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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시리즈의 짜깁기 축약본, <택시 더 맥시멈>
박혜명 2004-11-23

<택시> 시리즈의 짜깁기 축약본. 부족한 독창성은 대신 슬랩스틱코미디가 채운다.

귤도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되어주는 게 예의다. 비욘세의 <Crazy in Love>를 깔아놓고 <택시 더 맥시멈>은 이것이 미국영화임을 외치면서 시작한다. 그도 그럴 것이 <택시 더 맥시멈>은 화제의 프랑스 액션영화였던 <택시> 시리즈를 폭스사가 리메이크한 영화. 뉴욕으로 건너가면서 원작의 남자들은 <택시 더 맥시멈>에서 여자주인공으로 성전환했고, 원작보다 더욱 익살맞아졌다.

‘조금 삭았던’ <택시>의 주인공 다니엘 역은 이제 볼륨 넘치는 몸매의 벨(퀸 라피타)에게 넘어간다. 벨은 카레이서를 꿈꾸는 스피드광. ‘머큐리 퀵서비스’의 1등 사원이었던 그녀는 새끈한 택시 한대를 뽑아 거리로 나선다. 그러나 어쩌다 사고뭉치 형사 와쉬번(지미 펄론)을 만나 은행 강도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스크린을 수놓는 오토바이의 질주와 택시의 짜릿한 속도감은 <택시> 시리즈의 그것을 그대로 빼닮았다. 불법개조해 성능을 강화시킨 택시의 모습이나, 핸들을 바꿔 쥐고 거침없이 도로를 내달리는 벨의 모습도 원작에 지극히 충실하다. <택시 더 맥시멈>은 이렇게 <택시1, 2, 3>을 축약한 서머리 영화와도 같다. <택시>에 매료됐던 관객이라면 너무 비슷한 이야기 전개와 자동차 질주 장면에 실망할 수도 있다. 따라서 <택시 더 맥시멈>이 보여주는 원작과의 차별점도 화려한 액션이나 줄거리 뼈대가 아닌 막가라식으로 웃기는 코미디에 있다. 소시민이 갱단을 고작 택시 한대로 무찌른다는 설정만으로 카타르시스를 줬던 프랑스식 코미디는 이제 수소가스를 마시고 골룸을 흉내내는 귀여운 뉴욕 코미디로 변했다. 당연히 마약인 줄 알고 긴장했던 관객에게 공중전화카드를 들이미는 식의 허무개그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한 재미요소. 이완 맥그리거와 마이크 마이어스를 짬뽕해놓은 것같이 생긴 지미 펄론은 이런 코믹장면에 안성맞춤으로 보인다. 재치있는 NG장면까지 곁들여져 있어 97분 러닝타임이 지루하진 않다. 그러나 비욘세의 음악을 아무리 틀어대도 원작 짜깁기의 이상 이하도 못 벗어난 만큼 과연 귤이 탱자로 제대로 변해줬는지는 의문이다. 마케팅에서 요란하게 홍보하는 지젤 번천을 비롯한 미녀 강도들은 사실 영화에서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카메라는 지젤 일당의 미끈한 몸매를 훑어대지만, 그들에게 살아 있는 악역을 맡기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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