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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 이어온 음악의 혼, 레너드 코언의 <Dear Heather>

장수하는 가수는 억울하다. ‘짧고 굵게’ 활동하다 간 요절 음악인에 대한 대중의 과도한 추앙을 곁눈질하면 더 그렇다. 그런데 ‘장수하면서 롱런하는’ 가수가 드문 것도 사실이다. 아니, 드물지는 않더라도 자의 반 타의 반 ‘과거형’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캐나다 출신의 음유시인(bard) 레너드 코언은 ‘롱런하면서 현재형인’ 빛나는 예외에 속하는 가수다. 그는 1960년대에 <Suzanne>과 <Bird on a Wire>, 1970년대에 <Famous Blue Raincoat>, 1980년대에 <I’m Your Man> 같은 신곡을 히트시키며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금도 비오는 날이면 라디오에 종종 나오는 제니퍼 원스의 커버곡 <Famous Blue Raincoat>(1987)나 윤설하가 노래한 번안곡 (1991)은 1990년을 전후해 레너드 코언을 ‘우회하여’ 접근하게 한 계기였다. 특히 <Everybody Knows>가 인상적으로 나온 영화 (1990)나 (1994)는 지금의 20∼30대에게 그의 음악을 깊이 각인해준 계기일 것이다. 이렇게 그는 여러 연대에 걸쳐 새로운 팬들을 만들 수 있었다. 레너드 코언은 밥 딜런만큼 화려하지는 않으나(그는 서른 넘은 나이로 가수 데뷔했을 때 ‘뉴 밥 딜런’이란 별칭을 들은 바 있다) 독창적인 음악세계로 보자면 밥 딜런에 뒤질 이유가 없는 포크 가수이자 싱어송라이터이다.

레너드 코언이 3년 만에 발표한 신작 <Dear Heather>는 열한 번째 스튜디오 음반이(자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음반이)다. 이 음반에 담긴 음악은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세월의 더께가 더 짙어진 ‘예의’ 저음의 보컬, 시적인 가사, ‘뒤에서 혹은 같이’ 노래하는 여성 보컬, 차분한 사운드 등은 여전하다. 단, 이번 음반의 배경을 전체적으로 감싸는 것은 재즈풍의 밴드 연주다. 풍성한 여성 백 코러스와 ‘울어 예는’ 색소폰이 코언의 씁쓸한 보컬과 잘 어울리는 <Go No More A-Roving>은 바이런(Lord Byron)의 시를 노래로 만든 것이며, <On That Day>는 2001년 뉴욕 9·11 테러에 대한 슬픈 단상을 노래한 것이다. 코언은 <Villanelle for Our Time>에서 1950년대 비트족을 연상케 하는 스포큰 워드로 읊조리지만, 비슷하게 내레이션에 가깝게 읊는 <Because of>에서는 여성 팬이 끊이지 않았던 일생을 의뭉스런 유머로 갈무리하기도 한다. 이 음반에 담긴 12곡의 신곡과 컨트리 고전 <Tennessee Waltz>의 라이브 버전 보너스 트랙은 만 70살이 된 이 노장 음악인의 창조적 혼이 녹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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