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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너무 잘하는 거 아냐? <터미널>

투덜양, <터미널>을 보고 톰 행크스가 싫어지다

<터미널>을 보고 톰 행크스, 정말 싫어졌다. 그 싹수야 10년 전 <포레스트 검프>를 보면서 알아봤지만 <터미널>로 확인사살이 됐다. 문제는 뭔가 하니, 그가 너무 연기를 잘한다는 것이다. 국내외 리뷰기사를 보면 영화에 대한 평이야 여러 가지로 갈리지만 하나같이 입을 모으는 게 톰 행크스의 연기가 훌륭하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선량하기 그지없는 둥글넓적한 얼굴에 눈망울이 젖어들면서 어찌할 줄 모르는 그의 표정을 볼 때 ‘얼씨구 놀구 있네’라는 생각으로 영화를 보던 나마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아, 아저씨 왜 이러세요. 다 잘될 거라구요” 말하고 싶어진다.

전 미국인의 연인이라고 일컬어졌던 해리슨 포드나 지나친 ‘자뻑’에 이제는 미국 관객마저 등을 돌린 케빈 코스트너도 한때는 아메리카니즘을 대표하는 배우들이었다. 그러나 톰 행크스는 그들과 다르다. 일단 펑퍼짐한 외모부터. 또 그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짐이 곧 아메리카다”라고 말하는 대신 “밥이나 굶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식으로 친숙하게 다가온다. 영화에서 그의 꿈은 단지 아버지가 못 받은 재즈 연주자의 사인을 받아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JFK공항)은 살짝 구박하는 척하다가 그에게 휴고보스 양복도 선물하고, 쭉빵미녀와의 달콤한 로맨스도 선사한다. 물론 기회의 나라 미국이 그에게 이 모든 걸 공짜로 주는 건 아니다. 동전 좀 모았을 뿐인데 휴고보스가 되고(물론 그는 목수라는 일자리를 얻기는 했다), 러시아어 통역 좀 했을 뿐인데 만인의 영웅이 된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란 바로 이런 곳이다. 그리고 톰 행크스는 이 새빨간 거짓말을 너무나 ‘진짜’처럼 연기해낸다.

그러나 해리슨 포드나 케빈 코스트너의 영웅담을 보면서 “그래, 너 W.A.S.P이라 이거지?” 재수없어 할 사람은 많지만 진정 ‘밑바닥’에서 근면성실과 선량함을 무기로 아메리칸 드림을 일궈내는 톰 행크스를 보면서 빈정거리기는 쉽지 않다. 빈정은커녕 나도 미국 공항 바닥에서 몇달 구르면 구찌 백이라도 하나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 지경이다. 이처럼 아이러니하게도 순박무구해 보이는 그의 연기가 설파하는 ‘아메리칸 드림’은 다른 배우들의 연기보다 영악하고 교활하다.

누구를 탓할 것인가. 톰 행크스에게 연기 좀 적당히 하라고 요청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저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가 멱살잡고 싸워서 웬수지는 날이라도 기다리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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