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국내뉴스
대한민국 총리는 영화평론가?
2001-06-18

통화중

한 영화배우 출신 정치인의 <친구> 혹평이 몇몇 일간지에 기사화되면서, 사그라들었던 <친구> 찬반 양론이 다시 일고 있다. 발단은 지난 6월12일 국회 대정부질문 자리에서 이한동 총리에게 던진 한나라당 강신성일 의원의 질의 내용. 이날 강 의원은 총리에게 “<친구>가 좋은 영화이냐”고 묻고,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는 영화가 열광적으로 환호받고 있는 우리 사회의 심리학적 배경에 전율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한 일간지는 곧장 곽경택 감독의 “많은 관객이 본 건 폭력만이 아닌 젊은 시절의 순수나 좌절”이라는 반론을 올렸고, 이어 다음날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영화평론가 전찬일씨의 “깡패문화 동경을 경계해야”라는 제하의 재반박문을 띄웠다. 전찬일씨는 <친구>의 과도한 폭력 묘사에는 흥행을 위한 선정성의 혐의가 있다며 곽경택 감독의 의견을 반박했다. 또다른 일간지도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친구>를 본 뒤 “우리는 친구 아이가”라는 대사를 즐겨 썼다는 점을 들어 강신성일 의원의 비판이 이 총재쪽을 당황케 하고 있다는 내용의 가십성 기사를 내보냈다.

신문 지상에서 공방이 오가는 가운데, 각종 인터넷 게시판도 불붙고 있다. 강 의원의 홈페이지 게시판에만 관련의견 200여건이 올라 있다. ‘총리가 영화평론가인가’, ‘영화를 관람한 800만 시민에 대한 모독’이라는 등 강 의원의 발언이 국회 대정부질문 석상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꼬집은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번 논란은 얼마 전 한국영화 흥행기록을 새로 썼던 <친구>가 여전히 사회적 반향의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하지만 거꾸로 보면 다양한 영화가 공존하는 문화를 갖지 못해 영화 한편의 흥행에 너무 과다한, 또는 엉뚱한 의미를 실으려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이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