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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드3>의 웨슬리 스나입스
이종도 2004-12-30

근육질 스타? 아니 근육을 숨기는 액션스타!

웨슬리 스나입스는 근육을 앞세운 액션스타라기보다는 근육을 숨기는 액션스타다. 웨슬리 스나입스가 <블레이드>시리즈를 가리켜 “당신의 마음을 날려버릴 액션영화”라고 말했을 때, 방점은 마음에 있다. 반은 뱀파이어, 반은 인간에게서 몸을 받은 블레이드의 고뇌 때문에 그리고 부드러운 근육 속에 숨겨둔 폭발 일보 직전의 분노 때문에 이 영화는 액션영화 특유의 흥분제 이상을 지니고 있다.

블레이드의 정체성만큼이나 웨슬리 스나입스의 연기도 반은 드라마, 반은 액션으로 나뉘어 있다. 그는 좁혀서 말하자면 액션영화와 드라마를 번갈아가며 경력을 쌓아왔다. “액션영화엔 부상의 위험이 상존한다. 그만큼 액션영화는 위험하고, 육체에 대한 강렬한 집중력을 요구한다. 반면 드라마는 과거의 트라우마를 불러내 감정을 창조하는 작업이다.”

어릴 적 그는 꼭두각시 인형 극장을 운영했고 마임을 했으며 뮤지컬 배우 지망생이었고 대학 시절엔 연극배우였다. 춤꾼이 되고 싶어 연기학교에 들어간 그는 고등학교에서 드라마를 발견했노라고 회고한다. 춤꾼의 희망은 자신이 출연하는 영화의 액션 안무를 만드는 재능으로 이어졌다. 어떤 장르로도 쉽게 스며드는 이런 유연함 덕분인지, 블레이드라는 그의 캐릭터는 꽉 막힌 근육질 전사의 이미지와 꽤 동떨어져 있다.

플로리다 태생으로 뉴욕 맨해튼의 고등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한 그는 스스로 밝히지는 않지만 뉴욕주립대 출신의 뉴요커다. 긴장된 근육과 달리 이런 여피 같은 면모는 스파이크 리 감독의 영화에서 두드러진다. 뮤지컬 오디션에서 에이전트 눈에 띄어 <와일드 캣츠>로 데뷔했지만 그를 세상에 각인시킨 건 마틴 스코시즈 감독이 연출한 마이클 잭슨의 뮤직비디오 <배드>의 암흑가 두목으로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를 스파이크 리 감독이 ‘발견’하면서 연기자 웨슬리 스나입스가 태어났다. <모 베터 블루스>에서 덴젤 워싱턴의 신경을 거스르는 색소폰 주자를 떠올려보라. 그리고 <정글 피버>에서의 차분한 여피도 빠뜨릴 수 없다. 스파이크 리 영화에서 그는 세련되면서도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였다.

1991년 <피플>이 선정한 ‘가장 아름다운 50인’ 명단에 오른 뒤 그의 경력은 정점에 올랐다. 1992년부터 <패신저 57> <덩크슛> <데몰리션 맨>으로 액션영화의 성공작이 이어졌다. <더 팬> <원 나잇 스탠드>로 영역을 넓혀가던 그에게 1997년 베니스영화제는 남우주연상을 안겼다. 이듬해 시작된 <블레이드> 시리즈로 그는 퓨전 스타일의 뱀파이어 사냥꾼이라는 새로운 직업을 얻었다.

177cm, 별로 크지 않은 키에 상대를 압도하는 풍모도 아니지만 그는 말없이, 서늘한 표정으로, 등 뒤의 칼을 빼들어 단호하게 뱀파이어를 재로 만든다. 액션영웅답지 않은 이런 비전형성은 그가 즐겨 요가를 하고 브라질 고유의 무술과 명상으로 몸을 만드는 과정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화가인 한국인 여성과 함께 지내는 것도(처가에서는 그를 위 또는 이서방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런 까닭이 아닐까. 그는 블레이드의 무술을 옛 동양무술인 유술과 아프리카 무술 등 여러 무술을 혼합한 웨슬리 스타일이라고 부른다. 그의 아멘 라 프로덕션은 매번 다른 스타일의 감독, 같은 작가로 <블레이드> 시리즈를 이끌었다. 그러나 매번 스타일이 달라져도 부드러우면서도 절도있는 그의 무예는 한결같다.

그의 말대로 <블레이드>가 “거침없는 액션영화, 눈알이 빠질 정도의 영화”인 까닭은 이런 동과 서가 서로 스며든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1편이 유장한 흐름의 문을 여는 서장이라면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2편은 그리스 비극 같은 갈등의 드라마”라고 불렀다. 그렇다면 3편은 그에게 무엇일까. 원제 ‘Blade: Trinity’에서 알 수 있듯, 3이라는 숫자는 완성과 통합의 숫자이다. 그러나 여기엔 뉴라인시네마쪽의 전략도 숨어 있다.

최근 웨슬리 스나입스는 안팎으로 심한 시련을 맞고 있다. 40이 넘으면서 액션영화가 그는 더 힘들다고 솔직하게 토로한다. “더 빨리 상처를 입고, 더 많은 마사지를 받는다.” 래니스 페티스라는 여성이 친자확인소송을 걸었고, <블레이드3>에서 그는 자신의 큰 몫 가운데 일부를 제시카 빌과 라이언 레이놀즈 등 젊은 뱀파이어 사냥꾼에게 나누어주었다. 그는 자신의 입지가 좁아진 것에 대해 뉴라인시네마의 회장인 밥 셰인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뉴라인은 <블레이드3>가 성공할 경우 두 젊은 사냥꾼에게 임무를 넘기고 4편을 스나입스 없이 만들 계획이다. 그러나 블레이드는 바로 웨슬리 스나입스이며 이 시리즈가 그의 영화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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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RE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