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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통쾌·상쾌 코믹 드라마가 뜬다

MBC ‘신입사원’ SBS ‘불량주부’ 등 잇따라 만화·인터넷소설 원작…개그맨 출연 IT발달·젊은 취향의 영향력 확대 원인

<신입사원>

살랑이는 봄바람 때문인지, 요즘 드라마의 주류는 ‘코믹 터치’다. 지난 7일 시작한 문화방송 <원더풀 라이프>와 한국방송 <열여덟 스물아홉>에 이어, 21일과 23일 각각 첫 전파를 타는 에스비에스 <불량주부>와 문화방송 <신입사원>도 코믹 멜로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큰 인기를 끈 한국방송의 <풀하우스> <두번째 프로포즈> <오! 필승 봉순영> <쾌걸 춘향>과 그보다 앞선 <옥탑방 고양이> <낭랑 18세> <명랑소녀 성공기> 등을 봐도 코믹한 캐릭터와 설정으로 맛을 더한 드라마가 하나의 큰 흐름을 이뤘다고 볼 수 있다. 가볍고 유쾌한 캐릭터로 무거운 스토리를 포장한 일일극 <굳세어라 금순아>에 시청자들이 호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징은 원작이 만화나 인터넷 소설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철없는 ‘마초’ 남편(손창민)이 전업주부가 되고, 6년간 살림만 해온 아내(신애라)가 직장생활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불량주부>는 한 무료일간지의 연재만화 <불량주부일기>가 원작이다. <풀하우스>도 원수연의 같은 이름의 만화가 원작이었고, <열여덟 스물아홉>은 <옥탑방 고양이>처럼 인터넷 소설을 드라마로 옮겼다. 전산 착오로 대기업에 수석 입사한 신입사원(에릭)과 같은 회사의 여직원(한가인)의 일과 사랑을 그린 <신입사원>도 만화적인 표현과 유쾌한 캐릭터로 가득하다.

우스꽝스런 캐릭터가 강조되면서 코미디언이나 코믹 연기에 능한 연기자들이 다수 등장한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불량주부>에서 코미디언 이경실이 억척스런 아파트 부녀회장 역으로 드라마에 도전하고, <열여덟 스물아홉>에는 <개그콘서트> 출신의 김다래가, <원더풀 라이프>에는 코미디언 김효진이 조연으로 연기에 나섰다. <오! 필승 봉순영>에 코미디언 문천식이 나온 것도, 시트콤 <조선에서 왔소이다>와 <혼자가 아니야>에서 코믹 연기를 맛깔스럽게 해냈던 서동원과 안내상이 <신입사원>과 <열여덟 스물아홉>에 출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코믹 터치 드라마의 범람은 짧게는 계절적 특성이 원인이지만, 길게 보면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 등으로 시청자들의 기호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우세하다. 진지하고 무겁고 느린 것보다는 가볍고 경쾌하고 빠른 것을 선호하는 10, 20대의 문화적 취향이 영향력을 넓혀간다는 것이다.

이은규 문화방송 드라마국장은 “요즘 시청자들이 예전보다 밝은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느는 것 같다”며 “인터넷의 특징인 경박단소화하는 흐름이 문화·정서적인 측면에서 폭넓게 이어지고 있는데 티브이도 여기서 예외가 아닌 듯하며, 인터넷 소설 등이 드라마 원작으로 자주 쓰이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풀이했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흔히 쓰이던 출생의 비밀이나 불치병 같은 비극적 설정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지만, 지나치게 ‘코믹’에 몰리는 현상은 전작들의 인기 몰이에 기댄 얄팍한 상술로 종국엔 드라마의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만화나 인터넷 소설을 원작 삼으면서 극적 완결성이 떨어져 드라마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는 새겨들을 대목이다.