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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걸작선] 김기영표 ‘광기의 미학’, <파계>
이승훈( PD) 2005-01-13

EBS 1월16일(일) 밤 11시50분 제3회 테헤란영화제 출품

1996년 가을, 의 한국영화작가 시리즈를 연출할 당시, 김기영 감독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추천한 영화가 였다. 그러나 불행히도 당시는 텔레시네된 영상자료가 없어 소개할 수 없었던 안타까움으로 내게 기억돼 있는 작품이다. 절과 수도승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초반부만 보고 있으면 영화 는 광기어린 그로테스크함의 영화미학으로 알려진 김기영 작품의 주제나 소재와는 다소 다른 축을 가지고 가는 듯하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되면서 점차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다양한 김기영의 트레이드 마크들을 확인하는 일종의 반가움이 매력을 더해준다.

절간에서 벌어지는 올깨끼(10살 전후에 절에 들어온 승려)와 늦깨끼(어느 정도 장성하여 절에 들어온 승려)의 권력다툼이나 승려들간의 반목과 질시, 비구니를 여자로 생각하는 비구승들의 말투나 행동 등은 역시 김기영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영화임을 확인하게 한다. 상당히 많은 분량의 난해한 대사와 일정한 플롯없이 에피소드 중심으로 전개되는 방식 역시 김기영을 느낄 수 있다. 등장인물들의 독특하고 그로테스크한 캐릭터 역시 김기영표다. 법통에만 집착하는 큰스님, 동굴에서 수행하며 곡차도 즐기는 무불당 스님, 진짜 스님을 가려내기 위해 비구승들을 유혹하는 비구니, 수행 중이면서도 속세의 욕망을 벗어나지 못하는 침애와 묘운, 배고픈 젊은 승려들을 먹이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데에만 관심이 있고 수행에는 관심이 없는 듯한 도심 등등이 그러하다. 그리고 욕망과 집착, 질시와 광기의 육체들 역시 어김없이 등장한다. 쥐가 등장하는 장면에까지 가면 역시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처음부터 끝까지 죽비 때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으면서 김기영의 광기의 미학을 증폭시키는 중요한 음향 효과 역할을 한다.

당시 14살 소녀 임예진의 데뷔작이기도 하며, 명장 정일성이 촬영한 는 ‘지상에 행복이 넘쳐 흐를 때를 기다리면서’ 만든 김기영 감독 자신의 애장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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