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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각 단계를 보여주는 정직한 영화, <미치고 싶을 때>

온통 선입견이다.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독일영화에 오랜만에 쏟아진 환호, 독일 옐로페이퍼가 공개한 배우의 전력, 게다가 광적인 사랑이 감지되는 한국 제목까지. 정작 열어본 <미치고 싶을 때>는 예술영화라기보다 독일산 대중영화에 가깝고, 보편적 사랑에 관한 영화란 표현이 더 어울린다. 싸운 뒤 피가 흐르는 입 속으로 맥주를 붓는 남자와 집에서 탈출하고자 수시로 팔목에 칼을 대는 여자가 사실 다르긴 하다. 하지만 이 정도 사랑이 뜨겁다고 열광했다면 (미안한 말씀인데) 열렬한 사랑을 해보지 못했거나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와 데이비드 린치 같은 유의 영화엔 관심없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 <미치고 싶을 때>는 두 사람의 관계를 따라나선 뮤지컬영화다. 셀림 세슬러 밴드의 집시음악과 여가수의 애잔한 목소리 사이사이로 남자와 여자는 만나고, 결혼하고, 사랑하고, 이별하고, 상처받고, 집착하고 각자의 길을 선택한다. 그러니까 <미치고 싶을 때>는 아주 단순한 방식으로 관객이 사랑의 단계를 밟아보게 한다. 별 수사가 필요없는 정직한 영화일 뿐이다.

DVD는 PAL지역 마스터를 사용한 듯, 화끈한 음질과 평균 화질이라는 전형적인 특성을 보여준다. 감독 인터뷰, 메이킹 필름, 삭제장면과 아웃테이크 모음 등의 부록은 할리우드의 것과 달라서 거친 재미가 있다. 활기찬 제작현장의 모습이 잘 살아 있어서 영화의 느낌이 반전될 정도다. 하긴 수지 앤드 더 밴시스의 사진과 디페시 모드의 음악에서 감독의 감각을 읽어낸 사람이라면 벌써 짐작했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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