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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음반이 현세로 오다, 브라이언 윌슨 <SMiLE>

한국에서 비치 보이스(Beach Boys)는 ‘한철 밴드’에 가깝다. 여름이면 배경음악으로 지겹게 나오는 ‘<Surfin’ USA>의 서프 밴드’ 이상은 아니기 때문. 1960년대 ‘본토’에서 미국 밴드로는 거의 유일하게 비틀스와 맞장 뜰 수 있었던 밴드라거나 그 ‘맞장’에 인기 외에 예술적 측면도 포함된다는 얘기를 한다면 금시초문이란 반응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니 비틀스의 <Rubber Soul>에 자극받은 이 밴드가 희대의 걸작 <Pet Sounds>(1966)를 만들어냈고, 반대로 이에 자극받은 비틀스가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라는 명작을 분만할 수 있었다는 ‘공인된 상호영향설’ 역시 해박한 소수 음악고수의 지식에 머물 수밖에.

비치 보이스에게는 ‘팝 음악사에서 발매되지 않은 가장 유명한 음반’이 있다. 유산(流産)되지 않았다면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와 같은 해에 발매되어 이후 최고의 음반 자리를 놓고 오래 다투었을 것으로 얘기되는 음반 <SMiLE>이 그것. 마침내 이 전설의 음반이 입안자이자 작곡가이자 보컬리스트이자 프로듀서였던 브라이언 윌슨에 의해 완성되었다. 이 완성본은 1967년의 오리지널 마스터테이프에 담긴 음원이 쓰이지 않았다. 대신 그의 투어 백밴드인 원더민츠를 중심으로 한 세션진의 연주, 원래의 작사가인 반 다이크 팍스의 새롭게 다듬은 가사의 도움을 받아 새롭게 작업한 것이다.

비치 보이스의 멤버들이 아무도 참여하지 않았고 오리지널 음원 역시 참고만 되었을 뿐이지만 놀랍게도 이 새로운 <SMiLE>은 ‘천생 1967년산’이다. 아메리카나(Americana)를 씨줄로, 인생과 자연의 원리와 순환을 날줄로 엮은 3부작의 짜임새, 서프 팝과 사이키델릭 록을 결합한 음악 스타일과 사운드의 질감과 완벽한 스튜디오 작업은 영락없이 1967년에 추구했던 바로 그것이다. 싱글로 발매되었던 <Heroes and Villains>와 <Good Vibrations>, 수많은 부틀렉 음반을 통해 부분 공개된 곡들로 가늠할 수밖에 없었던 ‘팝 음악의 라쇼몽’(아마존닷컴)이자 미완의 ‘미국판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롤링스톤>)는 이제야 비로소 제대로 된 유산(遺産)이 되었다. 만년(晩年)의 나이에 청년의 열정으로 해낸 브라이언 윌슨의 이 기적 같은 완성에 평단과 팬들은 만장일치나 다름없는 ‘스마일’을 보내고 있다.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