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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춘향은 유쾌상쾌통쾌하다오! <쾌걸 춘향>

한채영·재희 주연의 <쾌걸 춘향> 예상 깨고 인기 순풍

KBS2 월·화 드라마 <쾌걸 춘향> 월·화 9시55분

TV를 보다보면 참 ‘대견한’ 드라마가 있다. 수억원 투자해 해외로케 떠나지 않아도, 톱스타 기용해 세간의 관심 불러일으키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시청률 올라주는. 시청자 입장에선 뜻밖의 수확이요, 방송사 입장에선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는 경우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후속으로 방영되고 있는 KBS2 <쾌걸 춘향>(연출 전기상, 극본 홍정은·홍미란)이 바로 그런 드라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부담감만 잔뜩 안은 채 지난 1월3일 별다른 홍보없이 시작된 이 드라마는 서서히 입소문을 타더니 방영 셋쨋주 만에 월·화 안방극장을 장악했다. 시청률 조사기관인 TNS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첫주인 3일 14.3%로 출발한 뒤 둘쨋주인 10일엔 18.2%까지 상승했고, 셋쨋주로 들어선 17일엔 23.6%를 기록한 데 이어 18일엔 전국 25.9%, 서울 수도권 27.1%로 일일시청률 1위에 올라섰다는 것. 강적으로 예상됐던 이효리의 <세잎클로버>마저 단칼에 베어버렸으니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30%를 넘어설 것이라는 게 평론가들이 예상하는 <쾌걸 춘향>의 행로다.

그렇다면 드라마 성공요인이라는 해외로케도 톱스타도 없는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쾌걸 춘향>은 무엇보다 <춘향전>을 현대에 맞게 각색한 스토리 라인이 색다르다는 평가다. 얼짱, 성격짱, 공부짱인 여고생 성춘향(한채영)이 남원으로 파견된 서울지검장의 아들 이몽룡(재희)과 사랑을 하고, 여기에 백마탄 왕자님 같은 연예기획사 대표 변학도(엄태웅)가 가세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는 내용. 요조숙녀 춘향은 엽기발랄 여장부로, 우직한 몽룡은 사고뭉치 철부지로 등장하고 그들의 지고지순했던 사랑이 티격태격한다는 설정으로 시청자들의 호기심과 함께 고전을 뒤엎는 재미를 선사한다. 시청자들은 “출생의 비밀이나 시한부 인생, 재벌 2세가 반드시 등장하는 요즘의 드라마와 달리 고전을 180도 뒤집어버린 듯한 내용이 신선하고 새롭다”며 “오랜만에 실컷 웃을 수 있는 드라마”라고 말한다. 전기상 PD 또한 “즐겁고 발랄한 드라마를 만들어 싶었다. 가볍지만 부담없이 웃을 수 있는 드라마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 시청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 PD의 말처럼 <쾌걸 춘향>은 아무 생각없이 웃으면 볼 수 있는 유쾌한 드라마다. 힘들 때나 머리가 복잡할 때 보고나면 기분 좋게 일어설 수 있는. 하지만 10대 소녀들을 타깃으로 했다는 후문이 들리는 만큼 예를 들어 로미오와 줄리엣 선발대회 같은 10대 중·고교생들이 꿈꾸어오던 만화 같은 에피소드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런 유치할 수 있는 소재들이 시청자들에게 재미로 다가갈 수 있었던 데는 전기상 PD의 연출력이 한몫한다. 이미 <보디가드>를 통해 유쾌한 연출력을 선보인 바 있는 전기상 PD는 빠른 호흡과 센스있는 연출력으로 감각적인 드라마로 완성했다. 특히 고전을 패러디한 에필로그를 드라마 끝부분에 편성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본편과는 달리 출연진들이 한복을 입고 등장하는 에필로그는 ‘과거시험을 치러간 이몽룡이 실은 여자들과 즐기고 있더라’, ‘춘향이 몽룡에게 준 사랑의 징표를 실은 시험 치러가는 사또의 자제에겐 모두 주었더라’ 등 춘향전의 중요 포인트를 재미있는 콩트로 구성한 것. 전 PD는 “감각적인 스토리에 발맞출 수 있는 아이디어를 넣고 싶었다”며 “고전과 비교해 감상하면 다소 ‘생뚱’맞은 반전이 일석이조의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예상치 못한 배우들의 활약도 두드러지고 있다. 사실, 이 드라마는 연예계 병풍으로 인한 남자배우들의 기근현상으로 섭외가 되지 않아 촬영이 지연되기도 했었다. 그런 만큼 배우들에게 거는 기대는 그닥 크지 않았는데 차선책으로 택했던 재희와 엄태웅이 예상외의 활약을 펼치며 <쾌걸 춘향>의 인기행진에 가속이 붙고 있는 것. 특히 엄태웅은 사나운 변학도를 현실세계 왕자님으로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인기가 급상승 중이다. 17일 채린이 몽룡에게 기습키스를 하는 것을 못 보게 하려고 학도가 춘향을 껴안은 장면이 <쾌걸 춘향> 최고의 명장면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변학도와 성춘향을 연결시켜달라”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줄을 잇고 있는 것. 이에 대해 홍정은, 홍미란 작가는 “춘향이 변학도와 연결될 수도 있다”고 내비친 터라 2005년 춘향이 어떤 선택을 할지도 엄태웅의 인기와 함께 주목되고 있다. 히로인인 한채영 역시 그동안 맡았던 섹시한 이미지 때문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발랄하고 엉뚱하며 때로는 과격하기까지 한 성춘향의 모습을 제대로 소화해내며 시청자들로부터 호평받고 있는 것. 전기상 PD는 “모든 배우들이 톱스타는 아니지만 드라마의 역에는 제격이라 생각했다”며 “배우들의 활약을 시청자들이 알아줘 기쁘다”며 앞으로 더 지켜봐주길 당부했다.

