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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2>의 모든 것 [2] - 강우석 감독 인터뷰
사진 정진환문석 2005-02-01

<공공의 적2> 강우석 감독 인터뷰

-지난 1월18일 검찰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가졌다. 반응은 어땠나.

=송광수 검찰총장을 비롯해 600명이 넘게 왔더라. 영화를 보고나서 송 총장을 비롯해 대검 관계자들과 회식을 가졌는데, 송 총장께서 그러더라. “검찰이 뭐하는 사람들인지 알게 해준 것 같아서 고맙다”고. 다른 분들도 검찰을 미화했다기보다는 검찰이라는 조직을 제대로 설명해준 것 같다는 반응이었다. 특히 영화 속에서 박근형씨가 “이 나라가 걱정이구만”이라고 말하는 장면은 “너무 많이 봐온 장면”이라며 맞장구를 치더라.

-완성작이 마음에 드나.

=정말 하고 싶었던 영화다. 아마 그동안 내가 만든 영화 중 유일하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담은 게 아닌가 싶다. 실제로 내 생각이 그대로 대사로 드러나는 부분도 좀 있다. 내가 정치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사회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다.

-예상했던 것보다 사회적인 메시지가 더 강하더라.

=세상이 그런 것 같다. 내가 <투캅스>를 만들던 시절만 해도 공직사회의 비리, 부정 이런 게 사회적 이슈가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이제는 공직사회는 차라리 건전하다는 생각이 든다. 신문 사회면을 봐라. 시장이나 군수는 몰라도 요즘 들어선 중앙 공무원들의 비리사건이 거의 없지 않나. 수서경찰서 강력반을 다룬 TV다큐멘터리를 봤나. 검찰 강력부를 다룬 60분짜리 다큐도. 참 열심히들 한다. 이제는 영화가 조폭을 미화하고, 그걸 누아르라 포장하고 그래서는 안 되는 것 같다. 영화도 사회의 긍정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차기작으로 <Tax>를 하게 된 것도 TV의 <좋은 나라 운동본부>의 ‘38 세금 기동팀’의 활약을 보며 함께 분노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로 사회의 공공의 적들에 대해 관객이 함께 분노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시사회 뒤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1편과의 비교를 거부한다고 말했다.

=<공공의 적> 1편을 만들 때 후반부에 가서 고민에 빠졌다. 과연 이 존속살인범이 공공의 적이 맞나, 하는 의문이 들었던 거다. 기자시사회가 끝난 뒤 한 기자가 “그런데 저자가 진짜 공공의 적 맞나요?”라고 물었을 때 때려주고 싶었다니까, 아픈 데를 콕 찔러서. 그래서 이번에는 진짜 공공의 적을 다루자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보니 1편을 생각해선 안 됐다. 1편을 고려해서 곳곳에 코미디를 주고, 욕하는 검사를 만들고, 그런 식으로 만들려면 만들 수도 있었다. 그렇게 하면 관객은 처음에 반가워할진 모르겠지만, 그러면 중·후반 이후의 감동은 떨어졌을 거다. 관객에게 덜 웃기지만 조금만 참아달라, 딴 게 있다, 라고 말하고 싶었다. 설경구에게도 그랬다. 웃기지 말자고. 이번에도 웃음을 좇으면 나 죽는다, 내 영화인생이 끝난다고. 그러면 같은 영화를 또 찍는 듯한 느낌을 줬을 거다. 사실, 웃음을 절제하고 자제하는 게 더 힘들다. 그걸 극복하는 건 쉽지 않았다. <투캅스2> 때도 안성기 선배 대신 김보성을 쓴 것이나 액션으로 색깔을 달리 간 점도 똑같은 영화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캐릭터에서는 전편의 강철중이 더 친근하고 매력적인 느낌이다. 주인공을 검사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당연하다. 형사 강철중은 관객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더 낮은 정도니까. 하지만 전편을 반복할 수 없는데다 검사로 설정해놓다보니 그런 매력은 줄어들었을지 모른다. 이번에는 일종의 정치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생각이 있었다. 정치권까지를 파헤치는. 그런데 우리나라 현실에서 경찰이 정치인을 쫓고 이런 게 말이 안 되잖나. 결국 검찰을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 범인들에게 욕하는 검사를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만, 그건 <넘버.3>에서 다 한 것 아니냐. 그러다보니 여러 제한이 생겼다. 결국 검사 한 사람의 캐릭터에 집중하기보다는 드라마를 강화함으로써 이야기를 상승시켜야 했다.

