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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는 통화중] ‘연예인 X파일’ 파문에 대한 우려
이종도 2005-01-24

초고속 ‘위험사회’

‘연예인 X파일’을 다운로드받느라 직장 업무가 마비되었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X파일의 파장이 거세다. 제일기획이 광고 모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해 동서리서치사에 의뢰한 조사 결과는 우연한 실수로 급속하게 퍼져나갔다.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한 관음증이 이 사회의 징후임을 다시 확인시킨 계기였다. 이 사건은,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의 입을 빌려 말하자면, 무차별적으로 평등하게 위험이 분배되는 ‘위험사회’의 성격을 잘 나타내는 실례다. 불가항력의 위험이 상존하는 근대 ‘위험사회’의 초고속 정보화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조사결과는 연예프로그램 리포터 둘, 그리고 스포츠지 기자 7명과 통신사 기자를 합해 모두 10명에게 심층 인터뷰를 한 끝에 99명 연예인의 광고 이미지 적합성을 물은 것이다. 조사의 목적은 ‘광고주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각 신문과 방송들은 사이버 테러, 연예계에 몰아친 쓰나미 등으로 이 사건을 표현하며 X파일을 확대재생산하는 데 거들고 있고 인권침해라는 도덕적인 훈계도 빠뜨리지 않고 있다. ‘피해’ 연예인들은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사건 이후의 연쇄반응은 먹이와 먹이새가 벌이는 부록(스페셜 피처)에 다름 아니다. 연예인과 언론의 화학작용은 그 자체로 둘에게 윈윈게임이기 때문이다. 소문 수준에 불과한 가공되지 않은 데이터가 뜻하지 않은 외부효과를 낳고 있는 셈이다. 정작 담당 기자가 속한 스포츠신문 등은 입을 다물고 있고 한 방송 리포터는 자신이 출연하는 방송에서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그러나 문제는 사적인 권리 침해가 아니다. 이 문건은 외부로 유출될 성격이 아니었다. 어느 누가 거액의 광고비 위험 부담을 그대로 지겠다고 하겠는가. ‘결핍은 위계서열적이고 스모그는 민주적’(울리히 벡)이라는 경구가 이 사건의 앞뒤를 잘 설명해준다. 인터넷은 누구나 공평하게 마시는 오염된 치명적인 먼지가 될 수 있다. 이 사건은 그 먼지에 대한 면역력 테스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