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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젊은 예술가의 초상, 주드 로
박혜명 2005-01-27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지난해 11월, 주드 로의 기사를 쓰면서 이렇게 서두를 뗐다. “주드 로에 관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그는 빼어나게 재능있는 배우다. 둘째, 그는 빼어나게 잘생긴 남자다.” 그런데, 주드 로가 뉴욕의 바람기 다분한 멋들어진 싱글남자로 분해 자신의 연기력과 외모를 한꺼번에 써먹을 수 있었던 영화 <나를 책임져, 알피>는 미국에서 고작 620만달러의 개봉성적을 냈다. 기사는 이렇게 이어진다. “세 번째로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두 자질을 합쳐놓는다 해서 할리우드 박스오피스까지 책임질 수 있는 스타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2004년의 주드 로는 할리우드의 다른 어떤 배우들보다 바빴다. 2년간을 말 그대로 쉬지 않고 일하면서 몰두했던 여섯편의 작품이 미국에서 4개월 안에 연달아 개봉했기 때문이다. 9월17일 <월드 오브 투모로우>, 10월15일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의 <아이♥허커비>, 10월22일 <나를 책임져, 알피>, 12월3일 <클로저>, 12월17일 <에비에이터>, 마지막으로 <에비에이터>와 같은 날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의 목소리 출연까지. 여섯편에 전부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겠지만, 아마도 배급사들끼리는 오직 주드 로가 출연했다는 사실 하나 때문에 서로 개봉일을 조정하느라 골치 아팠을지도 모를 일이다. 주드 로는 “그것들이 모두 서로 달랐기 때문에 선택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의 성격이나 장르도 다르고, 감독도 다르다. 근데 이렇게 한꺼번에 개봉하니 개중 어떤 영화들은 간과되고 사람들은 그저 ‘오, 주드 로가 또 나왔네’ 하고 말하게 됐다.”

주드 로는 그런 배우다. 앤서니 밍겔라의 <콜드 마운틴>으로 비로소 안정된 스타덤의 시기를 맞이했다고 주위에서 북적북적 떠들자마자 그는 지고한 예술가나 가질 법한 순수한 욕구와 워커홀릭의 태도를 더욱 굳혔다. <월드 오브 투모로우>에서는 100% 디지털 후반작업과 테크놀로지의 힘 앞에 가려지고 말 연기를 했고, 마틴 스코시즈의 <에비에이터>에선 여성편력 심한 다혈질 스타 에롤 플린을 맡아 카메오 수준의 단역으로 출연한 것을 그저 만족스러워했다.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의 목소리 출연을 빽빽한 스케줄표 속에 거추장스럽게 끼어든 이물질 정도로 취급하지 않은 것도 신기한 일이다.

주드 로에게 중요한 건, 자기 모습을 두번 이상 고정시키지 않으려는 순수한 도전의식이다. 백색 석고상 같은 외모를 끊임없이 변형시키며 그 속에 채워진 본질을 증명하고 싶어하는 동적 욕구가, 남들에겐 하찮아 보이는 선택들의 연속된 길 위에 깔려 있다. 부피를 포기하고 밀도에 집착하는 태도. 말이니 쉽지 누구도 실천하기는 어려운 일. <월드 오브 투모로우>의 감독 케리 콘랜은, 주드 로라는 밀도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설명했다. “주드 로는 어떤 캐릭터를 연기할 때마다 매번 다른 사람이 된다. 특정 배우들은 그들이 어떻게든 영화 속에서 그들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캐스팅되고 결과적으로 그 점이 관객을 끌어들인다. 주드 로는 그렇지 않다.”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무비스타라기보다 예술가에 가깝다. 바꿔 말하면 그가 무비스타라 할지라도 그의 진짜 알맹이는 예술가의 그것이라는 말이다.”

주드 로는 외모에 집착하는 이 세상이 너무 슬프다 말했지만 세상은 그의 외모에 여전히 집착하고 있다. 그러니 <나를 책임져, 알피>의 흥행실패는 그에게 다행스러울 따름이다. 세간의 집착에 길들여져봐야 장사로 연결되지 않으니 더욱 고삐가 풀려버린 주드 로는 앞으로도 당분간, 벗기고 벗겨도 바닥이 없는 자기 껍데기를 계속 벗기려고 들 것이다. <로드 투 퍼디션> 때 손에서 미끄러져나간 오스카 트로피가 궁극적 목표는 아니라고 해도 말이다. 주드 로는 네 아이의 아버지다. 열세살 된 양아들 핀레이 문로, 8살짜리 친아들 래퍼티, 세살배기 딸 아이리스, 한살 반이 된 루디 인디애나 오티스. 존 매든의 <튤립 피버>가 투자문제로 무산되고 난 뒤 숀 펜과 함께 <왕의 남자들>을 촬영하기 전까지 공백기 동안 이 많은 아이들을 이끌고 여행을 다니며 필립 풀만과 이탈로 칼비노의 책을 읽었다는 주드 로는, 이상하게 한번도 스크린 속에서 아버지상을 보여준 적이 없다. 그걸 바라기는 분명 이르다. 이제 서른두살이라는 젊은 나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예술가란 원래 쉽게 철들지 않는 족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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