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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실한 ‘종교영화’, <마더 데레사>
이영진 2005-01-18

2시간 동안 펼쳐지는 데레사 수녀의 20년, 그 믿음과 나눔의 삶

‘20세기의 마지막 성인’으로 추앙받았던 데레사 수녀의 선행을 되짚은 영화. 이탈리아 국영방송인 라이에서 방영되어 1천만명 이상의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동명의 2부작 미니시리즈를 2시간 분량으로 재편집해 스크린에 옮겼다. 전기영화지만, 일대기 형식을 취하진 않는다. 영문 제목인 ‘캘커타의 데레사 수녀’(Mother Teresa of Calcutta)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종교 분쟁으로 혼란 상태인 인도에서 빈민 구호 활동에 나섰던 데레사 수녀의 20여년을 카메라는 클로즈업한다.

1946년 캘커타의 로레토 수도회. 총에 맞은 힌두교도를 숨겨주고 치료해줬다는 이유로 데레사 수녀는 대주교 등과 마찰을 빚는다. “당신처럼 행동하면 교회가 곤란해질 수 있다”는 충고에도 자신의 행위가 옳은 것이라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 데레사. 그녀는 이 일로 결국 다른 지역의 수도회로 떠나야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교구의 허락을 받지 않고 비탄에 빠진 캘커타의 거리로 다시 돌아온다. “제가 머물 곳은 수녀원이 아니라 캘커타 거리예요. 가장 가난한 이들과 함께 말입니다.”

무엇보다 는 충실한 ‘종교영화’다. 인도인들은 마더 데레사의 선행이 개종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바티칸은 사랑의 선교회를 만들려는 그녀의 의지를 전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기아로 허덕이는 빈민들의 비명에서 “목이 마르다”는 예수의 환청을 들었던 그녀는 한순간도 흔들림 없이 “그분이 이끄시는 대로” 걸어간다. 그러나 보는 이가 독실한 신심이 부족하다면, “전 오직 주님 손 안의 몽당연필이고 쓰시는 분은 주님이시죠”라는 데레사 수녀의 거듭된 믿음 고백이 버거운 게 사실이다.

어설프게 마무리된 후반부의 갈등 또한 아쉬움을 남긴다. “소박한 나눔”을 강조하는 데레사 수녀와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다른 동료들 사이의 의견 차이는 후반부의 큰 줄기지만 영화는 시간을 점핑하는 것으로 서둘러 처리한다. 가 관심을 모은 데는 의 가녀린 청순함으로 기억되는 올리비아 허시의 출연 때문이기도 할 것. “데레사 수녀 역은 지난 25년 동안 지속되어왔던 꿈”이라고 말했다는 올리비아 허시는 노년의 데레사 수녀를 연기하기 위해 촬영 전에 4시간이나 걸리는 보철 메이크업을 해야 했다고. 벌써 50대 중반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맑은 눈은 성녀(聖女)의 안광을 떠올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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