-강철중 캐릭터는 좀 단선적이라는 느낌이다.

=구조상 그럴 수밖에 없다. 1편에서는 살인자를 쫓는 강철중만 그리면 되는데, 이번에는 수사관이나 부장과의 관계, 검찰 내부와 외부의 압력, 정치권까지 건드려야 하니까 너무 많아졌다. 그런 와중에 입체성까지 부여하면 드라마를 끌고가는 힘이 약해질 것 같았다. 그래서 설경구에게 전체는 내가 읽을 테니까 너는 이렇게만 해라, 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설경구는 자기가 조연인 줄 알았다더라. 촬영은 분명 진행되고 있는데, 자신은 부르지 않으니. 그런데 시사회 때 영화 보고 그러더라. ‘감독님 사랑합니다’라고.

-일부 언론에 “설경구와 다시 작업 안 한다”고 기사가 났는데.

=웃자고 한 얘기가 와전됐다. 하긴 경구와 내가 두달 전쯤 약속한 게 있긴 하다. 다음 작품은 같이 하지 말자는 것. 다음 작품까지 같이 하면 서로가 타성에 젖을 것 같았다. 만약 <공공의 적3>를 찍게 되면 강철중은 무조건 설경구의 몫이다. 그건 경구도 안다.

-만들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었나.

=드라마 구축이었다. 액션이나 추리가 아니라 드라마로 끌어가야 했으므로 머리에 쥐가 날 정도였다. 드라마의 상승하는 흐름이 유지될 것인가, 혹시 평평한 건 아닌가, 이런 것을 계속 고민했다. 그렇게 고민하다보니 너무 경직됐고, 근처에 사람들이 오지 않더라. 설경구나 정준호도 롱테이크 연기를 시켜놓고 소소한 잘못을 지적해 다시 찍으니까 스트레스를 받는 모양이더라. 설경구는 <실미도> 땐 술 한잔 하자는 얘기를 자주 했는데, 이번에는 촬영만 끝나면 도망가더라. 다른 스탭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무튼 그동안 돌이켜보면 감독이 고민하고 힘들수록 관객은 편하게 봐주더라.

-사실, 후반부로 갈수록 설교조 대사가 좀 많다는 느낌도 받았다.

=닭살스런 게 부담이긴 하지만. 여기서 외치지 않으면 언제 해보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를 보는 눈이 변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소리 좀 지르고 싶었다.

-사회를 보는 눈이 변했다니.

=과거보다 불편하게 변한 것 같다. 과거에는 이렇게 분노하지 않았는데 요즘엔 너무 불편하고 화도 많이 난다. 나이가 들면서 세상을 안다는 느낌이 좀 드니까 그러는 것 같다. 정치를 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너무 참혹한 나라, 미래가 없는 나라로 보인다. 또 약자들을 너무 보살피지 않는다. 그게 <실미도>의 영향이 참 큰 것 같다. 그 영화를 찍기 전에 북파공작원들과 684 부대원들 만나고 했는데, 이 사람들이 완전 소외계층이더라. 그런 울분을 영화 속에 다 녹이지 못했지만, 너무너무 화가 나는 거다. 가진 자의 횡포도 심하다. 일개 영화감독에 불과하지만 나도 그런 것을 다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거다. 영화를 만들면서 사고가 점점 변해간다. 어디까지 변해갈지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굉장히 긍정적인 것 같다.

-항상 ‘나는 상업영화 감독’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는데, 이제 완연히 바뀐 것 같다.

=사회를 보는 눈이 바뀌니까 영화를 보는 눈도 달라졌나보다. 일회성 영화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 기억에 남았으면 하는 거다. 관객 반응도 재밌다가 아니라 감동적이다, 이런 쪽을 기대하게 된다. 그렇다고 예술영화는 태생적으로 못하는 거고, 대신 <개그콘서트>나 <웃음을 찾는 사람들>을 보는 즐거움이 아닌 훈훈한 즐거움을 주려는 거다. 사람이 제대로 박혀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단 말이다. 사실, <실미도> 이후 너무 많은 사람들이 얼굴을 알아본다. 나도 공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의 색깔도 그에 걸맞게 그런 식으로 가야 할 것 같다. 물론 <투캅스> 같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코미디영화를 만들겠지만, 그래도 사회를 좀 훈훈하게 녹여줄 수 있는 영화쪽으로 가려 한다.

