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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나이 영웅에 대한 묘한 향수, <크로커다일 던디3>

이번엔 LA에서 펼쳐지는 던디의 좌충우돌 활약상. 자연인 마초 던디와 함께하는 착한 가족영화.

세련된 인간들이 넘치는 도시의 갑부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가지지 못한 것, 혹은 잃어버린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온갖 호들갑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거대함을 모방하기보다는 그와는 정반대에서 소박함의 가치를 설파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는 이 유사한 두 논리에 의해 지탱되는 영화다. 이 두 논리의 실질적인 효과, 혹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판단은 잠시 미뤄두자. 이 영화에서만큼은 그 전략이 유치할지언정 나름대로 코믹한 순간들을 잡아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시리즈의 완결편이라 할 수 있는 이번 3편 역시 순진한 마초 던디(폴 호건)와 지적인 기자 수(린다 코즐로스키) 부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의 시작은 마치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호주의 야생을 비추는 데 할애된다. 자연과 인간의 공생에 초점을 둔 도입부는 던디의 가족이 수의 직장 때문에 옮겨온 LA의 빌딩 숲과 명확한 대조를 이루며 이후 영화의 전개 방향을 암시한다. 시골 촌뜨기 마초가 미국의 도시생활과 맞닥뜨리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은 꽤나 설득력 있다. 예컨대, 도로 한복판에서 차를 세우고 스컹크를 구하는 던디를 테러범으로 오인한 미국인들의 엄살이나 이를 부풀려 사건으로 만드는 언론의 안달은 우스꽝스럽지만 매우 ‘현실적’이다.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부패나 가볍기 그지없는 미국 문화에 대한 코믹한 조롱 역시 때때로 통쾌한 재미를 선사한다. 이 모든 에피소드들의 균형을 잡는 던디에게 미국은 더이상 꿈의 공간이 아니라 세속적인 껍데기로 가득한 속물들의 나라로 재현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사랑=자연=순수함이라는 단순한 도식, 그리고 그 도식을 실현시키는 던디는 자연의 사나이, 혹은 진짜 사나이 영웅에 대한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영화사의 부패를 맨손으로 밝히고 해결하는 던디의 활약상이 오지에 대한 서구의 또 다른 환상으로 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시문명과 자연의 확고한 이분법적 구도 안에서 결국은 자연의 승리로 매듭지어지는 영화의 결말은 화려한 먼지에 지친 서구의 새로운 꿈일까. 영화가 보여주었듯, 소음과 폭력과 부패의 뿌리로 흔들리는 ‘그들’은 이제 무기 없이도 가족을 지키는 튼튼한 맨몸의 영웅, 21세기의 타잔을 갈망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 열망의 뒷맛도 그다지 깔끔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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