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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군 투덜양] 봐야할 사람이 안 보는 게 문제지! <룩 앳 미>

투덜양, <룩 앳 미>의 비판이 닿지 않는 성역을 생각해보다

얼마 전 에서는 ‘성격 2%만 바꾸자’라는 특집기사를 내보냈다. 그 기사를 기획했던 동료와 수다를 떨다가 불현듯 떨구어놓은 말. “근데 이 기사에는 치명적인 딜레마가 있어. 진짜 성격 이상한 사람들, 치료가 필요한 애들은 절대 이런 기사 안 봐. 봐도 지 얘기인 줄 몰라요. 성격 개조해봤자 이 사회의 개선이나 발전에 도움도 안 되는 사람들- 본래 민폐를 끼치지 않는 성격이었으므로- 이나 무릎을 치면서 본다구. 그게 문제야.” 를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훌륭하신 말씀이야. 근데 정작 이 말씀을 들어야 하는 분들은 이런 영화를 보기에는 너무 바쁘거나 보더라도 남 이야기라고만 생각한다구. 슬픈 일이다.

물론 내가 이 말을 하는 건 나는 이런 권력 관계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사실 이런 구질구질한 역관계에서 자신이 비굴하지 않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크게 두 부류다. 에티엔처럼 권력의 정점에 서 있기 때문에 남 눈치볼 일이 별로 없는 사람이거나 크리스티앙처럼 권력의 관계망에서 완전히 벗어나 단독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그러니 기성 체제에 편입될 가능성이 지극히 낮은 아웃사이더들이다. 완성되기 전 영화의 가제 중 하나가 ‘모두가 하는 짓’이라고 했듯이 평범한 사람들도 특히 먹고사는 문제에 부닥치면 구차하게 현재의 권력관계에 순응하는 핑곗거리를 마련하게 된다.

영화에서 일종의 서술자 역할을 하는 실비아 역시 이 먹이사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에티엔을 알게 되면서 에티엔 앞에서 잘 보이려 애쓰고 어려운 시절을 같이 했던 동료들을 멀리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자기가 누리게 될 혜택을 편하게 즐길 만한 인물도 못 된다. 다투고 헤어진 (소설가 애인의) 전 매니저를 길거리에 우연히 봤을 때 아무에게도 비난받지 않았지만 혼자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대체로 평범하고 소심한 사람들은 이처럼 권력을 부러워하면서도 그들의 간지러운 손길 앞에서는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게 된다. 결국 순종이나 아부의 과실도 그리 많이 챙기지 못하면서 혼자 구려서 어쩔 줄 몰라하는 사람들, 영화를 보면서 ‘맞아 맞아’ 하는 건 결국 이 부류들이다.

그러나 에티엔처럼 권력자의 위치에 있거나 최선을 다해 권력자의 발바닥을 열심히 핥아대면서도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 영화에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하거나 봐도 너무나 태연하게 “저런 비굴한 것들”, “쟤네들은 왜 저러고 사냐?”라며 개탄할 것이라는 데 이 영화의 딜레마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주로 그런 사람들이 세상을 편하고 즐겁게 살아간다는 데 이 세상과 존재의 비극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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