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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세대, 캐릭터가 충돌하는 웃음, <마파도>
김현정 2005-03-08

부패한 형사와 손씻은 건달, 잃어버린 복권을 찾으러 들어간 마파도에서 잃어버린 착한 마음을 찾아 나오다.

주먹질을 그만두고 착하게 살고 있는 신 사장(오달수)은 빚을 갚지 못해 가게를 빼앗기기 직전 160억원짜리 로또 1등에 당첨된다. 신 사장과 부하 재철(이정진)은 미친 듯이 기뻐하지만 아래층 다방 레지 장미가 복권을 들고 달아나버린다. 신 사장은 부패한 형사 충수(이문식)에게 30억원을 약속하면서 재철과 함께 장미를 찾아오라고 지시한다. 장미의 고향 마파도에 들어간 충수와 재철은 회장댁(여운계)과 진안댁(김수미) 등 다섯명에 불과한 주민들을 만나고, 다음 배가 들어오기까지 일주일 동안, 뜻하지 않게 노인들의 일꾼 신세가 되고 만다.

마파도는 아름다운 섬이다. 전남 영광군의 벼랑 끝에 밭을 일구고 집을 지었다는 마파도 야외세트는 한발만 나서면 녹색과 푸른색 논밭과 바다가 끝도 없이 펼쳐지는 곳이다. 그런 섬에서 일주일 동안 머문다면 마음이 조금 순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뿐이다. TV도 없는 외딴섬에서 점당 10원짜리 고스톱을 치는 할머니들과 며칠 함께한다고 해서 마땅히 가져야 할 160억원이 헛된 욕심으로 둔갑할 수는 없고, <투캅스>보다도 치사한 부패형사가 천사의 날개를 달 수도 없는 일이다. 아름다운 풍경과 순박한 심성. <마파도>는 <지중해>가 유용하게 사용했던 두 가지 도구에 기대어 무리하게 개과천선을 강요한다. 어찌나 개연성이 없는지 다섯 노파가 대마밭을 뚫고 달려올 때는 저들이 혹시 숨어사는 무림고수가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다.

<마파도>는 재철과 충수가 섬에 들어와 어느 정도 정착하기까지 문화와 세대, 캐릭터가 충돌하는 웃음을 주기는 한다. 마음을 읽는 무당 비슷한 진안댁이나 아직도 교태를 잃지 않은 마산댁(김형자), 섬을 지휘하는 회장댁 등은 TV에서 구축된 배우들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부담없는 유머를 보탠다. 삼베 바지저고리를 입고 느물거리는 이문식과 뻣뻣한 자세가 이번만큼은 어울리는 이정진도 낯선 섬에 떨어져 물정 모르고 헤매는 거친 남자들을 괜찮게 연기한다.

그러나 <마파도>는 그 캐릭터에 걸맞은 에피소드를 만들지 못한다. 벌집을 털다가 벌에 쫓긴다든지 휘발유 뿌린 변소에 담뱃불을 버려 불이 붙는다는 유머는 언제 처음 들었는지 생각도 안 날 만큼 구식이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마파도>의 약점은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착한 마음을 지나치게 세심하게 전파한다는 점이다. 엄마와 딸을 다시 맺어주어야 하고, 세상에 물든 깡패와 형사를 표백해주어야 하고, 제대로 애정 표현 한번 못해본 남녀를 끈끈하게 묶어야 하고, 160억원이 걸린 사건을 피해자 없이 마무리지어야 한다. 영화 한편으로는 힘겨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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