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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2004년 미국이 놓친 영화
옥혜령(LA 통신원) 2005-01-12

<인디 와이어> 발표, <카불의 미용학원> <영웅에게 휴식은 없다> 등 2005년 개봉 기대

<2046>

2004년 연말도 갖가지 톱10영화 리스트로 마감했다. 가끔은 신선한 리스트들도 있지만, 대개는 “좋은 영화, 나쁜 영화 10편” 따위의 리스트이게 마련. 은근슬쩍 나의 한해 영화 안목은 양호했었는지 견주어보는 잣대가 되는 리스트도 바로 그것들이다. 이들 리스트의 한 가지 미덕이라면, 놓친 영화를 아쉬워하게 만들어 DVD 대여점으로 달려가게 하는 것이다. 리스트의 홍수가 한 차례 지나간 새해 첫주, 미국의 대표적인 독립영화언론 는 지난해 미국 내 배급사를 찾지 못해 때를 놓쳐버린 베스트 영화 15편을 발표했다. 새해를 기다림으로 시작하라는 뜻이다. 과연, 2005년에 이 영화들을 미국 극장에서 볼 수 있을까는 또 다른 문제지만, 올 한해 극장가 풍경을 가늠하기에 유용할 리스트다. 리스트의 면면을 살펴보면, 지난해 다큐멘터리의 강세를 반영하듯, 몇편의 미국 다큐멘터리가 눈에 띈다. 리즈 멀민 감독의 은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 문을 연 미용학원을 소재로 탈리반 붕괴 이후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삶을 그린 작품. 리베리아 내전의 한가운데에 카메라를 들이댄 정통 시네마 베리테 스타일의 (조단 스택 감독)과 함께 최근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 쏟아지는 미국인들의 다양한 관심을 보여주는 듯하다. 두편의 비교적 전통적인 다큐멘터리와 함께 최근 트렌드를 반영하는 리얼리티 쇼 스타일의 다큐멘터리, 도 포함되었다. 신인 앤드루 와그너 감독이 3만달러의 예산과 디지털카메라로 찍어낸 이 황당한 자기 가족 여행기는 보통의 가족이 숨기고 있을 법한 치부들을 낱낱이 까발리는 대담함으로 올해 선댄스영화제의 기대를 받고 있다고.

한편, 리스트에는 지난해 부활했던 외국영화 흥행 바람을 타고 수면 위로 떠오를 외국산 다크 호스들이 몇편 들어 있다. 이미 배급사가 거의 결정된 메이저급 외국영화들(왕가위의 등)이 흥행을 주도하겠지만, 외국영화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이들 작은 영화들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그중 루펜도의 (중국)는 중국사회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읽어내기 좋아하는 서구 비평가들이 반기는 두 임포턴트 남자의 이야기. 가 꼽는 올해 최고의 데뷔작 중 하나다. 지구 반대편에서는 리잔드로 알론소의 (Los Muertos)(아르헨티나)가 주목할 만하다고. 이미 국제영화제 서킷에서 뉴아르헨티나영화의 기수로 꼽히고 있는 알론소 감독의 신작으로, 딸을 찾아가는 한 중년 남자의 여정이라는 간단한 스토리를 신비로운 분위기의 우화로 만들어낸 수작이다. 그 밖에 페르난도 핌케의 (멕시코), 피어 젤리카의 오스카 출품작, (보스니아), 데이비드 플램홀크의 (스웨덴·영국), 루실 하드지파일로빅의 (프랑스), 제시카 하우즈너, (오스트리아·독일), 알랭 기로디 감독의 (프랑스) 등이 눈에 띈다.

의 픽션과 허구를 혼재한 다큐멘터리 스타일에서부터, 의 그림 동화판 호러, 의 리얼리즘과 누아르의 이종 교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실험이 엿보인다. 반면, 리스트에 포함된 미국영화들은 ‘극단의 상황에 처한 개인들의 내면 드라마’라는 미국 독립영화 특유의 소재를 다룬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포르로 잡지에 글을 쓰는 중년의 작가와 성에 눈뜬 10대 소년 사이의 사랑이 아닌 우정에 관한 영화, (브라이언 포이저 감독)를 비롯해서 이 영화가 배급사를 찾지 못한다면, 미국 독립영화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데브라 그라닉의 마약중독자 관찰기, 이 대표적이다. 모자의 사랑관계를 고딕영화의 스타일과 유머로 그려낸 아시아 아르젠토 감독의 도 한켠을 거든다. 위노나 라이더, 마이클 피트 등 독특한 분위기로 알려진 스타들이 대거 출현한다고.

<절망의 끝>

<디어 필로>

지난해 장이모의 을 필두로 예년에 비해 월등한 흥행 성적을 거둔 외국영화들이 올해도 그 바람을 이어갈지, 다큐멘터리의 강세는 어디까지일지, 등 연내 개봉하는 한국영화의 위상은 어떠할지, 질문으로 새해를 맞는다. 미국 배급사들이 부지런히 달리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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