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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 관하여,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 촬영현장

12월18일 토요일 아침. 홍상수 감독의 여섯 번째 영화 <극장전>이 3회차 촬영을 조용히 진행 중이다. 다른 영화 촬영 스탭들에 비하면 소규모다. 그래서 <극장전> 연출부는 1인다역이 보통이라고 할 정도다. 이날의 촬영장면은 주인공 동수가 보는 영화 속 장면. 고등학생 전상원(이기우)이 중학교 시절 알던 여자(엄지원)을 우연히 종로 시계 가게에서 만나게 된다는 설정이다. 홍상수 감독은 배우들에게 가게 옆 귀퉁이에서 소곤소곤 대사의 톤과 리듬을 일러준다. 그리고 안경점 아저씨로 출연하는 엑스트라의 포즈와 시선방향까지 꼼꼼하게 챙긴다. 7번째 테이크에 오케이가 날 때까지, 홍상수 감독은 배우들의 시선 처리와 감정의 미세함, 목소리의 성조까지도 놓치지 않고 주문한다. 무엇보다 리허설을 할 때나 촬영 중 모니터를 볼 때나 두 배우들이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입가에서 연신 엷은 웃음이 떠나가질 않는다.

카메라는 전경에서 걸어오던 상원을 패닝으로 보여준 뒤, 시계 가게 안에서 나온 여자과의 대사가 시작될 때쯤 멈춰 서서 줌인으로 들어간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내가 비싼 거 사줄까?” 상원이 멋쩍게 여자에게 말한다. 맛있는 거 사줄까가 아니라, 비싼 거 사줄까다. 영락없는 홍상수 영화의 대사다. 그러나 <극장전>에는 새로운 시도들이 많이 눈에 띈다. 여섯 번째 영화에 등장할 새로운 시도 중 하나가 바로 줌렌즈의 사용이다. 김형구 촬영감독은 “줌렌즈를 안 가지고 오는 때가 드물 거다”라고 일러주기도 한다. 이 장면을 비롯해 종로 거리를 혼자서 걸어가는 상원의 모습까지 2컷을 찍고 이날 촬영은 종료되었다. 그러고보니, 슬그머니 나타나 연신 싱글벙글하며 현장 분위기를 띄우는 사람은 또 다른 주인공 김동수 역의 김상경이다.

‘극장에 관한 이야기’이자, ‘극장 앞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중의적인 뜻을 담고 있는 제목 <극장전>은 두명의 남자와 한명의 여자가 등장한다. 동수(김상경)는 10년째 데뷔만 준비하고 있는 영화감독 지망생이고, 그는 종로 어느 극장에서 선배의 영화를 보게 되고, 우연히 같은 날 그 영화 속의 여주인공을 극장 앞에서 만나게 된다는 대강의 얼개를 갖고 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완성본 시나리오를 갖고 촬영을 시작하지 않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 중이다. 2005년 5월 개봉예정이다.

△ “감사합니다. 쳐다보지 마세요. 쳐다보지 마세요. 감사합니다.” 종로 거리를 걸어가는 상원 주위의 행인들에게 홍상수 감독은 예절 바르게, 또는 강단있게 부탁한다.

△ 종로 거리를 걷던 상원(이기우)은 중학교 때 잠시 만나 좋아했던 여자(엄지원)을 어느 시계 가게 안에서 보게 된다. 반갑기도 하고 희한하기도 한 표정으로 반가워하는 상원.(왼쪽 사진)

△ 가게 안에서 여자이 환한 표정으로 달려나온다. 여자 역의 엄지원은 이날의 촬영이 영화 속 첫 출연장면이다.(오른쪽 사진)

△ 슬그머니 촬영장에 나타나 분위기를 돋우는 동수 역의 김상경이 당일 촬영 배우들과 즐겁게 모니터를 보고 있다.(왼쪽 사진)

△ 대사 연습을 하고 있는 이기우와 엄지원. 홍상수 감독은 두 배우를 쳐다보며 연신 웃고 있다.(오른쪽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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