-강신일의 비중이 상당히 커졌다.

=나는 강신일이라는 배우를 정말 좋아한다. 연기가 너무 서민적이고 살아 있다. 그리고 무슨 역을 시켜도 정말 그 사람 같은 느낌이 난다. 저런 사람은 정말 주인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부장 검사의 역할을 최대한 키울 테니 몰두해보자고 했다. 한 사람이 끌고가는 영화는 어느 순간 관객에게 지겹게 느껴지기도 한다. 설경구의 몫을 약간 떼어서 강신일쪽으로 던져준 것도 그 때문이었다.

-대사를 김희재 작가에게 몽땅 맡겼다.

=그렇다. 내가 바꾼 것은 “이 나라가 걱정이구만” 정도다. 상황이 바뀔 때마다 김희재 작가에게 대사를 써줄 것을 요구했다. 영화의 톤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모든 것을 끝까지 자기 손으로 하려는 김 작가의 의지도 있었다. 김희재는 대단한 작가다. 농후한 사고를 가졌다. 보통 사람 열흘 고민해 나올 법한 대사가 말 한마디 툭 던지면 바로 나온다. 김희재 작가와는 앞으로 어떤 영화를 하든 함께 작업을 할 것이다. 본인도 좋다고 한다. 일종의 파트너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촬영 첫날, 애초의 계획을 뒤집고 규모를 크게 키우기로 했다던데.

=애초 이 영화는 재밌는 영화를 쉽고 편하게 한번 가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첫날 촬영장에 가서 앵글을 보니 완전히 다른 느낌이 왔다. ‘앗 뜨거’ 하는 거였다. 장소 섭외가 잘못돼 애초 계획보다 큰 규모로 촬영됐는데, 보니까 이거구나 싶더라. 그래서 그날 밤 스탭들을 우리집 앞에 있는 호프집에 불러서 “지금부터 다 뒤집는다”고 선언했다. 모두 경악하더라. 힘든 상황이 뻔히 보였지만, 그래도 이 길이 아닌 듯싶으면 가지 말아야 할 것 같았다. 시사회 때 “두달밖에 안 걸린 영화니까 잘 봐달라”고 말했는데, 그렇게 빨리 찍은 것은 개봉일을 맞추기 위한 게 아니었다. 사실은 드라마의 흐름을 놓칠 것 같았다. 이틀 찍고 이틀 쉬고 하다보면 다 날아갈 것 같았다. 내가 미친놈처럼 구니까 스탭 전원도 따라와줬다.

-<공공의 적2>가 시네마서비스 재기의 ‘한방’이 될 수 있을까.

=확신한다. <공공의 적>보다는 잘 들 거고 <실미도>보다 적게 들 것 같다. 500만명 정도를 예상한다. 나도 그렇지만 흥행사들이 그렇게 얘기하니까. 그 정도 되면 회사의 기도 살릴 수 있을 거다.

-차기작이 벌써 결정된 것 같다.

=다음 영화는 <Tax>가 될 것 같다. 앞서 말했듯 <좋은 나라 운동본부>의 ‘38 세금 기동팀’에서 모티브를 따와 김희재 작가가 이미 자료조사를 끝낸 뒤 집필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책 나오면 그 다음달쯤에 들어가지 뭐. 작고 왜소하고 약간 멍청해 보이는 주인공을 내세울 계획이다. 기대하시라. 오랜만에 한번 웃겨주겠다. <투캅스 파이널>은 내년에야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안성기, 박중훈, 김보성 등 그동안의 배우들이 모두 나올 것이다.

-그러다보면 회사 일은 어떻게 하나.

=내가 앞으로 신인감독 한다고 하지 않았나. 나는 인하우스 프로덕션의 김상진, 장윤현, 장항준, 장진, 정지우, 한지승 등만 챙길 계획이다. 외부 영화 선택권은 김정상 사장과 김인수 전무가 전담한다. 돈과 관련된 모든 일도 그들이 알아서 한다. 앞으로 열심히 영화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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