리 후커, 찰리 패턴, 무디 워터스의 음악을 들을 때, 심장은 감동에 차 흔들릴 것이고 그 본능적인 에너지와 단단한 정서적 진실에서는 영감을 얻을 것이다. 무엇이 인간의 본질이고 인간으로서의 조건인지 심장 속으로 들어가보라. 그것이 바로 블루스다.”

<피아노 블루스> Piano Blues I 클린트 이스트우드 I 2003년 I 88분 I 컬러, 흑백

“미국 예술의 진정 유일한 형태는 재즈와 블루스”라고 생각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카네기홀에서 제이 맥샨과 함께 피아노 연주 공연을 하기도 했던 그가 ‘피아노 블루스’를 소개하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 18세기 초 피아노의 탄생에 관한 설명으로 영화를 시작한 클린트 이스트우는 피아노 블루스의 거장들을 한명씩 차례로 만난다. 그는 레이 찰스, 데이브 브루벡, 제이 맥샨, 닥터 존의 옆에서 조용히 그들의 연주를 지켜보거나, 옛 추억을 되짚으며 대화하거나, 같이 박자를 맞추면서 한편의 넉넉한 음악영화를 만들어낸다. 같은 시절을 살아온 그들은 아트 타툼, 미드 럭스 루이스, 오스카 피터슨, 패츠 도미노, 냇 킹 콜 등 그들 세대에 음악적 영감을 심어준 선구자들을 기억해내며 아이처럼 즐거워한다. 특별히 어떤 영화적 장치없이 그저 인물을 만나 추억의 소사를 나누는 것에 불과한데도, <피아노 블루스>에는 노장들 사이의 시간의 연대가 진정한 향취로 배어난다.

<소울 오브 맨> The Soul of a Man I 빔 벤더스 I 2003년 I 96분 I 컬러, 흑백

블라인드 윌리 존슨의 동명 타이틀곡 <소울 오브 맨>에서 제목을 가져온 영화. 인터뷰를 최소화하는 대신 세련된 영화적 아이디어를 동원한 빔 벤더스는 훌륭한 평전가로서의 자질을 다시 한번 증명하듯, 자신이 좋아하는 세명의 전설적인 블루스 뮤지션인 스킵 제임스, J. B. 르누아르, 블라인드 윌리 존슨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 스킵 제임스의 질곡 많은 음악적 인생을 감동적인 일화와 공연장면으로 보여주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아 노래했지만 대중에게는 미지의 블루스맨으로 남아 있는 J. B. 르누아르의 희귀 공연장면을 찾아내고, 자료를 찾을 수 없는 블라인드 존슨의 삶은 아예 배우를 등장시켜 재연으로 구성해낸다. 구형 카메라 파르보로 찍어낸 그 화면은 시대를 가려내기 힘들 정도로 시간을 거슬러올라간 이미지를 선보인다. 루 리드, 닉 케이브, 카산드라 윌슨, 루신다 윌리엄슨, 이글 아이 체리 등 현재의 거장 뮤지션들이 세 블루스맨의 곡을 리메이크하여 공연하는 장면 또한 압권이다. <소울 오브 맨>은 이미 국내 개봉한 바 있다.

<레드, 화이트 그리고 블루스> Red, White and Blues I 마이크 피기스 I 2003년 I 93분 I 컬러, 흑백

영화의 제목은 영국 출신 감독 마이크 피기스(<라스베가스를 떠나며> <원 나잇 스탠드>)의 옛 학창 시절 추억에서 유래한다. 대학 시절 트럼펫과 기타 연주에 능했던 마이크 피기스는 트럼펫 연주자가 필요한 팝 밴드를 찾아다녔다. 그러다 합류한 밴드가 뉴캐슬 지역 어느 대학의 ‘레드, 화이트 그리고 블루스’란 밴드였다. 재미있게도, 리드 싱어는 브라이언 페리(글램록의 대표주자)였다. 때는 1960년대였다. 미국에서 건너온 흑인들의 블루스 음악은 존 메이올, 제프 백, 밴 모리슨, 톰 존스, 플릿우드 멕 등과 같은 뮤지션들에 의해 영국에서 블루스 록 음악으로 부활하고 있었다. 마이크 피기스는 그 시대의 문화적 충격에 초점을 맞춰 기억을 더듬는다. 에릭 클랩턴, 존 메이올, 로니 도니건, 스티브 윈우드 등 1960년대 블루스 음악 운동의 주요 인물들을 차례로 인터뷰하는 한편, 누구도 쉽게 한자리에 모으기 힘든 밴 모리슨, 제프 백, 톰 존스, 룰루, 피터 킹 등의 뮤지션들을 모아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즉석 연주를 펼친다.