막대한 제작비를 쏟아부은 해외촬영과 톱스타를 내세운 드라마들이 줄을 잇는 가운데 <쾌걸 춘향>은 작품성만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어당겼다. 이런 <쾌걸 춘향>의 인기는 “재밌으면 본다”라는 불변의 진리를 확인해주기도 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주인공들의 갈등이 깊어지는 만큼 초반의 생기발랄함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유쾌, 상쾌, 통쾌한 드라마 <쾌걸 춘향>의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듯하다.

<쾌걸 춘향>의 O.S.T

메탈, 발라드 그리고 판소리까지

드라마만큼 톡톡 튀는 배경음악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신명나는 곡으로 <쾌걸 춘향>의 재미를 더했던 드라마 삽입곡들이 O.S.T로 발매된다. 타이틀은 <지니, 자유로워>. 밝고 경쾌한 분위기로 비트가 강하고 메탈에 가까운 록뮤직이 주조를 이룬다.

주인공 춘향과 몽룡의 러브테마 <행복하길 바래>는 사랑에 가슴 아픈 마음을 표현한 곡. 팝페라 가수 임형주가 불러 드라마만큼 간절함을 더한다. 시작과 클라이맥스에 흐르는 <지니, 자유로워>도 다소 빠른 비트로 흐르는 드라마의 분위기를 잡아주기엔 제격이다. <춘향전>이 원래 판소리로 회자되다 소설로 정착된 것에 착안, 랩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판소리도 흥을 돋운다. 이외에도 자전거 탄 풍경의 <바이 마이 프렌드>와 애즈원의 노래 등이 수록될 예정.

신동우 음악감독은 “메탈 느낌의 음악을 전반적으로 사용하고 무술신에 임형주의 느리고 슬픈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하는 등 기존 드라마 음악과 차별화해 과감하고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고 제작의도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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