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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사랑한다>, 고기 먹을 줄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드라마

차무혁의 복수는 그의 못난 인생을 닮았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이 드라마를 1회부터 착실히 챙겨본 시청자는 아니다. 남들 가슴 졸일 때, 혼자 '쟤는 누구야? 저건 왜 저런 거야?' 따위의 질문을 수 차례 날리며 뒷북을 쳐댔고, 분위기 파악부터 감정이입까지 꽤 어려움을 겪었으며, '저런 게 어딨냐' 투덜댄 일도 여러 번이었다.

특히 차무혁의 복수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을 버린 어머니에게 복수하겠다고 나선 것까지는 좋은데, '동생 애인 뺏기'라니, 말은 쉽다고 생각한 것이다. 사람 마음 얻는 일이 그리 쉬워 보이더냐고 따져 묻고 싶었던 거라. 게다가 그 어설픈 수염 변신이라니. '애인 뺏기'는 고사하고, '웃기는 애'로 찍히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싶었다.

헌데 몇 회 더 감상한 후로는 생각이 바뀌었다. 그런 유치한 방법밖에는 생각할 줄 모르는 차무혁의 어리석음이 안됐고, 그렇게라도 복수를 해야 하는 그의 절박함이 안됐고, 결국엔 '애인 뺏기'보다 훨씬 심한 '죽음'으로 복수하는 그의 운명이 안돼서 기어코 눈물이 났다.

누가 그랬던가. 자살은 가장 극단적인 복수라고. 그래, 미안하다고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죽음’은 세상에서 가장 강도가 센 복수이리라. 그런 의미에서 차무혁은 그의 어머니에게 가장 잔인한 복수를 하는 셈이다. 윤이 가진 모든 것을 빼앗는 일보다 훨씬 더 잔인한, 주고 싶어도 줄 수 없게 만드는 복수. 사랑을 주고 싶어도 줄 수 없게, 서둘러 먼저 떠나버리는 잔인하고도 슬픈 복수.

차무혁의 복수는 그의 못난 인생을 닮았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나 먹는다고, 제대로 된 사랑 한 번 받지 못했던 그는, '사랑', ‘가족’처럼 사치스러운 음식은 끝내 토해내고 만다. 주고 싶어도 줄 수 없고,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게 생겨먹은 못난 인생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살아온 방식 그대로, '받지 못하는 복수'를 하고, '줄 수 없는 사랑'을 한다. 그러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생겨 먹어서.

“아저씨한테 주고 싶은 게 참 많았는데... 내가 준 건 상처밖에 없네.” “형이 은채한테 줄 수 있는 건 상처밖에 없잖아."

무혁이 병원 침대에 앉아 회상하는 은채와 윤의 말들이다. 주고 싶어도 줄 수 없었고,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었던 무혁의 인생. 그의 사랑도 어느새 그 서러운 인생을 닮아 있음을 깨닫고 그는 또 한 번 눈물을 흘린다.

고기 먹을 줄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드라마. 사랑 받을 줄 모르는 서러운 사람들에 대한 드라마. 그래서인가. 제목조차 참 서럽기만 한 드라마이다. 미안한데, 사랑한다니. 사랑하는데 미안하다니. 참 서러운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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