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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냥 콩가루로 살아가게 해주세요∼ <가족>

투덜양, 폭력으로 가정을 결속하는 영화 <가족>에 경련하다

‘가족주의’라는 말은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구석이 있지만,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표현은 공포스러운 느낌이 있지만 그래도 가족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루 걸러 엄마와 싸우고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 때면 싸돌아다니기 바빴던 당신이 왜 가족을 좋아하는가 묻는다면 답변으로 <꽃피는 봄이 오면>에서 현우가 화장실에 앉아 있는 장면을 제출하겠다. 집 안의 창문은 하나도 열지 않고 화장실 문은 활짝 열어젖힌 채 텔레비전을 켜놓고 담배를 피우면서 응가를 하는 현우. 담배 냄새, 똥 냄새로 뒤덮인 집 안에 들어선 엄마는 잔소리를 하지만 “우리 헤어져”라거나 “호적 파가라” 따위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대신 창문을 연다. 물론 엄마의 이런 행태가 현우를 더욱 한심한 인간으로 키웠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겠으나 그래도 가족이란 이런 거 아닌가.

그러나 정작 제목마저 결연한 <가족>이라는 영화는 정말 아무나 가족하는 거 아니라는 두려움만 잔뜩 안겨줬다. 이 영화는 가족간의 사랑과 이해를 목청 높여 외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임무라는 걸 보여준다. 가족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데 조폭이 왜 등장하는가. 이 질문은 주인공 주현이 왜 훤한 인물을 가발로 가리고 나오느냐고 흥분하는 것보다 더 멍청한 질문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조폭의 노골적인 위협이 가족을 결속시키는 모티브로 나오는 건 납득 불능을 넘어서 차라리 슬픔을 던진다. 사시미 칼을 든 조폭이 목을 따겠다고 공갈협박하는 수준의 위기가 오지 않는 한 어떤 자극도 가족의 의미를 환기시키거나 해체된 가족을 복원할 수는 없다는 단언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전과 3범의 정은이는 훔쳐간 돈을 가져오라는 과거 동료의 위협을 받는다. 정은에게 “빨리 집을 나가라”고 성화하던 모진 아빠는 문제의 깡패를 찾아가 무릎을 꿇는다. 돈도 갚아준다(생각해보니 용기도 용기지만 그 못지않게 가족의 화해에 중요한 건 돈이다. 역시 돈 없으면 가족이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안 된다). 결정적으로 몸소 칼을 드신다. 정말이지 살떨리는 부정이다. 나는 백만이 넘는 관객이 이 영화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하면서 돌아가는지 정말 궁금하다. 나로서 내릴 수 있는 유일한 결론은 우리 가족 중에 운나쁘게도 조폭과 어울릴 만큼 호기있는 구성원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이 모양 이 꼴로 단란, 화목 따위의 단어와는 거리가 멀게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용서? 화해? 다 필요없다. 난 그냥 내 한 목숨 보존에 신경쓰며 앞으로도 쭈욱∼ 콩가루로 살아가련다.

김은형/ <한겨레>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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