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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DVD에 생긴 일

2005년 DVD의 대중화를 기대하며, 지난 2004년 DVD시장을 결산한다. 최고의 국내외 타이틀과 수많은 타이틀에 파묻혀 제 빛을 못 낸 숨겨진 타이틀 6편을 모았다.

2004 DVD 타이틀 베스트 10

1. 2. 3. 4. 5. 6. 7. 8. 9. 10.

DVD도 한국영화 휘날리며

올해의 베스트 타이틀은 매체의 특성상 DVD 타이틀로서의 완성도가 우선이다. 그래서 선정 기준은 화질, 음향, 부록에 의해 좌우되며 이를 적용한 결과 2004년도 변함없이 잘 만들어진 타이틀의 대부분은 할리우드영화의 몫이다. 철저한 기획과 준비과정, 자본과 기술력이 뒷받침이 되니, 이는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 없다. 이런 독식에 가까운 상황에서 잘 만든 한국영화 타이틀이 3편이 나온 것은 큰 소득이다. 비록 순위에는 들지 않았지만, 도 에 견줄 만한 완성도를 지녔다. 올해의 베스트 타이틀은 다. 황홀한 정도의 우수한 복원력 덕분이다. 사실 1, 2위는 누가 더 좋은 타이틀이란 의미가 없다. 확장판 역시 말 그대로 ‘제왕’의 타이틀이 아니던가. 복원의 우수함은 세르지오 레오네의 에서도 적용되었고, 은 유일한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는 가격 논란이 있었지만, 그와는 별개로 올해의 한국영화 타이틀로 선정했다. 또 하나의 성과는 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뒤지지 않는 역대 한국영화 DVD 최고의 화질을 보여주었다.

2004 외화 베스트 타이틀

30년 전 영화 맞아? 디지털 복원의 ‘제왕’

좋을 것이란 예상은 누구나 했겠지만, DVD 타이틀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되면 벌어진 입을 다물 길이 없다. 이 박스 세트에 포함된 에피소드4, 5, 6은 현대 디지털 복원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실로 놀랄 만한 성과물이다. 그 누구도 이 타이틀을 보면서 곰팡내 풀풀 나는 20∼30년 전의 영화라고 생각하기 힘들다. 최신 블록버스터 타이틀과의 절대적 비교 평가에서도 조금도 뒤지지 않는, 오히려 더 섬세한 화질을 구현, 자본과 기술의 만남이 일궈낸 최상의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복원 작업의 1등 공신은 라우디 디지털사. 과 같은 고전영화의 훌륭한 복원으로 찬사를 받았고, 에 이어 는 디지털 복원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이처럼 뛰어난 화질과 더불어 주목을 끄는 것은 이전 버전과는 다른 화면이다. 당시 기술적 한계로 매끄럽지 못했던 장면들의 손질이 돋보인다. 에서 모습이 또렷하지 않았던 얼음괴물 왐파가 제 모습을 갖추었고, 의 자바 더 헛의 지하감옥에서 루크를 위협하는 괴물 랭커와의 어색했던 합성이 말끔해졌다. 또한 시리즈 통일성을 위한 과감한 시도도 있다. 에서 모습을 드러낸 황제의 얼굴을 지워버리고, 에피소드6의 이안 맥디아미드로 대체했다. 이와 함께 의 마지막 장면에서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세바스천 쇼가 아닌 헤이든 크리스텐슨으로 교체한 것은,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 팬들의 원성을 산 ‘옥에 티’로 거론된다. 하지만 감탄스러울 정도로 뛰어난 화질과 정교한 음향, 국내 발매된 시리즈 최초로 코멘터리까지 모두 한글자막를 한 것은 단점을 가릴 만한 성과다. 별도의 디스크에 수록되어 있는 이란 메이킹 다큐멘터리는 팬들을 위한 멋진 부록이다. 이 부가 영상은 박스를 위해 새롭게 만든 것으로, 에피소드4, 5, 6 제작과 관련한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2004 한국영화 베스트 타이틀

서플먼트 구성의 새 기준,

잘 만들어진 한국영화 DVD 타이틀을 보면 감탄스럽다. 미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시장이랄 것도 없는 작은 규모지만 그것이 무색할 정도로 정성스럽게 만든 타이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2004년 한해 많은 한국영화 타이틀이 쏟아졌지만, 그 가운데 작품성과 화질, 음향, 부록의 종합적인 평가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 4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DVD는 모범이 될 만한 서플먼트 구성이 으뜸이며, 화질과 음향도 꽤 수준급이다. 물론 색 보정을 거친 화면은 개인적 취향이 많이 좌우가 되겠지만, 양과 질을 모두 만족시키는 서플먼트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한마디로 “의 모든 것”이 수록된 것이다. 반드시 주목해야 할 부록은 5개의 코멘터리와 박찬욱 감독과 조영욱 음악감독이 들려주는 영화음악 이야기. 코멘터리가 유난히 돋보이는 것은 영화를 만든 이, 영화평론가, 영화광의 입장을 균형있게 담아낸 것이다. 음악 이야기도 단순 인터뷰가 아닌 삽입된 곡 하나하나에 대한 해설을 시도한 것이 다른 타이틀과의 차별되는 점이다. 이외에도 박찬욱 감독의 단편영화 , 김민석 감독의 , 촬영 회차별로 접근한 제작과정도 주목할 만하다.