<악마의 불꽃에 휩싸여> Warming by the Devil’s Fire I 찰스 버넷 I 2003년 I 90분 I 컬러, 흑백

1956년, 미국 남부 뉴올리언스 기차역에 도착한 한 소년. 소년에게는 두명의 삼촌이 있다. ‘목사와 블루스맨.’ 부모는 목사 삼촌에게 세례를 받으라고 소년을 보냈지만, 중간에서 소년을 빼돌린 블루스맨 삼촌은 종교의 세례 대신 블루스 세례의 길로 소년을 인도한다. 인종문제를 바탕으로 날카로운 사회적 시선을 견지한 영화를 만들어온 미시시피주 출신의 찰스 버넷은 블루스가 악마의 음악이라 불리던 자신의 어린 시절 어딘가로 되돌아간다. 그리고는 개인적 기억을 확장하여 블루스맨들이 공유할 수 있는 한편의 가상드라마를 만들어낸다. “블루스를 녹음한 최초의 여성” 메이미 스미스, 동성애적인 가사를 읊었던 마 레이니,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기타의 신이 됐다는 전설적인 로버트 존슨 등 삼촌과의 여행 속에서 소년은 수많은 뮤지션들에 대한 기억을 불러낸다. 찰스 버넷은 블루스를 둘러싼 “신성함과 불경함간의 관계가 이 작품의 테마”라고 설명한다. 그 말은 “많은 블루스맨들이 그들 음악의 세속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 사이에서 방황했다. 신성과 불경 사이의 이 간격은 블루스 역사에서 중요한 것으로 보였다”는 벤더스의 생각과도 겹친다.

<멤피스로 가는 길> The Road to Memphis I 리처드 피어스 I 2003년 I 89분 I 컬러, 흑백

콘서트 다큐멘터리 <우드스탁>의 촬영기사로 영화 일을 시작하여 극영화 감독으로 전환한 리처드 피어스(<노머시> <패밀리 싱>)는 멤피스 블루스를 “가능한 한 현재 시제로 쓰려고” 노력한다. 블루스의 제왕 B. B. 킹, 수십년간 음악계를 떠나 세탁업에 종사했다가 다시 돌아온 로스코 고든, 현재에도 옛 블루스맨들의 유랑공연 방식을 이어오고 있는 바비 러시의 행보를 영화는 교차하며 담는다. 상대적으로 다른 작품들에 비해 옛 공연 클립이 적은 편이지만, 흑인들의 음악만으로 천대받던 블루스가 어떻게 백인 문화와 화합했고 또 발전했는지를 꼼꼼하게 채집된 감동적인 일화들로 보여준다. 가령, 공연을 마친 바비 러시가 다음날 교회에서 춤을 추며 즐거워할 때, “토요일 밤에 본 사람과 일요일 아침에 본 사람들은 같은 사람들”이라는 영화 속 어느 대사의 의미는 명확하게 다가온다. 혹은 블루스의 대중화 시절, 자신의 콘서트에 백인들이 가득 차 서성거리는 것을 보고는 버스기사에게 거듭 여기가 맞냐고 물었다던 B. B. 킹의 일화는 가슴 뭉클하기까지 하다.

<아버지와 아들> Godfathers and Sons I 마크 레빈 I 2003년 I 96분 I 컬러, 흑백

흑인들의 문화에서 나온 음악이라는 것을 제외한다면, 힙합과 블루스는 대체 무슨 관계가 있을 것인가? 불운한 흑인 래퍼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슬램>을 만들어 이름을 알렸던 마크 레빈은 이번 영화의 초반에 그런 고민에 부딪혔다. “록음악을 블루스의 아들이라고 부를 수는 있지만, 힙합은 턴테이블과 비트에서 나온 것 아닌가” 하고 스스로 질문했다. 마크 레빈은 랩그룹 퍼블릭 에너미의 멤버 척 D와 시카고 블루스 명인들의 곡을 레코딩한 것으로 유명한 체스 음반사의 사장 마셜 체스를 화자로 등장시켜 힙합과 블루스가 어디에서 만날지 그 해답을 얻기 위해 여행을 떠나본다. 그 여행길에서 인기 정상의 힙합 아티스트는 오래된 블루스곡에 도취되고, 블루스와 힙합의 정신적 유대관계에 의심을 품었던 감독은 그 혈연관계를 확인한다. 마크 레빈이 얻은 해답. 그 시절 블루스는 “악마의 음악이었고, 섹스였고, 부모님이 못하게 한 모든 것이었다. 힙합과 랩처럼 말이다.” 척 베리, 훌링 울프, 무디 워터스, 폴 버터필드 블루스 밴드의 미발표곡들을 후배 뮤지션들의 연주로 들어볼 수 있다.

정한석 mapping@c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