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칼럼 > 투덜군 투덜양
오오, 코미디계의 새로운 지존께 경배드리오, <연인>

투덜군, <연인>의 ‘더블 디럭스 닭꼬치형 사망신공’ 앞에 무릎 꿇다

<용가리> <복수혈전>과 더불어 본의 아닌 전설 영화의 트로이카 체제를 공고히 구축해낸 <납자루떼>. 이 영화를 만든 장본인 서세원 감독이, 켜켜이 먼지 쌓인 메가폰을 분연히 떨쳐 들어 만든 신작 <도마 안중근>이 최근에 개봉되어, <천사몽> 이래 오랫동안 대작 기근에 시달려왔던 ‘본의 아닌 코미디계’로부터 드높은 환희와 흥분을 끌어내고 있다.

하나, 그 화려한 환호의 스포트라이트가 <도마 안중근>으로만 향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처사인가. 우리는 냉철한 이성은, 최근 본의 아닌 코미디계의 일대 부활에 물꼬를 튼 또 다른 영화인 <연인>에 대해서도 정당한 평가를 내릴 것을 촉구하고 있다.전작 <영웅>에서, 한갓 대만 출신의 감독 나부랑이가 <와호장룡>이라는 제호하에 펼쳐 보인 스타일 따위는 자신을 위한 센터링 정도로 취급, 웅대무쌍한 물량공세를 듬뿍 가미하여 그걸 그냥 내 거로 접수해버리는 호방한 대륙적 기질을 떨쳐 보인 바 있던 장이모 감독. 그가 이 영화의 막판에 이르러, 또 다른 전설의 영화 <비천무>의 대미를 장식하였던 ‘남녀 주인공 닭꼬치형 자살신공’을 그대로 계승하는 것을 목도하였을 때, 우리는 그 강렬한 본의 아닌 코미디의 예감에 전율하였더랬다. 그리고, 그 예감은 <연인>에서 그대로 현실이 된다.

스미스 요원 총알 날리듯 콩알 무더기를 사방에 흩뿌리는 그 유장한 코믹 슬로모션 신공을, 여인 곁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꽃을 굳이 멀리 말을 달려 달리는 마상에서 꺾어다 여인에게 바치는 오버적 액션 지공으로 이어받아, 결국 아까 죽은 주인공을 10여분 뒤에 다시 살려내어 재차 장렬히 죽이는 지속적 다단계 사망비술로 활짝 꽃피워낸 그의 저력은 본의 아닌 코미디계에 새로운 거성이 등장하였음을 알리는 데 하등의 부족함도 없었더랬다.

아, 그리고 마침내 그 장면…. <영웅>에서는 그저 <비천무>를 모방하는 정도에 그쳤던 ‘닭꼬치형 자살신공’을, 이번에는 ‘더블 디럭스 닭꼬치형 사망신공’으로 확실히 업그레이드해낸 그 마지막 대목은, 장이모 감독의 업종 전환이 이미 완결 단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징표에 다름이 아니었던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기억한다. 과거 기라성 같은 주먹무비의 거성들에게는 와이어나 CG 따위의 구차한 도구는 결코 필요치 않았음을. 그 형님들이 뜨거운 한여름에도 결코 착용하는 것을 잊지 않았던 흑색 가죽 장갑이 내뿜은 차가운 말표 왁스 광택 하나만으로도 적들은 초겨울의 마른 낙엽처럼 뿔뿔이 흩어져갔으며, 그 형님들을 볼 때마다 우리의 목구멍은 감격과 환희 비슷한 무언가로 마냥 울컥거렸음을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내셔널지오그래픽적 그림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웅대한 스케일의 본의 아닌 코미디에서는 결코 발견될 수 없는 그런 것이었음을 말이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