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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칸으로 완성된 떡들의 세계, 석동연의 <말랑말랑>

출판사 구조조정이라는 지진 해일급 풍랑에 폐간되고 만 월간지 <오후>를 사서 제일 먼저 찾아 읽는 만화가 있었다. 달랑 4칸으로 이루어진 만화 몇편이지만 4칸이 주는 엑기스의 재미를 주는 만화였다. 말랑말랑한 ‘떡’들이 주인공으로 여러 해프닝을 전달한 만화. 석동연의 <말랑말랑>이 바로 그 문제의 작품이다.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 ‘떡’의 캐릭터화를 통해 그 캐릭터에 걸맞은, 예를 들어 꿀떡이 흘리는 콧물이 꿀이고, 시루떡은 부슬부슬 고물이 떨어지며, 하얀 피부에 예쁜 얼굴이지만 네모공주인 백설기 공주, 미끈하게 빠진 외모의 아이돌 스타 가래떡 군이라는 설정과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그 빈 틈바구니에서 튀어나와 만화가 되어버린, 그래서 만화의 빛나는 상상력을 보여주는 <말랑말랑>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작가 석동연은 대학에서 만화를 전공한 만화전공 1세대 작가. 1998년 <우리는 만화과>로 데뷔하여 <그녀는 연상> <얼토당토> <명쾌! 사립탐정 토깽> 등의 4칸만화를 선보였다. 다른 작가와 달리 4칸만화에 집중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갔다. 4칸만화는 보통 일간신문에 연재되는 시사만화처럼 4칸으로 이야기가 종료되거나 아니면 <아즈망가 대왕>처럼 종료되지만 다시 이야기가 연속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사실 후자의 구조는 <아즈망가 대왕>으로 우리 독자들에게 친숙해졌지만, 미국의 신문 연재만화들은 대부분 이야기가 종료되면서 다시 이어지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말랑말랑>은 유행하는 연속형 4칸만화가 아니라 대부분 4칸에서 이야기가 끝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런데 일간신문의 만화처럼 고정된 캐릭터가 해설자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캐릭터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갖고 이야기를 끌어간다. 그래서 이야기가 파편적이지 않고 서로 유기적이다. 4칸으로 완결되어 있지만 한권의 ‘말랑말랑한 세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연재 때도 맛있었지만, 지금 단행본으로 묶여 나온 모양도 맛있다. 작가가 직접 만든 떡 캐릭터 인형들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고, 중간중간 직접 떡을 사진 찍어 캐릭터 떡의 실체를 보여주는 이미지 컷들도 재미있다. 갖고 싶고, 선물하고 싶은 책으로 모양을 갖추었다. 75쪽 전래동요 <떡노래>를 삽입한 센스도, 그 노래에 대응하는 시루떡의 표정도 만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