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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가 된 도시를 배회하는 좀비들, <레지던트 이블2>
박은영 2004-11-02

속편의 강박은 이제 여기서 그만. ‘죽고 싶은’ 사람들을 더이상 억지로 살려내지 말길.

여전사와 좀비와 종말론적 분위기가 난무한 가운데 드는 의문. 소재는 이미 진부해진 지 오래인데, 머리가 지끈거리는 이 긴박감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전작을 감독한 폴 앤더슨의 시나리오나 배우들의 온몸을 던진 연기 혹은 한층 화려해진 비주얼에 그 공을 돌리기엔 뭔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그 긴장은 폐허가 된 어두운 도시와 끊임없이 살아난 ‘이미 죽은’ 좀비들의 명콤비에서 비롯된다. 죽여도 죽여도 살아나는 좀비 무리는 죽은 시체보다 한층 끔찍하다. 그들이 흐느적거리며 배회하는 도시의 희망은 그 자신의 완전한 파멸에서 찾을 수 있을 뿐이다.

게임을 원작으로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두었던 전편에 비해 속편은 확실히 한층 업그레이드된 스케일을 내세운다. 전편이 하이브 안에서 벌어지는 3시간의 게임에 집중했다면, 속편은 하이브 밖, 라쿤 시티 전체를 무대로 한다. 앨리스(밀라 요보비치)가 봉인한 하이브를 엄브렐러가 다시 열면서 바이러스는 도시 전체를 전염시킨다. 엄브렐러는 연구를 위해 도시를 봉쇄하고 앨리스는 또다시 고립된다. 앨리스와 함께 갇힌 특수요원 질(시에나 걸로리) 일행은 바이러스 개발자로부터 제안을 받는다. 도시 어딘가에 있을 자신의 딸을 구출해주면 도시를 탈출할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것. 그 과정에서도 앨리스와 질은 끊임없는 좀비들의 공격에 대면한다. 게다가 엄브렐러가 투입한 비밀병기, 네메시스의 등장으로 이들의 탈출은 점점 불가능한 상황 속에 놓이게 된다.

영화의 초점은 다국적 기업의 음모나 살인 병기가 된 인간의 고뇌가 아니라 앨리스 일행과 좀비들간의 스펙터클한 싸움장면들에 맞춰져 있다. 특별한 내용없이 폐쇄된 공간 안에서 구출과 탈출이 반복될 때마다 그 반복에 새로움을 더하는 것은 앨리스의 현란한 액션이다. 어둠으로 일관하는 도시 속에서 앨리스의 오토바이가 성당 스테인드글라스를 뚫고 날아갈 때나 고층 빌딩에서 외줄로 하강 질주할 때 그녀의 몸놀림은 그 자체로 빛을 발한다. 새로운 파트너로 나선 시에나 걸로리의 차가운 매력과 1편과 마찬가지로 강한 마력을 뿜는 사운드트랙 역시 주목할 만하다. 1편은 2편을 예고했고 2편은 결론적으로 나름의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 3편을 암시하는 앨리스의 눈빛에서는 더이상 다음 이야기의 필연성이 떠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를 질기게 살려두려는 제작사의 탐욕이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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