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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문제작과의 조우, ‘시네랑데부: 새로운 영화와의 만남’
문석 2004-08-30

오타르 이오셀리아니, 할 하틀리, 고레에다 히로카즈, 브루노 뒤몽, 이 4명의 거장 혹은 대가의 문제작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9월1일부터 8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시네랑데부: 새로운 영화와의 만남’이 그것. 수입사 퍼시픽엔터테인먼트의 도움을 받아 서울아트시네마가 마련한 이번 행사에서 소개되는 작품은 작가별 1편으로 모두 4편. 그루지아 출신의 숨은 거장 이오셀리아니의 2000년작 <안녕 나의 집>, 미국 독립영화의 투사 할 하틀리의 <인생전서>(1998),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환상의 빛>, 프랑스 브루노 뒤몽의 <휴머니티>가 8일 동안 하루 한번씩 상영된다. 9월1일 오후 8시 <안녕 나의 집> 상영 직전에는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가 이들 영화를 해설하는 ‘인트로덕션’ 시간도 갖는다. 서울아트시네마는 10월 초 이시이 소고, 가스파 노에, 로랑 캉테, 짐 매케이 등의 작품을 상영하는 두 번째 ‘시네랑데부’를 개최할 계획이다. 문의: 02-720-9782, www.cinematheque.seoul.kr

환상의 빛 幻の光 l 고레에다 히로카즈 l 1995년 l 110분

죽음과 삶의 문제를 아름다운 영상 속에 녹여낸 고레에다의 장편 데뷔작. 어릴 적 할머니를 떠나보낸 기억이 있는 유미코는 남편 이쿠오, 아들 유이치와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어느 날 이쿠오가 갑자기 자살하자 남편의 자살동기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유미코는 큰 상처를 받는다. 3년 뒤 유미코는 조용한 바닷가 마을에 사는 다미오와 재혼하면서 다시 삶의 평화를 되찾는다. 귀를 울리는 파도소리와 어촌 생활에 적응될 무렵, 동생의 결혼식 때문에 고향을 찾은 유미코는 이쿠오의 자살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가슴 먹먹해지는 롱숏-롱테이크와 외부환경의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인생전서 Book of Life l 할 하틀리 l 1998년 l 63분

밀레니엄을 앞둔 1999년 12월31일 아침,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가 뉴욕 공항에 도착한다면? 할 하틀리의 디지털 소품 <인생전서>는 세기말을 앞둔 사람들의 불안을 그린다. 예수의 도착은 묵시록에 예고된 ‘최후의 심판’을 의미하는 듯 보인다. 그가 7개의 봉인을 하나씩 열어갈 때마다 인류는 종말을 향해 치닫는 것 같다. 예수와 사탄이 종말에 대해 토론을 나누고, 추격전을 벌인다. 격정적인 로커 P. J. 하비가 마리아로 나오고, 포스트록의 거물 욜라텡고가 구세군 밴드로 출연하는 등, 록 마니아에게도 흥미로울 작품.

휴머니티 L’Humanite l 브루노 뒤몽 l 1999년 l 148분

성과 폭력을 통해 현대사회 속의 삶을 도발적으로 다루고 있는 브루노 뒤몽의 두 번째 장편영화. 영국과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프랑스 북부 해안의 소도시에서 11살짜리 소녀가 강간된 뒤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매사 소심하고 자신감 없는 형사 파리옹이 사건 해결을 위해 나서지만, 좀처럼 실마리는 잡히지 않는다. 사실, 그가 힘을 쏟고 있는 쪽은 짝사랑하는 이웃 여인 도미노와의 관계인 듯 보인다. 하지만 도미노에겐 거친 성격의 애인 조셉이 있다. 파리옹은 둘을 따라다니지만 돌아오는 건 조롱뿐이다.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과 남녀주연상을 수상했다.

안녕 나의 집 Adieu, Plancher des Vaches! l 오타르 이오셀리아니 l 2000년 l 118분

풍부한 해학과 특유의 리얼리즘으로 뒤틀어진 세계를 폭로하는 이오셀리아니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 수많은 캐릭터가 서로 맞물리면서 이야기가 끊임없이 진행되는 일종의 앙상블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의 중심은 프랑스 변두리 소도시의 큰 저택. 어머니는 사업을 삶의 전부라 여기고, 아버지는 부메랑 ‘사냥’을 유일한 낙으로 여기는 이 가정의 아들은 소도시 하층민들과 함께 어울려 살려고 노력한다. 우스꽝스럽고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얽혀 사는 이곳은 작은 우주라 할 만하다. 하층민들에 대한 이오셀리아니의 애정이 묻어나는 작품.

문석 mayday@c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