2004 숨겨진 타이틀

속사포 개그의 연속,

몬티 파이슨 무리는 자신들의 영화가 DVD 리뷰에서 빠진 걸 알면 ‘리뷰는 다시 시작돼야 한다’고 했다가, 리뷰가 나올 걸 알게 되자 ‘진짜 리뷰는 이제부터다’라고 환호할 것이며, 리뷰를 읽고 나선 ‘쳇, 별거 아니잖아’라고 투덜댈 게 분명하다. 그러니 그냥 제목과 출시소개만 해둬야겠다. 잘못 말했다간 그 무정부주의자들에게 매를 흠씬 맞을지 모르니 말이다. 그래도 한마디. “전작처럼 흥겹고 정신없으면서 전작보다 더 끔찍해진 뮤지컬코미디의 DVD다.” 두 번째로 출시된 특별판은 향상된 화질, DTS 사운드, 별도 수록된 감독판을 자랑한다. 그리고 영화만큼 재미있는 음성해설, 용도가 의심스런 ‘고독한 자를 위한 사운드트랙(?)’ 등 메뉴부터 부록 하나에까지 2장의 디스크에는 장난기와 재기가 끝없다.

이보다 더 유쾌할 순 없다,

오우삼도 울고갈 슬로션 액션에 를 능가하는 마차 추격장면, 딸꾹질을 코믹스럽게 군중무로 끌고가는 뮤지컬과 가슴아픈 러브스토리, 거기에 왕자와 거지의 우화까지. 는 98년 일본을 강타하고 국내까지 진출해 화제를 뿌린 발리우드산 100% 오락영화다. 개봉 당시 국내에선 132분의 러닝타임으로 개봉되었으나 DVD는 완전판을 담았다. ‘채식주의 학’에서부터 ‘틸라나 틸라나’와 ‘구루바리 마을에서’까지 흥겨운 가락에 어깨를 들썩이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게 된다. 인생의 소중한 두 시간 반을 이보다 더 행복한 시간으로 만들어줄 영화도 없으므로 곁에 두고 자주 볼 일이다.

로버트 알트먼의 필름 느와르 고전,

1973년, 오래도록 잠자던 사립탐정 필립 말로가 깨어났다. (1946)의 각본을 쓴 리 브래킷과 누아르 스타 스털링 헤이든이 도착했고, 로버트 알트먼은 주인공을 맡은 엘리엇 굴드를 ‘립 반 말로’로 부르곤 했다. 돌아온 필립 말로에게 우수에 찬 느낌은 덜했다. 그러나 말로를 재창조하려던 알트먼의 의도는 들어맞아서 비정과 순수와 고독이 결합된, 그러면서도 좀더 현실적인 모습에 가까운 필립 말로=가 탄생할 수 있었다. 수없이 변주되는 주제곡처럼 의 매력은 보면 볼수록 더 드러난다. 감독과 배우 등이 들려주는 영화의 뒷이야기, 알트먼의 초기 걸작시대를 함께한 전설적인 촬영감독 빌모스 지그몬드가 회상하는 , 예고편 모음으로 만나는 레이먼드 챈들러 등 부록 또한 풍성하다.

뇌리에 박힌 알랭 들롱의 죽음,

알랭 들롱의 이미지는 비스콘티에 의해 비로소 빛났지만 그의 프로필은 트렌치코트를 걸치고 중절모 그늘 아래 가려졌을 때 더욱 매력적으로 보인다. 장 피에르 멜빌은 어둠의 이미지를 사용하여 알랭 들롱을 암흑가의 꽃미남으로 등극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죽음을 가장 기억할 만한 것으로 만든 영화는 멜빌의 것이 아닌 조세 지오바니의 이었다. 주말의 명화에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속 주인공마냥 시청자와 단두대를 바라보는 알랭 들롱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한동안 시름시름 앓았던 분도 많았을 것이다. 오랫동안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기억 속에 계속 밟혀왔던 그 영화가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되어 있으니 다시금 그 죽음을 바라보시라.

못지않은 전쟁 공포,

(1959)에 이어 공개된 와 는 핵전쟁의 공포가 냉전의 시간을 살던 사람에게 얼마나 큰 것이었나를 보여준다. 후유증을 염려한 미국 정부는 두 영화의 앞뒤에 ‘이런 일은 발생할 수 없다’는 의견을 붙여놓았지만, 미국 폭격기가 ‘우발방지기구’(Fail-Safe)에도 불구하고 소련을 향해 핵폭탄을 투하한다는 설정을 본 관객은 불안감을 떨치기 힘들었다. 그런데 의 비극은 다른 곳에도 있었다. 시드니 루멧과 헨리 폰다의 이름을 본 스탠리 큐브릭은 의 내용이 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고소했고, 그 결과 개봉이 늦춰진 는 흥행 참패를 겪어야만 했다. DVD엔 음성해설과 제작 뒷이야기 등이 있으나 한글자막은 없다.

작지만 울림있는 6편 모음,

스펙트럼의 뉴웨이브 시리즈는 국제영화제 수상 경력이 있는 작지만 울림있는 영화들을 선택하여 스펙트럼이 발매하고 있는 박스 세트다. 볼륨4에는 미국 독립영화의 기수이자 ‘구원’의 시네아스트 할 하틀리의 대표작 과 뽀사시를 걷어낸 영국식 인 그리고 테렌스 데이비스의 을 담았고 볼륨5는 5회 부산영화제 화제작이었던 과 신예감독인 안네 소피 비로와 밈모 칼로프레스티의 작품들이 담겼다. 당신을 둘러싼 적막이 견딜 수 없거나 사랑이 더이상 믿기지 않는다면 을 보며 막춤을 추거나 비인간화되어가는 사회에 진절머리가 난다면 을 보며 함께 고함쳐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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