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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드 로의 팬에게 바치는 꽃다발 같은 영화, <나를 책임져, 알피>
김혜리 2005-01-18

메트로섹슈얼 레이디킬러 알피, 갈피를 잡지 못하다.

의 찰스 샤이어 감독은 을 연출한 낸시 마이어스 감독과 오랜 창작 파트너이자 부부였다. 마이어스의 코미디가 연애심리를 파고드는 여성지 편집자의 감각을 드러낸다면 공교롭게도 는 세련된 미녀와 고급 장신구의 이미지가 교대로 즐비한 남성 패션지의 한 섹션을 연상시킨다. 처음부터 입고 태어난 듯 구찌 슈트와 프라다 구두가 어울리는 알피 앨킨즈(주드 로)는 뉴욕의 바람둥이. 그의 직업은 ‘엘레강스’라는 간판을 단 리무진 렌터카 회사의 운전기사다. 시종처럼 벌어 왕자처럼 사는 알피에겐 맞춤한 직장이다. 알피는 유혹과 발뺌의 곡예를 반복하며 독신모 줄리(마리사 토메이), 권태로운 주부 도리, 단짝 친구의 애인 로넷(니아 롱), 정서가 불안한 니키(시에나 밀러), 화장품 재벌 리즈(수잔 서랜던)의 품을 전전한다. 그가 관계를 팽개칠 때마다 피해자는 여자들인 듯 보이지만, 기실 망가지는 쪽은 알피다.

원전인 1966년작 의 마이클 케인이 그랬듯, 주드 로는 영화 내내 관객을 향해 ‘늑대의 본심’을 귀띔한다. 주연의 해설이 주의를 독점하는데다가 카메라도 줄곧 주드 로의 얼굴에 몰두하는 탓에 의 영화적 공간은 평균보다 깊이감이 얕다. 반면 그간 조연에 치중해 변변한 클로즈업도 많지 않았던 주드 로의 팬에게, 모든 앵글을 섭렵하며 면도 자국의 매력까지 포착한 는 꽃다발 같은 영화다.

오리지널 에서 많은 캐릭터와 장면을 본뜬 점을 고려하면, 는 이상하리만큼 원전과 동떨어진 리메이크다. 케인이 분한 런던 뒷골목의 여성혐오주의자 알피는 자기가 뒤틀려 있음을 모르는 악하고 약한 남자였다. 그는 여자들을 통해 페미니즘, 성 혁명, 낙태 등 당대의 뜨거운 이슈와 마찰을 빚는다. 멸종을 앞둔 들짐승 같은 인물 알피는 진짜 나쁜 남자였고 진짜 갈등을 낳았다. 그러나 38년의 시간은 많은 것을 구문으로 만들었다. 2004년 뉴욕의 알피는 책임을 꺼리는 숱한 도시 독신남의 일원으로 보일 뿐이다. 게다가 현대 플레이보이의 초상이라면 딜란 키드의 2002년작 (Roger Dodger)가 훨씬 생생했다. 이쯤 되면 리메이크의 정당성도 반추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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